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 제47기 정기주주총회. 사진=금호석유화학
금호석유화학 제47기 정기주주총회. 사진=금호석유화학

금호석유화학 박철완 전 상무의 세 번째 ‘조카의 난’이 박찬구 회장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박철완 전 상무는 차파트너스자산운용과 손잡고 자사주 전량 소각을 포함한 정관 변경을 요구했으나, 주주총회에서 결국 박찬구 회장의 ‘벽’을 넘지 못했다.

금호석화는 22일 서울 중구 시그니처타워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박철완 전 상무와 차파트너스가 제안한 안건들이 모두 부결됐다고 밝혔다. 박철완 전 상무 측은 ▲지분율 18.4%의 자사주 전량 소각 ▲이사회 없이 주총 의결만으로 자사주를 소각할 수 있도록 정관 변경 ▲감사위원회 신규 사외이사로 김경호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 선임을 요구했다.

반대로 금호석화 이사회 측이 제출한 안건들은 모두 가결됐다. 금호석화 이사회는 ▲2026년까지 자사주의 50%에 해당하는 262만주 소각 ▲6개월 동안 소각 목적의 자사주 500억원 추가 매입 ▲감사위원회 사외이사로 한동대 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선임을 제안했다. 

‘배당금’ 아닌 ‘자사주 소각’ 앞세운 이유는?

박찬구 회장(왼쪽부터)과 박철완 전 상무. 사진=금호석유화학
박찬구 회장(왼쪽부터)과 박철완 전 상무. 사진=금호석유화학

박철완 전 상무는 금호석화 10%의 지분을 가진 개인 최대주주로, 박정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아들이다. 박철완 전 상무는 지난 2021년, 2022년 잇따라 삼촌인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을 상대로 경영권 분쟁을 시도했으나, 박찬구 회장 등 현 경영진이 가진 지분이 15.89%에 잇따르는 탓에 표 대결에서 두 번의 패배를 경험했다. 이후 해임된 박철완 전 상무는 2023년 주총에서는 별도의 제안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정부가 자사주 소각을 골자로 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새롭게 불씨가 붙었다.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주주환원에 대한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는 시기, 박철완 전 상무가 자사주 소각을 앞세워 경영권을 가져올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을 구성한 것이다.

실제로 이번에 박철완 전 상무가 제안한 안건은 2021, 2022년도와 차이가 있다. 박철완 전 상무가 과거 두 차례의 주주총회에서 요구한 핵심 안건은 높은 배당금이었다. 2021년에는 회사 측이 제시한 배당금 보다 160% 많은 금액을 요구했으며, 2022년에는 약 1.5배 많은 배당금을 제안했다. 그러나 올해 정부가 주주환원 정책을 강조하고, 차파트너스와 손을 잡게 되면서 배당금 증액보다 자사주 소각에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다.

박철완 전 상무와 차파트너스는 “미소각 자사주가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명분을 전면에 앞세웠다. 실제로 경영권 분쟁이 한창이던 지난 2021년 금호석화는 지분의 0.6%에 해당하는 17만1847주를 화학 전문 기업인 OCI의 29만8900주와 맞교환했다. 이로 인해 박찬구 회장의 의결권은 06% 증가하고, 박철완 전 상무의 의결권은 0.1% 감소했다.

지난 간담회에서 차파트너스 또한 “현재 보유 중인 자사주 18.4% 전량을 우호주주에게 처분할 경우 현 경영진의 의결권은 기존 19%에서 35%로 대폭 늘어나고, 일반 주주들의 배당 수익도 크게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실패는 예견된 일…허무하게 끝난 ‘3차 조카의 난’ 

그러나 주주총회 이전부터 박철완 전 상무의 패배는 예견됐다는 의견이 앞서기 시작했다. 금호석화 경영진들이 자사주 절반을 분할 소각하겠다며, 선제적 대응에 나섰기 때문이다. 동시에 박철완 전 상무의 이번 경영권 분쟁이 자신의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엑시트’가 아니냐는 의문도 커지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면 주가가 급등하는 점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금호석화의 손을 들어주면서 박철완 전 상무의 패배가 가시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ISS는 “자사주가 지배력 강화 목적으로 사용됐거나 사용될 것이라는 점을 입증할 충분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주주 결의만으로 자사주를 소각하는 것은 국내 상장사 중 전례가 없거나 어느 회사의 정관에도 규정돼 있지 않다”고 전했다.

글래스루이스도 지난 12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최근 몇 년간 이사회 차원에서 상당한 수준의 이사 교체가 이뤄졌고, 이사회가 향후 3년간 자사주의 50% 소각 계획을 발표해 제안자가 제기한 우려와 잠재적 위험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캐스팅보트로 꼽히는 국민연금 또한 지난 22일 박철완 전 상무와 차파트너스가 제출한 안건에 대해 모두 반대 의사를 밝혔다. 국민연금의 금호석화 지분은 9.08%로, 자사주를 제외한 의결권 행사 가능한 지분만 고려할 경우 11.1%에 달한다.

박철완 전 상무는 2021년 이후 계속해서 경영권에 도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철완 전 상무는 2021년 본인을 사내이사로 선임하고자 주주제안을 올렸으나 표 대결에서 졌다. 2022년에는 보통주와 우선주 현금 배당에 관한 주주제안을 제출했지만 또다시 표 대결에서 밀렸다. 1차, 2차 조카의 난 모두 박찬구 회장의 견고한 지지세력을 이기지 못한 것이다.

한편 시장에서는 박철완 전 상무의 세 번의 ‘조카의 난’이 모두 실패로 돌아가며, 일반 주주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철완 전 상무가 손해가 없는 싸움을 통해 자신의 주가를 올리고 있다는 의견들이 만연한 가운데 주주환원 및 주주가치 재고를 이유로 다시 경영권에 도전하기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