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의 ‘아는 것이 돈이다’

주택자산의 증감은 금융자산의 증감보다 경기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주택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금융자산보다 2배 이상 높은 우리나라는 주택 가격이 하락할 때 소비 위축 효과가 더욱 크게 나타나고 있다. 경기를 살리기 위해 부동산 경기를 살려야 하는 이유다.

경기침체가 지속하면서 서민들의 주머니가 가벼워지고 있다. 학원비, 대중교통비, 세금부담 등의 평균적인 지출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샐러리맨들의 급여는 제자리 걸음이다. 대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점점 나빠지는 느낌이다.

경기 순환 구조가 제대로 움직이려면 우선 소득이 높아져야 한다. 소득이 늘면 개인의 지출이 늘게 되고 지출이 늘어나면 기업의 매출이 늘어나 우리나라 전체의 부가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를 보이게 된다. 이때 일시적인 소득의 증감이 아니라 일생에 거쳐 예측 가능한 소득이 소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경제학자 모딜리아니(Modigliani, 1963)의 생애주기가설을 언급할 수 있다.

주택경기 침체, 내수경기 위축에 큰 영향

생애주기가설 이후 다양한 실증 연구 결과, 소득의 증감이 소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더불어 자산의 가격이 오르거나 내릴 때 소비가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자산효과(Wealth Effect)에 대한 연구는 최근까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국·내외 학계에서는 자산효과에 관심을 두고 자산의 유형별로 가격이 변했을 때, 소비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조사해 왔다. 국가나 분석방법에 따라 효과의 크기가 다른 것으로 나타나지만, 대부분의 연구는 주택 가격 변화가 소비에 미치는 효과가 금융자산보다 크다는 결과를 도출하고 있다.

특히 주택가격이 하락할 때는 소비의 위축 영향이 더 큰 비대칭성을 보이고 있다. 심리적인 경제 손실로 인한 불만족은 같은 액수의 경제적 이득에 의한 만족보다 더 크게 느껴진다. 주택가격이 상승할 때는 기분이 좋은 수준 정도이지만, 가격이 하락하면 가슴이 찢어지듯이 아프고 오래가는 심리적인 관성이 작용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이유로 가계자산에서 주택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금융자산보다 2배 이상 높은 우리나라는 주택 가격이 하락할 때 소비 위축 효과가 더욱 크게 나타나고 있다. 주택경기 침체가 내수경기 위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이유다.

 

주택 정책, 딜레마 벗어날 수 있을까?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 종합주가지수가 3000포인트에 이른다고 하더라도 소비는 제자리에 머물거나 오히려 떨어질 수도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높아지면 기업으로 돈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증권사나 생명보험사가 돈을 벌 뿐이다. 주식에 투자한 투자자는 기업의 사용 가치를 이용하거나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잘해봐야 예금 수준의 배당을 받거나 되팔아 차익을 남기는 것이 고작이다. 되팔려면 다시 사주는 투자자들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가치를 다시 재포장하는 주체는 증권사 등의 기관이다. 주가 상승의 기대 이익을 향유할 수 있는 주체는 새로 생장하는 신생 상장회사 또는 기관 등 일부에 불과하다. 하지만 집은 다르다. 나와 우리 가족이 사는 곳으로 우리 가족이 소유하는 것이다. 집의 소유는 장래의 불확실성을 줄인다. 이러한 심리적 특성 때문에 집의 가치가 상승하면 저축보다 소비가 늘어날 뿐만 아니라 이혼이 줄고 수명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정부는 주택 정책을 수립할 때 이 같은 속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적시에 맞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주택 정책의 유형은 수요정책과 공급정책 2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수요 관련 정책은 수요를 차단하거나 활성화하는 사전적 정책과 가격이 오르거나 내린 이후에 이뤄지는 사후적 수요 정책으로 구분할 수 있다. DTI, LTV 등의 금융규제 정책이나 금리 조정 등이 사전적인 수요 정책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취득세, 등록세, 양도소득세 조정 등은 사후적인 정책으로 분류된다. 또 공급 측면에서는 공공기관이 주택을 공급하는 보금자리와 같은 공공주택 정책과 민간이 공급을 담당하는 민간공급 정책 등이 있다. 이런 정책이 주택 시장에 미치는 강도와 지속성이 다르고 시기에 따라 처방해야 한다.

보통 주택 정책이 나온 이후 정책의도와 시장이 같은 방향으로 얼마나 움직였는가에 따라 얼마 효율성을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정책의사결정권자는 주택정책의 효과를 알면서도 주택시장에 현황에 맞지 않는 주택정책 수단을 선택하기도 한다. 일례로 참여정부는 주택가격 안정화와 주택경기 활성화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딜레마 상황에 빠진 나머지 취득세 감면 등의 사후적 수요정책 수단과 민간 공급정책 수단을 동시에 구사해 결국 가격이 폭등했다. 반면 MB정권은 사전적 수요억제 정책과 공공 공급 정책 수단을 선택했고 주택시장은 침체일로에 빠졌다. 소비 위축과 건설업체가 몰락하는 부정적 파급 효과도 있었다. 새 정부는 경기를 살리기 위한 정책 카드를 선택할 안목과 배짱을 갖추고 있을까? 아니면 다시 딜레마에 빠질까?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김광석 리얼투데이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