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본사. 왼쪽부터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 본사. 출처=각 사
4대 금융지주 본사. 왼쪽부터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 본사. 출처=각 사

이번 주부터 주요 금융지주의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시작된다. 금융당국이 지난 11일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관련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분쟁 조정 기준안을 발표하고 자율배상을 압박하는 가운데, 각 금융지주 주총에서 자율배상의 윤곽이 드러날지 관심이 쏠린다. 일부 은행은 이사회를 거쳐 주총에서 자율배상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4대 금융지주 중 KB·하나·우리금융지주는 오는 22일, 신한금융지주는 26일 각각 주총을 연다. 올해 주총의 최대 관심사로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새 이사회 구성과 여성 이사 비중 확대, 배당 등 주주환원 등이 꼽힌다. 금융지주의 정기 주총 앞뒤로 열리는 정기 이사회와 임시 이사회에서는 은행의 홍콩H지수 ELS 배상안이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8일 은행연합회 이사회 정례회의 뒤 열린 비공개 만찬에 참석했다. 지난 11일 금감원이 H지수 ELS의 대규모 손실 발생에 따른 분쟁 조정 기준안을 제시한 후 은행장들과 처음 만나는 자리였으나, 자율배상과 관련해 구체적인 이야기는 오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장은 만찬 이후 기자들과 만나 “홍콩 ELS 배상 관련 논의는 하지 않았다”며 “이번 주 또는 다음 주 각 은행의 이사회나 주주총회가 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절차를 거쳐 각 기관의 입장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의 발언에 주요 시중은행은 이달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기점으로 배상안 마련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은 “오는 27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홍콩H지수 ELS 자율배상안을 논의한다”고 20일 밝혔다. 임시 이사회에서 홍콩 H지수 ELS 만기 도래 일정과 손실 예상 규모 등의 보고가 이뤄진 뒤 자율배상 여부가 결정되고, 이사회 심의와 결의가 마무리되는 대로 자율배상안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도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오는 22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ELS 자율배상안을 논의할 계획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H지수 ELS를 조 단위로 판매한 다른 은행에 비해 우리은행의 ELS 판매 잔액은 약 400억원으로 적은 수준이라 상대적으로 결정을 내리기 쉽다는 게 이유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배상액 규모는 60억~100억원가량이다. 우리은행은 경영진이나 이사회가 자율배상을 결정하더라도 배임 혐의를 받을 소지가 없다는 1차 법률 검토 결과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사회 안건은 비공개로 이사회에서 ELS 배상 관련 논의를 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현재 금감원이 내놓은 분쟁 조정 기준안을 검토 중이며, 우리은행의 경우 4월 초 홍콩 ELS 손실액이 확정된 이후 피해 규모를 파악해 배상 절차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들은 ELS 배상안을 토대로 예상 지출액, 재무 반영 방식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은행을 제외한 다른 시중은행은 판매 규모가 수조원에 달하는 만큼 고객별 배상 비율을 뽑아내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ELS 배상안은 배임 등의 우려가 있어 금감원의 배상 기준안을 토대로 법률적인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며 “국민은행의 경우 판매 금액이 많고 건수가 다양해 검토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현재 내부적으로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며 모든 사례를 확인 후 이사회에 부의 하려면 이번 주총에서는 ELS 배상안을 논의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주총 전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이 원장이 지난 18일 자율배상과 관련해 각 금융지주의 주총과 이사회를 언급한 만큼, 각 금융지주에서도 빠르게 관련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