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유통제약부장
이상훈 유통제약부장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의과대학 정원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이 최대 암초를 만났다.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짐을 싼지 한달이 넘어서면서, 의료공백기가 지나치게 길어진 게 화근이 됐다.

전공의들의 스승인 의대 교수들 마저 집단 사직 카드를 꺼내들고 정부를 압박하기에 이르렀다. 국민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의료행위를 하는 동네병원 의사들도 파업을 시사하며 배수진을 쳤다. 강경파로 알려진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회장이 차기 대한의사협회장에 당선되면서다.

전공의 빈자리를 채워왔던 대형병원 교수들이 근무시간을 단축하는 준법투쟁에 나서고, 동네병원 마저 문을 닫는 파업을 한다면 그나마 유지되어 왔던 의료체계는 더욱 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이처럼 강력한 의료계 반발에 더해 최근들어 지방 의료현장에서 응급진료를 거부당한 환자가 사망하는 사건도 계속되고 있다.

줄곧 의료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를 향해 ‘자격정지’ 운운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여왔던 정부가 대화를 제안하고 나선 이유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의료현실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정부와 의료계간 ‘의대 2000명 증원’을 둘러싼 간극은 여전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의료계와 대화를 강조하면서도 지난 3월 26일 국무회의에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방침은 변경 불가능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반면 의료계는 의대 정원 증원 문제는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나 보건복지부 장관과 차관 파면,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 사과까지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를 놓고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를 동시에 낸다. 일단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찬성표를 던지면서도 의대 증원이 자칫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한다. 환자 뿐아니라 의대생들의 수도권 쏠림현상과 돈이되는 성형외과 등으로의 진출이 정원을 확대한 이후에도 계속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정부는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겠다는 의지를 보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과 함께 보여줘야 한다. 일컨데 지역인재전형을 통해 지역 의과대학에 합격한 의대생들이 지역병원에서 수련하고 다시 지역병원에서 근무하는 ‘강제조항’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또 전공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도 하루 빨리 해결해야 한다. 전임의를 고용하는 병원에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등의 대안은 보여주기식 처방에 불과할 수 있다.

몇년 뒤 부터는 증원된 2000명의 의대생들도 병원에서 수련을 받는 정공의가 된다. 수련하면서, 진료도 보겠다는 전공의가 쏟아지는 환경이 만들어 지는 셈이다. 경영난에 빠진 대형병원들이 굳이 전임의에게 비싼 인건비를 지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실우구치)’라는 말이 있다. 꼭 지금 정부가 외치는 의료개혁을 두고 하는 말인 듯 하다. 수많은 전공의들이 떠난 의료계를 개혁하는 것은 실우치구의 우를 범하는 것과 다름 없다는 의미다.

물론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계도 반성이 필요하긴 마찬가지다. 집단행동 의도가 ‘기득권 지키기’에 연연하는 모습으로 비춰지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다수 국민이 의대 정원 증원 찬성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