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샤오미 레이쥔 회장. 출처=연합뉴스
중국 샤오미 레이쥔 회장. 출처=연합뉴스

한때 ‘대륙의 기적’이라 불렸으나 경쟁 심화에 대중의 인식에서 사라졌던 샤오미가 자신만의 왕국을 완성해가며 다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샤오미는 가성비를 중심으로 중국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으나, 오포·비보 등 저가 모델에서 경쟁이 심화되자 23년 2분기 기준 5위까지 내려앉았다.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프리미엄 스마트폰과 서비스 매출이 늘어나며 반전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샤오미의 2023 4분기 매출액은 732억위안으로 지난 동기 대비 10.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1억위안으로 50.7% 증가했다. 

연도별로 보면 샤오미의 수익성 개선은 더욱 눈에 띈다. 작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710억위안, 200억위안으로, 2022년보다 매출액은 3.2%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610.4% 증가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와 서비스 매출 증가 때문으로 분석된다. 

프리미엄 모델이 끌고

코로나 펜데믹이 끝나자 전자기기에 대한 수요가 감소했고, 여기에 중국 경기 상황이 악화되자 전체 매출은 감소했다. 하지만 100만원 상당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 증가로 인해 평균판매가격(ASP)이 오르고, 자체 운영체제(OS)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 부문 매출이 증가하며 영업이익률이 개선됐다. 

지난해 5000~6000위안대인 ‘샤오미14 시리즈’가 흥행하며 중국 본토에서 샤오미의 스마트폰 평균판매가격이 2022년 대비 19% 이상 올랐으며, 이에 스마트폰 부문 영업이익률이 9%에서 14.6%로 크게 증가했다. 

이와 함께 창업 때부터 차근차근 준비했던 소프트웨어 전략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도 한 가지 요인으로 꼽힌다. 

소프트웨어 기반 서비스 매출이 밀고

2010년 설립된 샤오미는 애초에 안드로이드 기반 펌웨어인 ‘MIUI’를 개발한 소프트웨어 기업이었으며, 2011년 스마트폰 시장에 진입할 당시 창업자 레이쥔은 “스마트폰으로 수익을 내지 않겠다”고 천명하며 줄곧 소프트웨어 전략을 고수했다. 즉 샤오미의 전략은 ‘삼성’보다는 ‘애플’에 가깝다. 자체 소프트웨어를 통해 모든 기기를 연결한 뒤, 그로부터 창출되는 부가 서비스로 돈을 벌겠다는 것이다. 

샤오미 입장에서 스마트폰은 자사의 거대한 생태계를 이루기 위한 하나의 연결점에 불과하다. 실제로 2023년 전체 매출에서 스마트폰을 제외한 스마트기기 및 생활용품 비중은 30%에 육박한다. 

이를 위해 사업 초창기부터 샤오미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로봇청소기, TV, 공기청정기, 드라이기, 면도기, 전동킥보드까지 ‘만물상’이라 불릴 만큼 온갖 전자기기를 ‘뿌렸’으며, 그 위에 MIUI라는 펌웨어를 입혀 모든 기기를 연결하고, 부가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 펌웨어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중간 형태의 소프트웨어로, 장치나 시스템의 동작을 제어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그 결과 광고를 포함한 인터넷 서비스 부문 매출은 2019년 198억위안에서 2023년 301억위안으로 52% 증가했고, 영업이익률은 5.71%에서 7.38%로 1.67%p 뛰어올랐다. 

한 가지 더욱 고무적인 점은 이 같은 개선이 같은 기간 큰 폭으로 오른 연구개발(R&D) 비용을 감안한 수치라는 것이다. 

샤오미는 2021년 3월에 전기차 진출을 선언하며 이 분야에 수백억위안을 투자할 것을 발표했다. 실제로 2020년 92억5610만위안이던 R&D 비용은 2021년 131억6710만위안으로 42.3% 증가했고, 2023년에는 190억9770만위안까지 늘어났다. 매출 대비 비중으로 보자면, 2020년 3.8%에 불과했던 R&D 비용이 2023년 7%로 증대된 것이다. 

샤오미가 선보인 전기차 SU7. 사진=연합뉴스
샤오미가 선보인 전기차 SU7. 사진=연합뉴스

샤오미는 이같은 천문학적인 연구개발 비용을 바탕으로 올해 2월 자체 OS(운영체제)인 ‘하이퍼(Hyper) OS’를 출시했으며, 곧이어 전기차를 선보인다. 

이를 통해 샤오미는 모든 기기간 연결을 한층 강화할 뿐만 아니라 ‘사람-자동차-스마트홈’으로 이루어진 통합 생태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샤오미는 그간 테슬라, 포르쉐에 버금가는 고급 전기차를 개발해 왔으며, 이름은 ‘스피드 울트라(SU7)’로 오는 28일 출시된다. 아직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퍼 OS를 통해 샤오미가 ‘사람-자동차-스마트홈’을 아우르는 생태계를 구축하고 일원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면서 “이같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샤오미의 입지를 강화할 것이며, 이익률 개선과 서비스 매출 증대에 도움을 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미중분쟁이 아킬레스건

다만 샤오미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다가오는 AI(인공지능) 시대에 샤오미의 경쟁력엔 의문부호가 붙는다. 샤오미는 올해 자체 AI 모델인 ‘미(Mi)LM’을 공개했으나 경쟁사에 비해 성능이 약하다고 평가 받는다. 

또 미중분쟁이 샤오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샤오미는 MWC 2024에서 온디바이스 AI 폰인 ‘샤오미14 프로’를 선보였다. 여기에 퀄컴의 칩이 탑재됐는데, 삼성전자와 애플이 자체 AP(스마트폰 중앙처리장치)를 갖고있는 것과 반면 샤오미는 퀄컴에 의존하고 있어 향후 미중 반도체 분쟁이 심화될 경우 AI용 AP 공급이 원활하지 못할 수 있다. 

국가 안보를 이유로 미국이 ‘틱톡 금지법’을 추진하고 있는 것처럼, 중국 기업이 만든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는 이유 자체가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신동형 알서포트 전략기획 팀장은 “(샤오미의 소프트웨어 전략은) 중국에서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보며, 실제 실적으로도 그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며 다만 “글로벌에선 상당히 미지수다. 좀 더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