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네그로 대법원이 테라-루나 사태의 주범 권도형의 한국행을 22일 보류시켰다. 현지 대검찰청이 법원의 권씨 한국 송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한 후 벌어진 일이다.

당분간 그의 거취를 두고 치열한 공방전이 불가피해졌다.

법원으로이동하는 권도형 씨. 사진=연합뉴스
법원으로이동하는 권도형 씨. 사진=연합뉴스

권씨는 테라폼랩스를 중심으로 테라-루나 생태계를 가동해 혜성처럼 업계에 등장한 바 있다.

엄청난 관심을 끌며 승승장구했다. 당장 루나는 한 때 암호화폐 시가총액 10위권에 이름을 올렸고 테라도 스테이블 코인 업계에서 시가총액 180억달러를 기록하며 3위에 올랐다.

다만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시작되며 테라-루나의 모델이 '사상누각'이라는 것이 입증되고 말았다. 이후 테라-루나 생태계는 몰락의 길을 걸으며 전체 가상자산 시장에 엄청난 타격을 줬다.

권 대표는 이후 잠적했다. 한동안 행방이 묘연했다. 그러나 위조여권을 들고 몬테네그로에서 출국을 시도하다 체포, 현지 구치소에 수감되고 말았다.

권씨가 수감됨과 동시에 현지에서는 그의 신변을 두고 신경전이 벌어졌다. 한국에서는 투자자들에게 리스크를 알리지 않은 채 지속해서 가상자산을 발행하는 등 허위 정보를 제공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수사대상에 올랐으며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증권사기 혐의 등으로 그를 기소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법정 공방이 이어진 가운데 원심에서는 미국 송환으로 가닥이 잡혔다. 그러나 지난 8일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은 권씨에 대한 미국 인도 결정을 뒤집고 한국으로 송환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송환이 아닌 한국 송환을 원하던 권씨의 항소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권씨 입장에서는 가상자산을 증권으로 일부 인정하는 미국 법정에서 경제사범이 되어 중형을 선고받는 것보다, 가상자산을 증권으로 인정하지 않는 한국에서 민사 소송에만 대응하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 이런 가운데 항소법원도 20일 권씨의 한국 송환을 전격적으로 확정했다.  

미국 정부의 공문이 먼저 도착했다고 본 원심과 달리 "한국 법무부가 지난해 3월 24일 영문 이메일로 범죄인 인도를 요청해 미국보다 사흘 빨랐다"며 한국 송환의 정당성에 무게를 실었다.

상황이 또 달라진 것은 몬테네그로 대검찰청의 반격이 시자되면서다. 21일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대법원에 적법성 판단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법원이 권씨의 한국 송환을 결정한 것은 정규 절차가 아닌 약식에 불과했다고 주장하는 한편 항소법원이 항소심에서 대검찰청 검사의 의견을 듣지 않은 점도 문제 삼았다. 그 연장선에서 대법원이 권씨의 한국 송환에 전격 제동을 건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한편 대법원의 한국 송환 보류 결정이 나옴에 따라 권씨의 추후 행보는 오리무중으로 빠졌다. 이런 가운데 대법원이 '송환 보류'라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에 아직 한국 송환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