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다 출혈 경쟁을 막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이 허가제 도입이다. 출혈 경쟁은 소비자 입장에서도 좋지 않다.

해외 유학을 통한 글로벌 인재 양성을 목표로 1981년부터 활동하고 있는 한국유학협회(KOSA)의 제12대 신임회장으로 양길준 렛츠유학 대표가 선임됐다.

최근 급격한 환율 변동으로 국내 유학업계가 외환위기 이후 가장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양 신임회장의 어깨가 무겁다.

한국유학협회의 사단법인화, 유학업 허가제 도입 등 해결해야 큼지막한 과제들도 산적해 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 유일의 유학협회임에도 외부 홍보가 미비했던 점도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한국유학협회 이사에서 부회장을 거쳐 신임회장에 오른 양길준 대표를 만나 한국 유학산업의 현황과 비전에 대해 들어보았다.

Q. 먼저 당선을 축하한다. 하지만 경기가 좋지 않은 시기에 회장으로 선출돼 부담도 될 것 같다.

얼마 전 업계의 오랜 전문가로부터 “많은 유학업계의 사람들이 유학업의 미래를 향후 3년, 5년 정도로 보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적잖이 당황했고 위기감을 느꼈다.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다.

한국유학협회가 단순한 친목모임이었다면 출마하지 않았을 것이다. 협회에서 이사와 부회장으로 일해 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위기를 이겨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Q. 어렵다는 말을 많이 할 것 같다. 피부에 와닿는 체감온도가 어느 정도인가.
유학업이 환율 변동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업종이다 보니 지금 상황이 힘든 건 사실이다.

대구의 한 회원사 대표는 “지금이 10년 전 IMF 때보다 더 어렵다. 오히려 그 때가 더 좋았다”라며 걱정을 늘어놓기도 했다.

Q. 지난해 환율 직격탄을 맞은 데 이어 세계적 금융위기가 왔다. 국내 유학업 시장도 타격을 입었다고 들었다.

고육지책으로 영업점을 줄이고, 사무실 크기를 줄이고, 직원을 감원하는 등 위기를 겪은 회원사들이 많았다. 심지어 폐업을 고려하는 상황도 있었다.

시장이 위축되다 보니 출혈경쟁이 심해지는 악순환도 반복됐다.
전에 열 명의 학생을 수속하면 학생과 유학원 모두가 만족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스무 명, 삼십 명을 수속해도 유학원과 학생 모두가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Q. 내부 출혈경쟁을 막는 일이 시급해 보이는데,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일을 준비하고 있나.

필리핀 유학을 전문으로 하는 한 업체는 학생에게 “다른 유학원들을 다녀보고 견적을 받아오라. 그러면 그것보다 5만원 싸게 해 주겠다”고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또 다른 업체는 학생이 최저가를 불러서 옥션 방식으로 학비를 정하기도 한다고 들었다.

단시간 내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내기는 힘들지만, 그전에 유학은 교육이라는 슬로건을 회원사들 마음에 먼저 새기는 일이 중요할 것 같다.

Q. 선거 공약문을 보면 교육과학기술부 및 대정부 활동을 통해 유학업 허가제를 만들겠다는 공약이 있다. 허가제 도입이 왜 중요한가.

업체 간 과다 출혈경쟁을 막기 위해서 가장 시급한 것 중 하나가 바로 허가제의 도입이다. 인터넷 발달 이후 해외 로컬 유학원을 포함해 전국의 유학원이 몇 개인지 집계가 안 될 정도로 그 수가 많아졌다.

또한 대형 취업 알선 업체들이나 여행사들이 유학업에 진출하면서 출혈경쟁을 부추기는 꼴이 됐다.

허가제 도입을 통해 엄선된 업체들이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도모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출혈경쟁은 소비자 입장에서도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Q. 소비자 보호를 위해선 어떤 정책의 도입을 생각하고 있나.

세계유학협회 및 전 세계 각 학교 협회들과의 연계를 통해 소비자의 학비를 보호하는 방안을 연구하려 한다.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국제 유학, 어학연수 표준약관을 만드는 등의 정책을 실행하려고 구상 중이다.

Q. 130여개 회원사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서도 신경 쓸 일이 많을 텐데.

우선 국제교육교류 전문상담사를 통해 유학인의 전문성을 높이는 데 역점을 둘 것이다.

그 외 각종 언론활동 및 다양한 장학사업, 봉사활동 등을 통해 협회의 사회적 존재감을 높이는 데도 기여하고 싶다.

Q. 유학업에 종사하면서 자부심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회원사 대표 중에 2대에 걸쳐 유학원을 하고 계신 분이 있다. 그 대표는 “아버지가 유학원을 해 나를 이렇게 교육시키고 성장시켰기 때문에 이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한 적 있다.

그 말에 나 또한 강한 자부심을 느꼈다. 글로벌 인재를 양성한다는 사명감으로 일을 하고 거기서 자부심을 느낀다.

이재훈 기자 huny@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