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침체된 자산운용업계에 활기를 불어넣고 투자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 온라인으로 펀드가입이 가능한 ‘온라인 펀드 슈퍼마켓’ 도입을 결정했다. 아직 걸음마단계에 불과하지만 자칫 제도의 실용성이 떨어질 경우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펀드투자를 시작한지 3년이 넘은 개인투자자 15명에게 물었다. 온라인 쇼핑몰처럼 현재 국내에 판매중인 펀드를 한눈에 비교분석해 가입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이용할 의사가 있는가. 전체의 3분의 1수준인 5명은 수수료가 저렴하다면 활용하겠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또 다른 5명은 펀드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지점을 이용할 것 이라고 말했으며, 나머지 5명은 한번쯤 방문해 그곳에서 제공하는 정보는 이용하되 온라인으로 펀드를 가입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시간을 두고 고민할 문제라고 대답했다. 다시 말해 전체의 30%수준인 5명만이 온라인 펀드 슈퍼마켓을 활용하겠다는 확실한 의사를 밝힌 셈이다.

투자자에 입각해 실용위주의 제도도입 필요

지난 1월 31일 금융위원회는 다양한 펀드 상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펀드 슈퍼마켓’ 도입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펀드 슈퍼마켓은 다양한 브랜드의 옷을 한데 모아 판매 대행을 하는 온라인 쇼핑몰처럼 현재 시중에 판매 중인 펀드를 모아 판매하게 된다. 기존에는 각 증권사나 은행의 홈페이지를 통해 각사에서 판매중인 상품만 가입이 가능했다면 이제는 한 곳에서 펀드 수익률을 비교하며 가입까지 한번에 해결된다.

온라인 펀드 슈퍼마켓 도입에 대한 시장이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특히 중소형자산운용사에서는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판매 채널을 확대할 수 있어 제도 도입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공청회 이후 지난 2월 14일 금융투자협회 주최로 열린 정기 집합투자위원회에서도 거론됐지만 이렇다 할 구체적인 사항이 논의되진 않았다.

아직 제도도입만 선언했을 뿐 뚜렷한 청사진조차 없는 상태다. 신동준 금융투자협회 집합투자위원회 부장은 “아직 뚜렷하게 결정된 사항은 없다”며, “4월은 돼야 얼개가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제2의 펀드이동제될까 우려

온라인 펀드슈퍼마켓제도는 걸리는 부분이 많다. 만약 취급하게 될 상품이 온라인전용펀드에만 국한될 경우에는 현재 각 금융사 홈페이지를 한 곳에 모아놓은 형태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경우 투자자의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에 오프라인 펀드까지 범위가 확대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신동준 부장은 “취급펀드를 오프라인까지 확대할 경우 판매사와 마찰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 사항은 심도 깊은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말을 아꼈다. 또한 일단 도입시기가 연내로 맞춰져 있으나 제도가 완벽하게 골을 갖춘 후 도입이 될지, 선도입후 발생 되는 문제에 대해 하나씩 보완해가는 구조로 이뤄질지 여부에 대해서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제도 도입 초기단계에 불과함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10년 도입돼 유명무실한 제도가 돼버린 ‘펀드 이동제’처럼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펀드  이동제도는 투자자가 환매 수수료 부담 없이 판매회사를 변경하는 것으로, 시행 3년 만에 관심이 시들해졌다. 2010년 시행 직후 월 5700건까지 달했던 이동은 최근 10분의 1로 줄었다.

한국예탁결제원은 펀드판매사 이동제가 시행된 지난 2010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3년간 총 3만2924건이 이동했다고 밝혔다. 이중 2010년 1월 이후 8개월간 이동건수가 전체의 61%수준인 2만179건이다. 펀드이동제에 대한 정확한 개념을 모르는 개인투자자들도 왕왕 있다. 따라서 이번에 도입되는 온라인 펀드 슈퍼마켓제도가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으려면 투자자들의 입장에서 실용성위주의 제도형성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