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서울에서 가장 번잡하기로 유명한 강남역 일대에 희한한 물건이 등장했다. 강남역에서 교보타워 사거리까지 약 760m 구간에 줄지어 서 있는 높다란 사각기둥이 그것이다.

35m 간격으로 총 22개가 있으며 높이는 각각 11m, 기둥 외곽엔 터치스크린도 설치돼 있다.

지난 3월 강남구(구청장 맹정주)가 ‘U-Street(스트리트)’의 일환으로 설치한 신개념 미디어아트 기기 ‘미디어 폴’ 이야기다.

‘U-스트리트’ 사업은 강남대로 760m 구간을 IT 기반의 최첨단 디자인 거리로 조성하는 사업으로, 강남구는 특히 미디어 폴 설치에만 전체 U-스트리트 사업비 85억여원 중 40억여원을 투입했다. U-스트리트 사업의 핵심이 곧 미디어 폴인 셈이다.

포토메일은 기본, 게임·투표·UCC 촬영까지
다소 생소한 개념인 ‘미디어 폴’은 쉽게 말해 미디어와 아트가 결합된 첨단 가로시설물이라 할 수 있다.

거리를 지나가는 시민들이 막간의 시간을 활용해 ‘미디어 폴’과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나누도록 한다는 게 당초 강남구가 미디어 폴을 도입하기로 한 배경이다.

구청 관계자는 “강남역은 많은 젊은이들이 만나는 만남의 장소인데 기다리는 시간 무료함을 달래주는 친구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미디어 폴을 소개했다.

현재 시민들이 미디어 폴의 기능 중 가장 많이 활용하는 것은 바로 포토메일. 22대의 미디어 폴 앞에서 친구들과 함께 기기에 설치된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자신의 메일이나 블로그 등에 전송할 수 있도록 한 기능이다.

미디어 폴은 이처럼 기기 하단에 설치된 키오스크를 통해 포토메일과 디지털 신문·지역정보·교통·공공정보·3D 아바타·게임 등의 서비스를, 중단의 터치스크린에서는 교통정보와 뉴스 등의 공공정보를 서비스하고 있다.

여기에 낮 3시부터 11시까지는 미디어 폴이 ‘아트기능’도 수행한다. 이 시간 미디어 폴의 상단에는 디스플레이 기능이 장착돼 국내외 유명 미디어아트 작가들의 작품을 LED 화면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 폴이 ‘미디어 아트’라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재 강남구는 미디어 아트 작품으로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상설전시 부문과 공모전이나 졸업 작품전의 미디어 아트 작품을 선보이는 기획전시 부문으로 나누어 선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미디어 폴은 아트 미디어로서의 기능뿐 아니라 주민편의적 기능도 함께 갖추고 있다.

가로등을 비롯해 △보행자 사인(키오스크 하단에서 발광) △교통안전표지 △분전함 등의 기능을 통합하는 가로시설물의 필수 기능 △무선인터넷 지원서비스(Internet Free Zone) △디지털투표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공공시설 양면 디스플레이 기능은 세계 최초
강남구에 따르면 시범 서비스 기간 동안 시민들에게 키오스크를 통해 ‘미디어 폴 서비스에 만족하십니까?’라는 디지털 투표를 시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75%가 ‘만족한다’고 답했을 만큼 현재로선 긍정적인 반응이 많다고 한다.

디지털 미디어 아트 기술은 이미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많은 거리나 빌딩들에서 표현되고 있다.

국내만 하더라도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 건물 외벽이나 의정부 시경계 조형물, 전주 고사동, SK텔레콤 타워 등에서 다양한 미디어 아트가 시민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해외는 훨씬 이전부터 미디어 아트 기술이 건물과 거리 곳곳에서 현실화돼 왔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 뉴욕의 타임스퀘어 광장.

1990년대 뉴욕시와 각종 단체의 협업을 통해 세계 허브의 모습을 갖추게 된 그곳에서는 세계 곳곳의 뉴스와 광고판, 수십 개의 브로드웨이의 극장 간판이 합해져 ‘빛의 도시’가 연출되고 있다. 타임스퀘어의 연평균 관광객은 미디어 아트 덕분인지 2600만명에 이를 정도다.

시카고의 밀레니엄 파크에서도 미디어 아트 열기가 뜨겁다. 지난 2004년 제임스 플렌사에 의해 디자인된 이곳에서는 강남역의 미디어 폴과 같은 기둥들이 서 있는데, 이 기둥의 측면에는 LED 스크린이 설치돼 있어 13분마다 한 번씩 시카고 주민의 얼굴로 이뤄진 화면이 바뀌며 얼굴의 입에서 물을 뿜어낸다고 한다.

유럽 역시 미디어 아트가 시민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영국 런던의 빅토리아 알버트 박물관 광장에서는 알버트 박물관 앞에 설치된 ‘Volume’이라는 기기에서 다양한 사운드와 빛을 관람객이 작품에 다가가며 경험할 수 있고,

독일의 포츠담 광장에서도 시민과 작가들이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도시의 풍경을 직접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강남구가 미디어 폴에 대해 가장 큰 자부심을 갖는 부분은 공공시설물에서 세계 최초로 미디어 아트 기술을 접목했다는 데 있다.

구 관계자는 “통합형 공공시설물을 만들면서 양면 디스플레이로 미디어 아트를 연출한 것은 강남구가 세계 최초”라며 “강남대로는 젊은 층이 즐겨 찾는 서울의 대표적 만남의 거리이자 수도권과 강남북을 연결하는 교통의 요충지인만큼 미디어 폴이 강남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진욱 기자 actio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