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철 대상 글로벌마케팅실 GKC2팀 식품글로벌사업총괄 팀장. 출처=대상
박정철 대상 글로벌마케팅실 GKC2팀 식품글로벌사업총괄 팀장. 출처=대상

“고추장과 간장, 된장, 쌈장, 김치 등 대상이 강점을 지닌 한국 전통 소재를 활용해 소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앞으로 현지 식문화를 접목한 ‘K인스파이어드’ 퓨전 소스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18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대상 본사에서 박정철 대상 식품글로벌BU 글로벌마케팅실 GKC2 팀장(48)을 만나 ‘오푸드’ 소스 사업 성과와 향후 계획을 화제 삼아 대화를 나눴다. 박 팀장은 2022년 말부터 팀을 이끌고 있다. 오푸드는 대상이 운영하는 글로벌 식품 전용 브랜드다.

오푸드 소스는 현재 미국·유럽 등 해외 40개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베트남·중국·일본·미국·인도네시아에서는 오푸드 소스를 직접 생산, 판매한다. 오푸드 소스의 제품 가짓수(SKU)는 무려 570개에 이른다. 1973년 글로벌 무대로 나선 이후 50년 넘게 해외 사업을 키워온 대상의 업력과 내공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박정철 팀장은 “소스 산업이 발달한 동남아시아에는 현지 법인이 일찌감치 설립돼 시장에 진입한 지 오래됐다”며 “현지 생산 시에는 자체 연구개발이 가능하지만 국내 본사에서 제품 규격을 잡아주거나 연구개발을 추가로 지원하는 등 서로 협력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또 해외 각지에서 소스 사업이 활발히 전개되면서 연구원들이 일본 인도네시아 등에 많이들 파견 가 있다”면서 “한국 본사가 숙성물 등 고추장 기본 원료를 해외 법인에 공급해주기도 한다”고 부연했다.

특히 미국, 유럽과 같은 서구권 국가에서 고추장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전통 장류에 호응하는 점이 흥미롭다. 미국 현지인들이 애용하는 대형 슈퍼마켓 체인 ‘크로거’에는 튜브형 내추럴 고추장 등이 입점해 있다. 미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아마존에서는 500g짜리 사각형 고추장 제품이 인기를 끈다는 후문이다.

박 팀장은 “아직까지 한인 마트로 불리는 ‘H마트’를 통한 교민 시장 매출 비중이 크지만 요즘은 에스닉 계열(이국적인 특색을 지닌 음식) 아시안 푸드 카테고리 내에서도 K푸드 관심도가 커지는 추세”라며 “이제는 메인스트림 유통채널 바이어들이 H마트 등에서 시장 조사를 거치고 난 뒤 납품을 먼저 요청해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K푸드 인기에 힘입어 교민 시장에서 시작한 유통 범위가 점차 확장하는 흐름”이라면서 “지금은 오푸드 내추럴 고추장 생산시 현지 소비자들이 꺼려하는 물엿이나 조미료 등을 배제하는 등 이들 입맛에 맞게끔 제품을 현실화하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샐러드에 김치소스”…오푸드 소스사업 성공 비법은 ‘현지화’ 

대상 오푸드 ‘김치 페이스트’와 ‘김치 스프레드’. 출처=대상
대상 오푸드 ‘김치 페이스트’와 ‘김치 스프레드’. 출처=대상

‘철저한 현지화 전략’은 오푸드 소스가 세계인 입맛을 사로 잡은 핵심 비결이기도 하다. 되직한 쌈장은 물성에 변화를 줘 묽게 구현하고 찍거나 뿌려먹기 좋은 파우치·병 등 패키지에 담아낸 사례가 대표적이다. 샐러드 채소에 뿌려먹을 수 있는 김치 페이스트와 빵에 발라 먹는 잼 타입의 김치 스프레드도 활발히 판매되고 있다.

여기에 박 팀장과 팀원들은 제품을 변주하면서도 한국적인 요소를 어떻게 부각시킬지 부단히 고민하고 있다. 오푸드 소스 제품 앞면에 노출되는 ‘쌈장’, ‘깔끔한 김치양념’, ‘찍먹 소스’ 등 단어들도 이런 고민의 결과물이다. 한국적인 맛을 최대한 전파할 수 있도록 제품을 연구 개발하는 일에도 남다른 품을 들이고 있다.

박정철 팀장은 “소스 물성이나 성분, 제품 패키지 등을 현지 시장 환경에 맞춰 제품을 개발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며 “특정 국가를 겨냥해 소스를 개발했더라도 이 제품이 나머지 국가들에서는 식품 규격상 허용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해 해외에서 자리 잡기까지 그야말로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국내 시장에서 잘 팔리는 소고기 비빔 고추장만 하더라도 해외 출시가 어렵다”면서 “아직 개발된 제품은 없지만 소고기 대신 대체육을 넣어 기획하는 방안도 논의하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오푸드 소스 사업은 한마디로 순항 중이다. 소스는 대상이 밀고 있는 4대 글로벌 전략 품목 중 하나이기도 하다. 2023년 오푸드 소스 해외 사업부문의 매출액(직수출 및 현지생산·판매분 전부 포함)은 약 120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직수출 비중은 전체 매출의 약 48% 수준이다.

올해 사업 전망도 밝다. 내부적으로 올 한해 ‘전년 대비 두자릿수 매출 신장’을 이뤄내겠다는 경영 목표도 세웠다. 오푸드 소스 사업의 앞날에 긍정적인 시선이 모아지는 배경에는 대상이 긴 시간 축적해온 기술력이 자신감처럼 깔려있다.

박 팀장은 “해외 젊은 소비층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한식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응답이 높게 나타나는 등 K푸드 인지도는 날로 확대되는 분위기”라면서 “특히 최근 대세로 떠오른 떡볶이 등 이른바 ‘K스트리트푸드’도 소스 기반 완제품으로 소비되는 현상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결국 K푸드를 생산하는 대상만의 기업 정통성과 기술력이 해외 시장에서 통하는 무기가 될 것으로 본다”며 “회사 차원에서 강점을 지닌 장류와 김치 원료를 활용한 제조 기술력에 조미 기술을 더해 한국의 맛을 구현해내고자 한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