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비만도 약으로 치료하는 시대다. 그 연장선에서 의료와 웰니스의 결합이 자연스럽게 맺어지는 중이다. 디지털 헬스케어가 폭발적인 잠재력을 자랑하며 시대의 트렌드로 부상하는 현재. 스타트업의 역할은 어디에 있을까?

카카오벤처스가 20일 서울 마루 360에서 KV 브라운백 미팅을 연 가운데 정주연 디지털 헬스케어 심사역은 "GLP-1을 주된 성분으로 가진 비만약과 웰니스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면서 "디지털 헬스케어의 기회가 점점 커지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정 심사역은 먼저 비만약에 대해 "당뇨와 비만 영역은 2030년 글로벌 100조원의 시장으로 커질 것"이라며 "지난 3월 미 FDA가 비만약 위고비를 심혈관질환을 가진 환자의 심장문제를 돕는 최초의 약물로 승인해 보험 적용 가능성을 높이는 등, 체중 감량 약물은 수명 연장 효과를 입증하고 확장성까지 갖춘 상태라 더욱 큰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만약, 즉 체중 감량 약물은 인공관절 및 원격의료와 식음료 등 관련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전통적인 다이어트 산업 등은 커다란 타격을 받겠지만 반대로 함께 성장하는 산업도 생길 전망"이라고 말했다.

의료 전반의 큰 흐름과 웰니스의 경계가 사라지는 장면도 주목했다. 정 심사역은 "이제 비만도 약물 등으로 치료한다는 의식이 확산되고 있다"면서 "틱톡 등 SNS를 통해 체중 감량을 위해 약물을 사용하는 콘텐츠가 확산되는 등, 이제 비만약 등 의료와 웰니스는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비만을 질병으로 의식해 치료하고 그 여파가 웰니스 전반으로 퍼지는 시대. 다만 이러한 시대를 더욱 원만하게 끌어내려면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있다. 정 심사역은 "실제 약물 사용에 있어 발생할 수 있는 근본적인 불안감 및 고민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불안을 관리하고 동질감을 형성해 이용자를 유지하는 플랫폼과 적절한 의료적 개입 시점 등을 제시하는 솔루션 등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GLP-1 기반의 비만약은 요요현상이 심한데다, 국내 시장과 글로벌 시장의 상황도 많이 다르다. 이러한 '날카로운 파편'들을 걷어낼 정지작업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 플랫폼과 솔루션의 역할을 스타트업이 해낼 수 있다. 정 심사역은 "불안과 고난을 낮춰주고 효과를 극대화하며 치료 패턴의 타이밍을 제공하는 역할이 필요하다"면서 "스타트업들이 이 역할을 제대로 해 낼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정주연 심사역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정주연 심사역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비만, 삐약이면 끝"

비비드헬스는 비만 치료 관리 플랫폼 삐약을 개발, 4월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천예슬 대표는 "이제 개인의 의지로만 체중감량을 할 수 없기에 비만약 시장도 커지고 있다"면서 "국내에도 삭센다가 도입된 후 2020년 매출 기준 1453억원의 시장으로 성장했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위고비의 등장 후 2022년 5조2787억원의 시장이 형성됐다"고 말했다.

비만약 시장이 커지고 있으나 여전히 확장성에는 어려움이 있다. 약 부작용, 용량 조절, 유지관리에 대한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삐약의 승부수, 바로 정보의 접근성 확보가 등판하는 순간이다. 천 대표는 "삐약에서는 약 부작용 및 용량 조절, 유지관리에 대한 정보를 세심하게 확인할 수 있다"면서 "약 후기를 쉽게 접하는 한편 체중과 복용 여부를 기록하면서 잔여 주사량 계산까지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막연한 공포의 해소를 위해 확실한 정보들을 보아둔 셈이다.

천예슬 대표. 사진=카카오벤처스
천예슬 대표. 사진=카카오벤처스

여기가 끝이 아니다. 비슷한 상태의 타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운동 및 식단 등을 관리하는 기능도 지원되며, 커뮤니티를 통해 궁금증도 해소할 수 있다. 

비즈니스 모델은 배너 및 원내 프로그램 광고, 나아가 제약사 광고 등으로 채워간다. 질환 마케팅 및 교육용 자료배포, 연구 참여자 등의 모집대행도 수익원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비만 관리를 주력으로 삼는 병원과의 분쟁 가능성도 제기한다. 다만 천 대표는 "병원 홍보를 핵심으로 삼아 서로 윈윈하는 구조며, 삐약은 환자와 의사 사이에서 최소한의 플랫폼 역할만 한다"고 일축했다. 그는 이어 "비즈니스 모델인 광고에 있어 불법적 요소들을 철저히 배제했으며, 개인 데이터 관리에 있어서는 강력한 보안 인프라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생성형 AI로 웰니스 초개인화"

가지랩은 개인 맞춤형 웰니스 큐레이션 플랫폼이다.

김영인 대표는 "웰니스에서는 개인 맞춤형 서비스가 중요하다"면서 "초개인화 건강관리를 위해 생성형 AI 등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코어 진단, 주제별 특화 진단, 생성형 AI 기반의 개인화 서비스를 통해 개인화 된 웰니스 전략을 가동한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상품 추천 및 커뮤니티 등을 바탕으로 강력한 플랫폼 로드맵을 추진한다.

특히 생성형 AI가 가지랩에 큰 영감을 줬다는 메시지다. 김영인 대표는 "네이버와의 협력으로 하이퍼클로바X에 기반을 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면서 "건강검진과 관련한 개인 맞춤형 웰니스 상품 등에 생성형 AI 전략을 주로 집중시키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물론 생성형 AI가 특정 판단을 내리고 콘텐츠를 설명하는 것은 어렵다"면서도 "판단의 근거를 제공하는 것에는 생성형 AI가 큰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실제 사례들을 모아가며 비즈니스 모델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인 대표. 사진=카카오벤처스
김영인 대표. 사진=카카오벤처스

데이터 확보 후 웰니스 상위 1% 사용자를 추려내어 자체적인 전략을 세우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입체적인 웰니스 제안 전략이 나오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1%의 사용자를 추려보니 대부분 한번 정도는 건강 상태가 나쁜 경험이 있었던, 30대 여성 후반 정상 체중이었다"면서 "이러한 인정 욕구를 가진 1% 사용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외부 협업 파트너들과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할 것"이라 말했다.

비즈니스 모델로는 외부 파트너들과의 협력에 집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프리미엄 멤버십도 준비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