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선수범’하는 당신이 아름답습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이 남자가 사는 법은?

항공사를 계열사로 둔만큼 그는 우선 기내에서 ‘일’ 벌이기를 좋아한다. 설사병에 걸린 어린이 1억2000만명에게 구강수분보충염 제공, 영양실조에 걸린 어린이 1050만명에게 고열량 단백식 제공, 3500만명 어린이에게 소아마비 예방접종, 임산부 233만명에게 에이즈 검사 비용 지원, 에이즈에 감염된 어린이 3500만명에게 1주일치 항생제 제공, 에이즈 고아 175만명에게 1년간 음식 마련….

어느 한 국가가 지원한 내용 같지만 모두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에서 모은 '사랑의 동전'으로 진행한 사회공헌 활동들이다. 박 회장은 1994년부터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과 함께 ‘사랑의 기내 동전 모으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기내 모금활동에 당혹스러워하던 승객들이 하나둘 동참하기 시작해 지난해 누적 모금액 70억 원을 넘었다. 반기문 UN사무총장은 이 운동에 대해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기부 프로그램”이라고 평가했다.

영화  ‘최종병기 활’의 김한민 감독, ‘식객-김치전쟁’의 백동훈 감독, ‘미쓰 홍당무’의 이경미 감독…. 뜬금없이 웬 영화감독 얘기냐고 하겠지만 이들도 박 회장이 벌인 기내 일과 관련 있다. 10여 년 전, 그는 그룹에 아이디어 하나를 제안했다. 기내에서 단편 영화제를 진행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당시 “단편영화를 제작해도 마땅한 상영 공간이 없어 알릴 기회조차 없다”는 단편영화 제작 지망생들의 고충을 듣고 생각해 낸 것이었다.

이는 세계 최초 기내영화제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AISFF)’ 탄생의 계기가 됐다. AISFF는 지금 세계적 규모로 성장한 국제단편영화제로서 국내 우수 영화인력 배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위에 언급된 감독들이 바로 이 영화제 출신이다. 기내에서 영화제를 거친 단편영화를 6만회 이상 상영했으며 약 200만명에 달하는 승객이 관람하는 등 항공기를 통해 단편영화의 대중화를 이끈 셈이다.

이렇게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을 떠올리고 실현하는 걸 보면, 그는 새로움을 통해 눈을 뜨려는 사람이다. 2011년 ‘새로운 금호아시아나 기반 구축’, 2012년 ‘새로운 금호아시아나 구축’을 경영방침으로 정해 실천해왔다. 올해는 기필코 워크아웃을 졸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새로운 금호아시아나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다시금 강조했다.

또 솔선수범을 중시하는 스타일이기도 하다. 1991년 국내 기업 처음으로 전 사업장 완전 금연을 시작하고 지난해 절주 캠페인을 진행한 것도 솔선수범 정신의 일환이다. 올해는 경제 민주화 실천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한다. 기업이 국민과 사회로부터 지탄받지 않는 일을 하는 것이 기업의 경제 민주화라는 생각에서다.

박 회장은 아름다운 노사문화 정립도 중점적으로 실천해야 할 과제로 제시했다. 직원들 없이는 기업이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아름다운 노사문화를 만드는 데 회사와 경영진이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것.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성실하지 않으면 중용하지 않는다’는 ‘노력형 금호인’ 육성을 위한 인사방침까지 설정했으니, 역시 솔선수범을 강조하는 대목이다. 이만하면 매사 솔선수범하는 열정의 리더로서 모든 임직원에게 ‘가장 아름다운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심어줄 수 있을 듯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