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방침에 반발해 시작된 전공의(인턴∙레지던트) 집단행동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며 60여개의 상급종합병원 병동이 폐쇄되거나 통합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의가 떠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간호사들은 짧은 교육 직후 의사 업무에 무방비로 투입되고 있다.

23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의 자료와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까지 전국 종합병원에서 폐쇄되거나 통합된 병동의 수는 60개가 넘는다. ‘빅5 병원’ 가운데 하나인 서울대학교병원 본원이 관련 병동 수가 7개로 가장 많았다.

빅5 병원 가운데 하나인 서울아산병원 소속 의사들이 병원 입구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사진=이혜진 기자
빅5 병원 가운데 하나인 서울아산병원 소속 의사들이 병원 입구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사진=이혜진 기자

이어 ▲부산대∙동아대(6개) ▲충북대∙조선대∙대구가톨릭대(4개) ▲전남대∙대전성모∙원광대∙건양대(3개) ▲서울대보라매∙여의도성모∙경북대대구∙제주대∙순천향대부천∙대구파티마(2개) ▲순천향대서울∙순천향대천안∙경북대칠곡∙강원대∙계명대동산(1개) 등의 순이다. 통화가 안 되거나 수치를 밝히지 않은 곳들까지 더하면 실제 수치는 이보다 훨씬 많을 전망이다.

국립 병원인 중앙의료원을 포함해 비상 경영 체계에 돌입한 상급병원도 적지 않다. 이런 병원 중 연세의료원은 지난 21일부터 간호사 등 일반직들의 ‘안식 휴가’를 공지했다. 22일 세브란스병원노동조합은 관계자는 “무급 휴가 사용을 ‘강요’하면 병원을 즉시 고발하겠다”고 했다.

이외에도 수도권(서울대∙아산∙여의도성모∙경희대∙한양대구리 등)과 지방(부산대∙충남대∙제주대∙울산대∙대구가톨릭대∙대전가톨릭대∙순천향대천안∙부산백병원∙해운대백병원∙동아대병원∙대전을지대∙건양대 등) 병원들이 무급 휴가를 권고했다.

제주대병원이 사내에 공지한 이달 비상진료대책. 병동 통합 등에 대한 계획이 설명돼 있다. 자료=의료연대본부
제주대병원이 사내에 공지한 이달 비상진료대책. 병동 통합 등에 대한 계획이 설명돼 있다. 자료=의료연대본부

일부 간호사들은 충분한 교육도 없이 낯선 업무 환경에 배치되고 있다.

간호사 중심의 양대 보건노조 중 하나인 의료연대본부의 김동아 정책부장은 “보통 간호사가 병동을 다른 진료 과목으로 옮기기 전 1~2주간의 교육 기간을 거친다”며 “그런데 전공의 집단행동 이후 서울대에선 30분~1시간만 교육받고 투입된 간호사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임자가 어떻게 일하는지 보지도 못한 채 현장에 뛰어드니 간호사들이 의료 사고가 나면 어쩌나 불안해한다”며 “특히 이렇게 교육받은 사람들은 응급 약물이나 항암제 투여처럼 의사가 하던 고난이도의 의료행위를 하기 전 굉장히 곤란해한다. 이는 결국 환자의 안전에도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