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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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보험사의 여성 임원 비율이 10%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확산하면서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됐지만, 보험업계에는 여성에 대한 ‘유리 천장(고위직 승진을 막는 조직 내 장벽)’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지적이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시된 대형 보험사 8곳(삼성화재·현대해상·메리츠화재·DB손보·KB손보·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의 지난해 12월 사업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메리츠화재·교보생명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이들 8개 보험사의 여성 임원 비율은 9.65%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박혜진 기자

8개 보험사의 전체 임원 수는 456명으로, 이 가운데 여성 임원 수는 44명이었다. 임원은 사내이사, 사외이사, 미등기 임원을 모두 포함했다. 특히 손보사의 여성 임원 비율은 8.33%로 생보사(11.67%)보다 더 낮았다.

회사별로 보면 여성 임원 비율이 가장 높은 회사는 삼성화재였다. 삼성화재의 여성 임원 비율은 17.46%로 전체 임원 63명 가운데 11명이 여성이었다. 이어 삼성생명(15.15%)과 한화생명(10%)의 여성 임원 비율도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DB손보와 KB손보의 여성 임원 수는 1명으로 가장 적었다. DB손보의 여성 임원 비율은 1.59%에 불과했다. KB손보는 2.27% 수준이었다. 메리츠화재(8.89%), 교보생명(9.26%), 현대해상(9.84%)의 여성 임원 비율은 DB·KB손보보다 높았지만, 10%에 미치지 못했다.

최근 ESG 경영이 확산하면서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됐다. 기업이 가져야 하는 사회적 책임 영역에는 성평등, 인권 등의 항목이 포함된다. 2022년 8월부터는 자본금이 2조원을 넘는 상장 기업은 이사회의 이사 가운데 적어도 1명 이상을 여성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되기도 했다.

하지만 보험업계의 유리 천장이 깨지는 속도는 더딘 편이다. 특히 국내 보험사의 경우 아직까지 여성 수장이 등장하지 않았다. 외국계 보험사에서는 3명의 여성 CEO가 탄생했다. 보험업계 최초 여성 CEO였던 손병옥 전 푸르덴셜생명 사장을 시작으로 현재는 조지은 라이나생명 대표이사, 모재경 에이스손보 대표이사가 회사를 이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보수적인 금융업권 중에서도 유독 경직돼 있는 보험사의 분위기를 원인으로 꼽는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금융권 자체가 보수적이지만 보험업권은 그중에서도 특히 더 보수적인 편”이라며 “최근에는 여성 직원을 많이 뽑고 있지만, 과거에는 잘 뽑지 않았기 때문에 임원이 될 수 있는 여성 인력 풀 자체가 좁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에 보험사들은 최근 여성 직원의 커리어 성장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등을 실시하고 있다. KB손보는 이달 여성 직원의 역량 개발을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인 ‘KB 위시(WISH) 멘토단’을 출범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