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챗GPT
출처=챗GPT

HBM(고대역폭메모리)과 같은 AI 반도체뿐 아니라 D램, 낸드플래시, 차량용까지 전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면서 반도체 시장이 이른 봄을 맞이했다. 이 같은 기조는 실제 수출 성과에도 반영되면서 올해 한국 경제에 이바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크론 잭팟

22일 업계에 따르면 3대 메모리 업체 중 하나인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2024회계연도 2분기(12~2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마이크론은 지난 2분기 매출이 58억5000만 달러(약 7조7630억원)를 웃돌았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조사기관 런던 증권거래소그룹(LSEG)가 집계한 월가 전망치(53억5000만 달러)를 넘는 수준이다. 주당 순이익은 0.42달러(563원)로 기록되며 전망치(0.25달러 손실)를 뛰어넘었다.

당초 시장은 마이크론이 24회계연도 3분기는 돼야 흑자전환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이보다 한 개 분기 빨리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주목할 점은 3개월식이나 빨리 흑자전환이 된 이유가 HBM 때문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마이크론은 실적발표에서 HBM 시장에서 내년 D램과 유사한 20% 점유율을 차지하기 위해 순항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동시에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도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Non AI 메모리 수요도 증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고무적인 분위기는 온디바이스 AI로 더욱 짙어지고 있다. 당장 올해 초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 온디바이스 AI 스마트폰인 ‘갤럭시 S24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온디바이스 스마트폰 출하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에 따라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D램 수요가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온디바이스 스마트폰의 경우 일반 스마트폰보다 50~100%, 온디바이스 PC는 40~80% 많은 D램이 필요하다고 추정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트포스는 올해 기기당 D램 용량 증가율이 서버, 노트북, 스마트폰 각각 전년 대비 17%, 14%, 12%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KB증권은 “특히 스마트폰과 노트북은 2024년 온디바이스 AI 시장 개화로 2025년부터 D램 용량 증가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도 훈풍이 불고 있다. AI와 클라우드 컴퓨팅 등에 쓰이는 고성능·고사양 제품인 232단 낸드 수요가 늘어나고,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반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낸드 가격은 지난해 10월부터 반등을 시작해 5개월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으며, 지난해 반도체 혹한기에 가동률을 20~30% 수준까지 떨어졌던 삼성전자 중국 낸드플래시 생산기지인 시안팹 가동률은 현재 70%선을 회복한 것으로 전해진다. 

타이트한 공급

수요가 늘어나는 한편 '타이트'한 공급도 반도체 업사이클을 더욱 부채질할 전망이다. 최신 생산시설로의 전환과 생산시설 양분 때문이다. 

차세대 D램인 DDR5와 HBM을 생산하기 위해선 4세대(1a) 이상의 생산시설이 필요하고, 지난해부터 메모리 3사(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는 4·5세대로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문제는 기존 생산시설을 최신 세대 공정으로 전환하면서 5% 정도의 생산능력(CAPA)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또 이렇게 전환한 생산시설을 HBM과 D램이 양분해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 D램에 있어 공급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 마이크론은 이번 실적발표에서 “HBM이 일반 D램 대비 웨이퍼 소모량이 3배에 달한다”고 언급하면서 HBM 수요 덕분에 D램 공급이 제약될 수 있음을 암시했다. 

영업이익 증가폭은 더욱 가파를 것으로 기대된다. 작년 메모리 가격 하락으로 인해 재고자산 가치가 상각되면서 손실이 발생됐는데, 가격이 다시 반등하면서 재고자산 재평가로 인해 이익률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장용 메모리는 ‘덤’ 

HBM 이외에도 이번 반도체 업사이클이 기존 업사이클과 다른 또 다른 점은 바로 전장용(자동차 전기/전자 장비) 반도체다. 

삼성전자는 최근 독일 콘티넨탈 ADAS(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 사업부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장용 반도체에 대한 관심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차량용 메모리 시장의 성장세는 타 시장 대비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차량용 메모리는 ADAS 및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기능 등 고도화로 장착 수가 급증하고 있다. 자동차용 UFS(Universal Flash Storage) 제품의 경우 2022년 기준 1대당 47GB가 투입됐다면 2027년에는 157GB로 3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UFS는 기존 메모리 병렬 데이터 전송 방식에서 직렬 방식의 데이터 전송으로 읽기, 쓰기가 동시에 가능한 낸드 플래시 메모리 제품군이다.

시장조사업체 욜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차량용 메모리 시장은 2021년 43억 달러에서 2027년 125억 달러로 20%의 연평균 성장률을 보일 전망이다. 전체 메모리 시장 내 차량용 메모리의 비중도 4.7%까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업계의 반도체 교체 주기도 3~4년 수준으로 단축되는 추세다.

마이크론 또한 “레벨2 이상의 ADAS 채택이 늘어나면서 전장 분야에서 강력한 성장을 경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도 한몫하며 수출 이끌어

반도체 업사이클은 이미 한국 수출 성적표에 찍히기 시작했다.  

이달 반도체 수출액은 대중국 수출을 중심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관세청 통계 기준 3월 1~20일 반도체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63억3557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6.5% 늘었고, 전월 1~20일(52억8798만달러)보다 19.8% 증가했다. 

일각에서 연초 계절성 수요 감소 등으로 반도체 수출 모멘텀이 다소 약화될 수 있다고 봤으나, 이를 뒤엎는 수준의 성장률을 보인 것이다. 

서프라이즈 성과에는 중국이 중요했다. 최근 중국의 경기는 반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제 작년 중국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2022년 대비 6.5% 증가한 2억8900만대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한국의 중국 반도체 수출은 1, 2월에 전년 동월 대비 각각 44%, 38.7% 늘었으며, 홍콩 수출은 200.1%, 247.2%씩 확대됐다. 

중국은 반도체 최대 시장으로 중국의 경기가 살아날수록 대중국 수출이 늘어나 업황 회복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