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노후자금 재취업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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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노후자금 등으로 미국 직장인들 사이에서 은퇴시기를 늦추거나 퇴직 후 재취업을 고려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 금융업에 종사하다 최근 회사로부터 명예퇴직을 권고 받아 퇴직한 한인 최 모(57)씨는 자신의 은퇴 계획을 전면 재고하고 있다. 60세쯤 은퇴를 고려했던 최 씨는 최근 한 금융설계사와의 미팅에서 62세 정도가 지나야 은퇴가 가능할 것이라는 조언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최 씨는 구직을 다시 결심했다. 무엇보다 사회활동을 충분히 할 수 있을 만큼 아직 젊다는 판단에서다.

# LA다운타운에 거주하는 한인 유 모(63)씨. 지난해 8월 은퇴한 뒤 요즘 재취업을 고려하고 있다. 은퇴 전의 계획과는 달리 노후 생활을 위해 모아둔 예금과 연금만으로 노후생활이 빠듯해서다. 유 씨는 얼마 전까지 몸 담았던 의류유통 관련 일을 열심히 물색 중이다.

 

미국 직장인들 사이에 은퇴 시기를 늦추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경제조사기관 컨퍼런스보드(CB)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45~60세의 직장인 1만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국 직장인 3명 중 2명이 은퇴를 늦추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수 십 년간 미국의 평균 근로자 연령은 꾸준히 증가했다. 이러한 추세를 이끈 원인으로는 기대수명 연장과 건강 상태 개선, 확정급여형 연금을 리스크가 높은 401(k) 연금상품으로 갈아타는 기업 증가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CB 측은 최근 근로자들을 안정시키는 경제지표가 속속 발표되고 있음에도 은퇴를 미룰 계획인 근로자 비율이 62%까지 치솟은 건 상당히 뜻밖이라는 반응이다.

CB는 중년을 맞이한 미국인들이 경기침체기에 저축을 줄인 탓에 노후 대비가 돼 있지 않아 부득이하게 은퇴를 늦추는 것으로 해석했다. 여기에 예금 이율이 낮고 퇴직 후 건강보험을 받을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CB는 분석했다.

비슷한 조사 결과가 근로자복지연구소(EBRI)에서도 나왔다. 지난달 31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근로자의 53%가 직장에서 제공하는 건강보험 혜택을 적용받기 위해 은퇴 시기를 늦추려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입장에서는 은퇴 시기가 늦어지는 것이 급여나 의료비 부문에서 다소 부담이 될 수 있는 반면 장기적으로 볼 때 이 같은 우려는 잘못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보스턴 대학의 케빈 케이힐 박사는 “고령 노동자의 경우 경제적으로 안정된 데다 고용주 입장에서도 노동 인구가 많을수록 제품이나 서비스 생산 능력이 향상된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에 고령 노동자를 기업이 확보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밝혔다.

기사제공=코리아타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