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안성 MP허브터미널. 사진=CJ대한통운
CJ대한통운 안성 MP허브터미널. 사진=CJ대한통운

물류업계 ‘뜨거운 감자’로 알리익스프레스(알리)가 떠올랐다. C커머스가 주목 받으며 물동량 증가가 수반돼서다. CJ대한통운(대한통운)과 알리익스프레스의 결별설이 도는 가운데 물류업계에서는 이같은 일이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한다. 복잡한 직구 물류 절차를 대단위로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업이 사실상 CJ대한통운밖에 없기 때문이다.

22일 물류업계 일각에 따르면 알리가 올해 대한통운과 물류 재계약을 앞두고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경쟁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물망에 오른 주요 사업자로는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등이 거론된다.

이에 대한통운 입장이 난감해졌다. 알리와 완전히 재계약이 불발될 것 같은 분위기에 당장 주가부터 움직였다. 실제 CJ대한통운 1주당 가치는 지난 20일 12만8700원에서 21일 12만원으로 6.8% 급락했다.

주주들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해 해외사업 부진에도 견조한 실적을 기록한 원인이 알리의 물동량 증가에 기인해서다. 대한통운은 지난달 2023년 실적을 발표하며 국내사업 신규수주 확대 성과 등으로 영업이익이 16.6%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덕분에 대한통운은 지난해 4분기 택배부문 영업이익률이 역대 최고인 8%대 기록을 달성했다.

도착보장 대한통운, 대체 힘들어

택배업계는 대한통운을 배제한 알리 배송은 힘들다는 전망이다. 배송 안정성 확보 문제가 무엇보다 크다. 현재 알리 배송은 대한통운, 한진, 우체국택배, 페덱스 등이 담당하고 있다. 이 중 대한통운 배송 물량이 약 80%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대한통운의 도착보장 시스템이 알리 배송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도 향상에 큰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직구의 경우 대부분 항구→통관→물류사 집하 순으로 진행된다. 국내 배송보다 까다로운 과정이 2개나 더해져 물류 효율화 노하우를 집약해야 제 시간에 배송이 가능하다.

신뢰도는 배송의 핵심이다. 잊을만하면 오던 알리 배송이 예전 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게 바뀐 것에 국내 소비자들은 이미 익숙해진 상태다. 이 상황에서 배송지연 및 배송불만이 늘어날 경우 지난해 불붙은 알리 돌풍이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 장담하기 힘들다.

국내 이커머스업체들의 막강한 물류 경쟁력도 알리가 대한통운 손을 놓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쿠팡은 물론이고 국내 이커머스들은 모두 익일배송 경쟁력을 갖췄다. 최근에는 할인에 집중하며 경쟁 강도를 높여 알리로서도 껄끄러운 상황이다.

대한통운 내에서도 알리와 계약해지 분위기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양사 재계약 시점은 6월이다. 대부분의 경우 주계약 업체를 바꿀 때는 혼선을 우려해 미리 사업자 변경 상황을 알리고 협조를 구한다. 업계에 따르면 이는 통상 3~4개월 전에 진행된다.

그러나 대한통운은 알리에 이러한 연락을 전혀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협업 강도 자체도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쟁 입찰은 당연”

다만 경쟁 입찰 진행은 당연하다는 말이 나온다. 사업 안정성을 위해 다자계약 형태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협력업체만 지정하면 해당 기업은 문제 발생시 대처가 어렵다. 대부분의 기업이 원자재 조달이나 물류 등에서 2개사 이상과 계약하는 이유다.

물량 증가도 다자계약 확대 가능성을 높인다. 최근 C커머스 알리와 테무는 한국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이에 물동량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도 “대한통운 평균택배단가는 박스당 2326원으로 전년 보다 3.1% 상승해 택배사업부문 영업이익률이 8%로 역사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며 “이커머스 물동량은 1437만박스로 성장률이 둔화됐으나, 2024년에는 신규 고객사 확보로 성장률 10% 이상으로 회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관련 알리 관계자는 “알리익스프레스는 이미 CJ 대한통운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으며, 기타 국내 물류 기업들과 협력할 기회를 찾는 것에도 열려 있다”고 답변했다.

한편 대한통운은 2023년 4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직구물량을 감안해 택배 물량은 연간 5% 전망한다”며 “2023년 직구 물량은 8000만박스였는데, 2024년 직구 물량은 50%가량 성장을 예상한다”며 직구 시장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