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한미약품 임종윤, 임종훈 사장. 출처=임종윤·임종훈 사장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통합 결정에 반대하며 제기된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지만 지분 싸움에서는 이미 오너가 장·차남 측으로 승기가 기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형제 측 확보 지분만 이미 40%를 넘어 한미-OCI 통합법인이 한미그룹의 지주회사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이유에서다. 

26일 수원지방법원 제31민사부는 임종윤·종훈 한미약품 사장 측이 지난 1월 한미약품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를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을 기각했다. 두 사람은 한미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와 OCI그룹 통합에 반대하며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바 있다.

앞서 OCI홀딩스는 지난 1월 한미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지분 약 27%(7703억원)를 인수하고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는 OCI홀딩스 지분 약 10.4%를 취득하는 내용의 통합 계획을 발표햇다. 

지분 인수가 완료되면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에 오르고 임주현 사장은 OCI홀딩스 지분 10.37%로 개인으로서는 1대 주주가 된다. 

임종윤·종훈 형제의 OCI 통합 제동이 법적으로는 불발됐지만 결과는 달라질 것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형제 측이 확보한 한미사이언스 우호 지분율이 OCI홀딩스가 확보하게 될 지분 약 27%보다 10% 넘게 웃돌고 있어서다. 

현재 임종윤 사장의 한미사이언스 지분 9.91%를 포함한 직계 지분이 14.22%다. 임종훈 사장 지분 10.56%를 포함한 직계 지분도 13.79%에 달한다. 두 형제 지분은 28.01%다.

여기에 형제 측 손을 들어준 개인 최대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지분 12.15%와 임종윤 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디엑스앤브이엑스의 보유지분 0.41%까지 합치면 형제 측 우호 지분은 40.57%다. 

OCI홀딩스가 지주사가 되기 위해서는 한미사이언스 지분 30%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지주사가 되기 위해서는 상장 자회사 지분 30% 이상 요건을 갖춰야 가능한 탓이다. 일단 지주사로 체제를 전환하고 나면 2년이라는 유예기간이 주어져 추가 지분 확보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현재 오너가와 관련 재단, 신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지분은 국민연금(7.66%)과 소액주주(약 6%)가 전부다. 결국 나머지 지주사 요건 30%를 채우기 위해 나머지 3%를 시장에서 조달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공정거래위원회 허가가 나야 가능하다. 

게다가 OCI홀딩스가 공정거래법상 30% 요건을 충족한다 하더라도 형제 측이 40%를 웃도는 우호 지분을 확보한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최대주주의 자격이 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오는 28일 열리는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가 한미그룹 일가의 경영권 분쟁과 한미-OCI그룹 통합의 향방을 가를 마지막 관문이 됐다. 

임종윤·임종훈 사장 측은 “법원의 가처분 기각에 대해서는 ‘즉시항고’ 진행할 예정으로 본안 소송을 통해서도 재판부의 판단을 받을 계획”이라며 “해외매각 등 근거 없는 한미 모녀 측 유언비어에 현혹되지 마시고 한미 주주분들 및 전현직 임직원들께서도 두 형제와 뜻을 함께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