추천위, 이지송­노태욱­박종남 3배수 압축
이지송 유력 속 제3의 인물 낙점 가능성도
노조, 경영능력 갖춘 민간인 출신 CEO 원해

尙有十二隻 微臣不死(상유십이척 미신불사)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있고 신은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 이순신 장군이 남긴 유명한 말이다.

난세에 영웅이 나온다면 그 영웅은 그냥 탄생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이순신과 같은 순수한 열정과 리더십이 있어야 가능하다.

리더십을 잘 발휘하면 죽음의 길로 걷고 있는 회사도 회생이 가능하다. 그만큼 CEO의 리더십은 기업을 살리고 거대 조직을 통솔하는 데 있어 역할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부동산 양대 산맥으로 불리던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 통합 사장에 앉을 인물도 이러한 리더십을 표출해 낼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편집자 주>

자산 105조. 삼성그룹(자산 175조원)과 한국전력(자산 117조원)에 이은 거대 기업이 오는 10월 우리 앞에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공기업 개혁의 가장 큰 열매라고 할 수 있는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의 통합으로 탄생될 한국토지주택공사가 그 주인공. 현재 정부에서는 한국토지주택공사호(號)를 이끌 인물 선정에 한창이다.

시장에서는 부동산 대통령이라고 불릴 만큼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한국토지주택공사 초대 CEO로 누가 선임될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다.

주변에서는 한국토지주택공사 초대 사장은 통합과 통합반대라는 과거 갈등으로 인해 감정의 골이 깊어져 있는 양대 조직을 잘 융화시킬 수 있는 인물이 적합하다고 말한다.

여기에 대한민국의 부동산정책 시행기관의 최대 장으로서 정부와 손발이 잘 맞는 인물이어야만 통합공사를 효율적으로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공기업 사장 임명은 어디까지나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는 누구를 생각하고 있을까.

국토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 설립추진위원회에 따르면 통합공사 임원추천위원회는 이지송 경복대 학장과 노태욱 LIG건설 부회장, 박종남 전 GS건설 부사장 등 3명의 후보를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후보자로 추천했다.

이에 따라 통합공사 초대 사장에 가장 유력하게 거론됐던 후보자 중 이지송 경복대 학장만 남고 이종상 토공 사장과 최재덕 주공 사장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명박 정부가 공기업 사장 선임에 있어 민간인 출신을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 통합공사 사장 추천 후보자 선출과정에서 그대로 투영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관가에서는 이종상 토공 사장과 최재덕 사장의 후보 제외 등으로 볼 때 청와대에서 한 사람을 낙점하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초대 사장으로 정통 관료 출신이 모두 배제된 만큼 가장 유력한 후보자는 이지송 학장이다.


이지송 학장 유력 속 제3의 인물도 거론
이 학장은 충남 보령 출신으로 지난 1976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전무, 부사장 등을 거쳐 경인운하㈜ 사장을 지냈다.

이후 포천의 경복대 교수와 경동대학교 명예학장을 역임한 뒤 현재 경복대학 학장을 맡고 있다.

이지송 학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현대건설에서 30년 넘게 함께 근무했고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최대 업적으로 꼽는 청계천 복원공사를 진두지휘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통솔력이 뛰어나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노태욱 LIG건설 부회장은 1950년 서울 출생으로 1973년 서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1983년 미국 텍사스 오스틴 주립대 대학원에서 건설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은 건설 전문 경영인이다.

1976년 대우건설에 입사해 수단, 말레이시아, 리비아 등 주로 해외 건설 현장의 현장소장을 역임한 엔지니어 출신인 그는 1999년 LG건설 해외사업담당 상무이사, 2002년 신세계건설 대표이사를 거쳐 2007년 2월 LIG건영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부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건설 경영자로서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현장 감각까지 겸비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박종남 씨는 GS건설 환경사업본부장(부사장) 출신으로 GS건설 내에 핵심 브레인으로 활동했다는 것 외에는 크게 알려진 바가 없다.

단순 3배수 후보자로만 따지면 현재로서는 이지송 학장이 통합공사 사장 자리에 앉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대통령과의 인연이 너무 깊다는 게 오히려 낙점하는 데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노태욱 LIG건설 부회장과 박종남 전 GS건설 부사장 역시 선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이 둘의 경우 대통령과의 연관성을 찾을 수 없어 유력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지 않지만 인사발표가 있기 전까지는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의외의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인사는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법. 청와대가 압축된 3명의 추천인 모두에게 비토를 놓을 경우 제3의 인물이 통합 사장이 될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 오는 8월 개각과 맞물려 갖가지 관측이 나도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홍성일 기자 hsi@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