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느끼는 현실은 사물에 마음이 반응한 결과다. 저녁에 피로가 몰려와 잠들 무렵은 우리 마음이 가장 예민해진다. 그러한 상태에서 들리는 사람과 사물의 여러 움직임은 나를 방해 하거나 심지어 공격하는 것으로 오인하기 쉽다. 그러나 내 마음이 평화로울수록 사물의 변화에 대한 포용성은 증대된다. 그러므로 아침에 상쾌한 기분으로 듣는 소리는 내 생활의 응원가다.

밤늦은 시각, 중학생인 딸 녀석이 미뤄놓은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소리에 내 마음이 예민하게 반응을 한다. 그 다음 날 이른 아침 아내가 일찍 일어나 아침을 준비한다.그러나 이때 의 수돗물이 나오는 소리, 식기가 부딪치는 소리는 아침을 여는 교향곡으로 들린다.같은 소리이지만 밤에는 소음이 되고 아침에는 노래가 되는 것은 어째서 그런가? 이것이 곧 마음의 작용이다.내 마음이 평화로우면 질병 역시 찾아오지 않는다. 또 찾아온다고 할지라도 힘을 쓰지 못한다.

어느 날 공황장애로 고생하는 30대 중반의 남성이 찾아왔다. 다음은 그 남성과 나눈 대화다.

"며칠 전 배를 타러 나갔는데, 갑자기 공황이 엄습해서 너무 힘들었어요. 죽을 것 같았거든요. 과연 이런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당신은 계절의 변화를 두려워하나요?""아뇨.""죽음도 계절의 변화와 같아요. 죽음이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이 아니라, 죽음과 싸우는 내 습관, 죽음을 적으로 인식하는 생각이 우리를 더욱 두렵게 하죠.""선생님은 죽음이 두렵지 않나요? 과연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극복될 수 있을까요?""죽음이 적으로 느껴질 때는 두려워요. 죽음을 모든 것을 빼앗아가는 흉측한 악마와 같은 존재로인식한다면 계속 거부하며 투쟁할 수밖에 없고 두려움이 극복될 수가 없죠."

정상적인 두려움, 비정상적인 두려움

정상적인 두려움은 위험을 예방한다  본래 두려움이란 우리 삶에 필요한 필수 감정이다. 두려움이 있어야 건전한 경계심이 형성되어 위험을 예방할 수 있다.두려움이 증폭되면 고단해진다 그러나 그 두려움이 증폭된다면, 그 감정의 무게 때문에 삶이 고단해진다. 그러므로 내 삶의 비정상적인 두려움은 불필요하다.고단해지면 두려움이 더욱 증폭된다  평화를 잃고 사물을 적대시하는 마음은 다툼과 싸움을 불러일으키고 그 과정에서 두려움이 증폭된다. 죽음 역시 내 삶의 적이 아니다. 이미 내가 살아가는 동안 내 몸속에는 셀 수 없는 세포들이 태어나고 죽는다. 그렇게 죽음이 있기에 삶이 존재한다. 죽음은 삶을 존속시키며 삶은 죽음을 통해 영위된다. 이 둘이 어찌 둘일 수 있겠는가.

비정상적인 죽음에 대한 두려움 가려내기

생각의 착란이 두려움을 일으킨다 결국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생각의 착란이 일으킨 결과다. 그 두려움은 다시 내 생활을 위축시킨다. 마음의 평화는 점점 멀어진다. 그러나 내가 그리는 죽음, 내가 아는 죽음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지 않는 죽음을 존재한다고 착각하고 그 착각과 싸운다면 어떻게 그 문제가 해결될 수 있겠는가.누명 쓴 죽음에 대한 오해.  알고 보면 내가 생각하는 두렵기만 한 그 죽음은 없다. 그럼에도,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죽음이 연상시키는 폭력과 전쟁 같은 악적 요소 때문이다. 역대의 악인들은 사람을 죽이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 그 결과 죽음은 매우 큰 누명을 뒤집어썼다. 그래서 죽음은 이 세상에서 가장 흉물스러운 존재의 대명사가 되었다. 가장 큰 오해가 아닐 수 없다.죽음은 겸손과 앙보 본래 죽음은 겸손과 양보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러기에 죽음은 평화다. 죽음은 경건하다. 마음이 평화로운 성자(聖者)의 내면이 그러하다. 그의 마음 속에는 자기가 없다. 그는 철저히 죽어 있다. 깨달은 사람은 곧 나를 낮춘 사람이요, 내가 없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그를 해칠 사람도, 그를 두렵게 할 사물도 없다. 그는 결코 두려움이 증폭되지 않는다.30대 초반의 여성이 말했다.

"제 마음 병은 아무도 못 고쳐요. 정신과 상담으로 될 일도 아니고 약도 효과가 없어요. 아무도 해결 못 해요. 세상이 너무 원망스러워요. 제가 이 세상에서 제일 운이 없는 사람이에요.""만일 당신이 코브라에 물렸다고 가정해 봐요. 사방을 둘러봐도 해독제를 구할 수 없고, 해독제가 오기까지 독이 온몸에 퍼질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어요. 마치 이와 같은 상황이라면 해결책이 있을까요? 지금 당신의 입장이 이와 같지 않나요?""네. 맞아요.""꿈속에서는 코브라나 전갈에게도 물리고, 치아도 다 빠져 버리고, 총알도 맞죠. 해결될 수 없는 문제지만, 꿈을 깨면 문제가 되지 않아요. 지금 당신은 병을 너무 지나치게 문제로만 파악하고 있어요. 그 생각이 더 어렵게 하는 거죠.""그럼 제가 꿈이라도 꾸고 있다는 말인가요?"

악몽을 현실로 착각하는 오류

살기 어렵다? 악몽일 수도 내 생활이 심히 어렵게만 다가올 때가 있다. 그러나 어쩌면 우리는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꿈은 나 홀로의 꿈이 아니다. 집단적으로 꾸기에 그것이 꿈이라는 사실을 쉽게 놓친다. 내 삶이 심각해지는  것, 죽음이 두려워서 내 생활이 위축되어 있다면 악몽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어떻게 이 찬란한 세상에서 고통을 느낄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마음이 평화롭지 않다면 분명히 악몽이다.사물을 인정하기, 악몽에서 깨어나기 이제 우리는 악몽에서 깨어날 필요가 있다. 사물을 인정하는 마음, 포용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우리로 하여금 악몽에서 깨어나게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성현의 말씀을 읽고 쓰고 외우고 되새기며 생활에 적용하면 된다. 성현의 말씀은 사고의 폭을 넓혀주고, 내 감성을 깨워준다. 그리하여 나만의 생각과 감정에서 벗어나 크고 아름다운 이성과 믿음을 회복하게 된다.

무지와 착각으로 잃어버린 평화 찾기

악몽에서 깨어나면 마음의 평화가 찾아온다. 마음의 평화는 내가 왔던 자리, 나를 존재하게 하고 내가 살아갈 수 있는 거대한 기반이다. 이 자리를 찾으면 우리의 마음은 지극히 평화롭다. 어떤 이들은 이를 신(神)이라고 한다. 옛 우리 조상님들은 하늘(천· 天)이라고 표현했다. 자연의 이치요, 자연 그 자체다.마음 때 벗기 내게 어떤 희망도 없다면, 죽음의 문제 때문에 고통을 느끼고 있다면 마음의 평화라는 본연의 자리에서 멀어졌기 때문이다. 아니다. 본연의 자리에 있지만, 무지와 착각의 마음 때가 끼어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인정하기 포용하기 해결책은 내가 먼저 인정하기다. 포용하기다. 사랑하기다. 사랑하면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죽음을 포함한 그 어떤 사물에 대한 두려움도 증폭되지 않는다 어떻게 사랑할 수 있을까? 사랑하겠다고 결심하고, 회풀이를 삼가겠다고 다짐하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경전(經典)을 가까이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 매우 쉽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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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건강보험 제 2012.12월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