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ck- 국내 대표 애널리스트에게 묻는 2009 증시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바닥 왔다는 신호 아직 없어…
1분기에 리스크 더 커질 수도”

발문-“현재 기업도산을 각국 정부가 막고 있지만 이는 하반기 경기가 회복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없애는 것과 마찬가지다. 몇몇 기업들이 망해야 공급과잉이 완화돼 경기가 회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끝을 알 수 없는 박스권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 10월 국내증시는 저점인 900대를 기록한지 두달 만에 1200대를 회복해 맷집을 다시한번 확인시켰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1분기에 지수가 상승할거라 전망하고 있지만 언제 다시 저점으로 곤두박질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혼란의 시기, 과연 2009년은 투자자들에게 어떤 한 해가 될까. 국내 대표 애널리스트인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에게 2009년 증시와 투자자들이 궁금해하는 모든 것에 대해 들어봤다. 조익재 센터장은 "국내증시가 경기침체와 기업도산의 가능성을 안고 있다"며 "경기방향성이 위로 갈 거라 예상하지만 리스크가 1분기에 더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며 "기업도산을 막는 것은 하반기 경기가 회복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없애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우량주 중심으로 장기적, 보수적으로 접근하라"고 충고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 일답.

Q 2009년 증시에 대한 전망은.
각국 정부의 공격적인 정책이 경기를 부양시켰는지를 확인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증시가 오르는 유동성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2009년 상반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하반기에는 경기침체를 경기부양책이 이기면서 경기의 방향성이 서서히 위로 가지 않겠느냐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하지만 현재 시장은 경기침체와 기업도산 가능성, 두 가지의 리스크를 안고 있다. 각국 정부가 그 위험성을 알고 있기 때문에 공격적인 경기부양정책과 통화정책을 발표하는 것이다. 악재의 강도가 생각보다 강하게 나타나는 시기가 2분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따라서 1분기는 좋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본다.

Q 바닥이 왔다고 보지 않는 것인가.
바닥이 왔다는 신호가 없다. 예를 들어 반도체 가격이 바닥을 치고 올랐다지만 기업의 이익이 개선되는 신호가 아니다. 이번 랠리는 좋아지는 것이 보이면서 오른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다른 증권사들이 왜 주식시장은 계속 올라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오를 거라 예상하는지 납득이 안 된다. 리스크를 조장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주식시장이 더 오를 가능성은 있지만 리스크가 1분기에 더 커질 수 있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Q 기업도산이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상황인데 현재 주가가 위험하다고 보는 건가.
전 세계는 같은 권역 안에 들어와 있다. 주식시장은 기업 하나가 망한다면 ‘망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정성’ 때문에 망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까지도 주가가 폭락해 위험할 수 있다. 미국의 자동차업체도 정부 지원 없이는 쓰러질 상황까지 와있다. 우리나라도 정부 지원이 없다면 최소한 상장기업 중 10% 정도는 위험해질 가능성이 있다.

Q 구조조정이 빨리 일어나야 한다고 보는 건가.
이미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기업도산을 각국 정부가 막고 있지만 이는 하반기 경기가 회복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없애는 것과 마찬가지다. 몇몇 기업들이 망해야 공급과잉이 완화돼 경기가 회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 살리고 가겠다는 것은 경기회복 탄력성을 둔화시키는 꼴이다. 최악의 경우, 망해야 할 시기에 망하지 않고 경기가 좋아질 거라고 생각하는 하반기에 망할 수도 있다. 극단적으로 주식시장이 ‘상고하저’가 될 수있다.

Q 이번 유동성 랠리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최근 주가 상승은 적정지수를 염두에 두고 오르는 랠리가 아니다. 연말과 연초라는 특수성 때문에 심리적인 기대감이 극대화됐다. 이번 랠리는 지수상으로 1200~1300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바닥을 900으로 봐도 300 정도가 올랐으면 충분하다. 이번 주가상승은 정부의 통화스와프 체결, 금리 인하, 건설사 구제방안 등의 대책 마련을 통해 기업도산을 두고 보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본 것이다. 시장은 그것이 기업이 좋아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보는 착각에 빠졌다. 900까지 갔을 때의 불안정한 요인들이 아직 존재함에도 정부가 구제책을 내놓았다고 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Q 올해 증시 개인들의 대처 방법은.
개인들이 직접투자, 간접투자에서 매도시기를 놓쳐 많은 손해를 봤을 것이다. 펀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좋다. 직접투자는 재무건전성이 너무 안 좋거나, 중소형 기업이라면 반등 국면에서 어느 정도 손실을 회복하고 우량기업으로 갈아타는 것이 좋다. 지금은 우량기업도 충분히 많이 내려 접근할 여지가 많다.

Q 투자자들이 올해 주시해야 할 뉴스가 있다면.
금리를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한다. 정부정책이 금리 인하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대출금리에 반영이 안 되면 소용이 없다. 최근 시중금리도 함께 내리고 있어 주가가 오르고 있지만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정부가 금리를 낮춰 궁극적으로 목표하는 것은 민간소비가 살아나기 전 당분간 정부지출로 소비를 늘려 경기를 방어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가계부채가 과도한 상황이기 때문에 다시 빚을 내서 소비를 할 가계가 있을 것이라는 데 부정적이다. 따라서 금리가 얼마인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낮아진 금리에 의해 실제 가계지출이 정부 의도대로 살아날 것인지에 대한 지표, 즉 주택 구입, 가계소비 등을 봐야 한다.

Q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이 잇따라 빗나가면서 투자자들에게 신뢰가 무너졌는데 수장으로서 어떤 느낌인가.
애널리스트의 30%는 범죄인 취급을 받고 있다. 그들이 정보를 왜곡할 수 있다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주식은 제로섬이 아니기 때문에 다같이 이익을 보거나 손해보는 것이 가능하다. 만일 다같이 손해를 보는 때가 오기 전에 누군가가 먼저 그런 시기가 올 거라고 귀띔해 준다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애널리스트 입장에서는 담당기업들을 팔라고 해야 하고 전략가들은 종합주가지수가 내려갈 거라고 말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들어주는 투자자들도 기분 좋아하지 않는다.
리서치센터의 목적은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건데 그 종목을 들고 있는 사람들은 나쁜 보고서를 냈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했다고 비난한다. 결국 투자자, 정부, 기업들이 모두 싫어한다. 특히 기업은 나쁜 평을 쓰면 기업실사도 받아주지 않는다. 물론 언젠가는 개선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때가 언제일지는 알 수 없다.

Q 국내 경제가 언제쯤 나아질까.
성장률 기준으로 1분기를 최악으로 보고 2~4분기에 조금씩 올라갈 것으로 본다. 성장률이 방향성 측면에서 분명히 돌아서는 게 나타나지만 정부가 말하는 3%보다 현저하게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 방향이 긍정적이라 해도 2%대라면 경기가 좋아졌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5~6% 정도 올라야 경기가 괜찮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게 되려면 2010년은 돼야 할 거라고 본다.

Q 투자자들에게 제언 한마디 해주신다면.
현재는 어떤 일이 터질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이다. 시장을 낙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지만 긍정적인 징후가 전혀 없다. 오히려 각국 정부가 위험하다고 인식해 강력한 대책을 내놓은 것이기 때문에 굉장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투자자들은 그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오희나 기자 (hnoh@ermedia.net)

오희나 기자 hnoh@ermedia.net


키워드

#주식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