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플라자 호텔 전경. 사진=한화호텔앤드리조트
더 플라자 호텔 전경. 사진=한화호텔앤드리조트

김동선 부사장이 사령탑을 잡은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변화의 기로에 섰다. 한편에서는 주요 사업 중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을 과감히 정리 중이다. 또 한편에서는 향후 성장성이 높다고 평가받는 푸드테크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더 플라자, 객실 빼고 사무실 만든다

최근 호텔업계에 따르면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경영상황과 수익구조 개선 등을 이유로 서울 시청역 인근에 위치한 ‘더 플라자’ 호텔의 3개층 90여개 객실을 사무용 공간으로 리모델링 중이다. 리모델링이 마무리되면 본사 사무실로 이용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현재 한화 그룹이 입주해 있는 63한화생명빌딩(63빌딩)을 사용 중이 다. 더 플라자 호텔에 사무공간이 마련되면 기획조정팀 등 본사 일부 인력이 옮겨갈 계획이다.

이에 노동조합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구조조정 등 고용불안이 주된 이유다. 본사가 이전해 3개층이나 객실이 사라지면 그만큼 인원 감축 등 구조조정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호텔업계 일각에서도 엔데믹으로 인한 관광수요 회복 상황인 만큼 객실의 사무실 전환 결정에 의문을 내비치기도 한다.

수십년간 호텔업계에 몸담아 온 한 관계자는 “최근 엔데믹으로 업계가 호황이지만 코로나19 당시에는 5성급 호텔들도 파산할 만큼 경영 상황이 심각했다”며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본사 유치는 결국 사무실을 임대하겠다는 것으로 외부 변수를 줄이고 안정적인 영업환경을 조성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객실의 사무공간 전환이 안정적인 경영환경을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관계자도 “연이은 매출 하락으로 경영 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자구책 중 하나로 일부 객실 오피스 전환을 결정하게 됐다”며 “이외에도 고객 다변화 등 다양한 수익 구조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력 감축 등 노조 측 우려와 같이 오피스 전환에 따른 객실 서비스 인력에 대한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노조 측과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경영 정상화를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2023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말에 비해 기존 사업영역이 축소됐다. 사진=전자공시
한화호텔앤드리조트 '2023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말에 비해 기존 사업영역이 축소됐다. 사진=전자공시

손실사업 정리로 수익성 강화

실제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경영상황은 녹록치 않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7323억원, 영업이익 238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당기순손실이 -432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전환했다.

당기손익은 매출액에서 매출원가, 판매비, 관리비, 법인세를 제외해 산출한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지난해 수익을 내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큰 손실까지 냈다는 뜻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2022년을 제외하고 이전 5년(-247억→-107억→-1524억→-1387억→-707억원) 동안도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부채비율의 경우 2020년 489.1%까지 치솟았으나 지난해 175.2%로 안정세를 나타냈다.

부채 축소를 위해 최근 몇년간 사측은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 정리에 힘썼다. 2021년은 지리산(3/2)과 수안보(8/29) 업장의 사업을 중단했다. 2022년은 춘천사업본부 골프장 및 수목원(3/31) 영업 양도로 비수익 사업 정리를 시작했다.

같은해 앙평 업장(5/26)도 운영을 중단했으며 불과 한달 후인 6월 30일에는 기존 태안사업본부 골프텔과 태안사업본부 골프장의 영업 양도를 진행했다. 지난해 10월 31일에는 11개 업장에서 운영하던 고속도로 휴게소 및 주유소 운영권을 모두 반납하고 사업에서 손을 뗐다.

비수익 사업 정리는 전체적인 사업규모 축소를 불러왔다. 객실수는 2022년말 대비 2023년말 기준 264호 감소했다. 휴게소 업장은 11곳에서 0곳으로 자취를 감줬다. 동기간 ▲주요 매출원인 호텔리조트 사업 매출이 6472억→5954억원으로 감소하고 ▲부동산 자산 및 시설관리, 매입매각 등의 매출은 1313억→1668억원으로 증가했다. 부동산 자산 쪽 매출 증가는 일부 사업 정리를 통한 매각 수익으로 예상된다.

모든 공정이 완전 자동화로 진행되는 스텔라피자 조리 과정. 사진=한화푸드테크
모든 공정이 완전 자동화로 진행되는 스텔라피자 조리 과정. 사진=한화푸드테크

김동선호 출범…푸드테크로 수익 체제 구축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급격한 체질 변화는 김동선 부사장의 합류와 긴밀히 연결돼 있다. 한화그룹 삼형제 중 3남인 김 부사장은 2022년 11월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호스피탈리티 부문 전략부문장, 전무로 선임됐다. 앞서 언급한 비수익 사업 정리 또한 공교롭게도 김 부사장이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 합류한 2022년을 전후로 집중됐다.

무엇보다 신사업 구축 측면에서 김 부사장 행보가 주목된다. 기존 주력사업인 호텔업 대신 푸드테크 사업을 강조하고 있어서다. 푸드테크란 식품(food)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인공지능(AI), 3D프린팅, 로봇 등 최첨단 기술을 식품산업 전반에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지난달 푸드테크 시장 공략을 본격화 했다. 외식 부문 자회사 더테이스터블을 로봇 등 첨단기술과 접목한 푸드테크 전문기업으로 육성시킨다는 의지로 ‘한화푸드테크’를 출범시켰다.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글로벌 푸드테크 시장 규모가 2027년 약 3420억달러(약 4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도 국내 푸드테크 시장이 2020년 61조원에서 2040년 110조원에서 14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 예측했다.

푸드테크 사업의 첫 단추는 이달 4일 꿰어졌다. 한화푸드테크가 미국 로봇 피자 브랜드 스텔라피자 인수를 발표하면서다. 스텔라피자는 일론머스크가 설립한 항공우주기업 ‘스페이스X 출신’ 개발자들이 모여 2019년 창립한 회사다. 공장 자동화로 12인치 크기의 피자를 만드는데 5분이면 충분하다.

한화푸드테크는 미래 성장산업인 로봇과도 연결된다. 김 부사장은 현재 한화그룹 내 한화호텔앤드리조트(전략부문장, 부사장), 한화로보틱스(전략기획담당, 부사장), 한화갤러리아(전략본부장, 부사장) 등 세곳에 소속돼 있다.

한화로보틱스는 한화(68%)와 한화호텔앤리조트(32%)가 공동운영하는 조인트벤처 형태 기업이다. 향후 서빙로봇을 비롯해 조리 및 물류 로봇 등 협동로봇 시장에서 발을 넓혀간다는 목표다. 시장조사 업체 스타티스타에 따르면 전 세계 협동로봇 시장 규모는 지난해 12억3000만달러 수준에서 2030년 76억6000만달러로  7년간 6.2배 급증할 전망이다.

김 부사장의 신사업 청사진이 현실로 구현되면 한화호텔앤리조트의 경영 안전성도 강화될 전망이다. 김 부사장은 한화푸드테크 출범 당시 “푸드테크는 고객에게 동일한 품질의 음식을 신속하게 제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인력난 등 사회문제 해결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라며 “힘들고 위험한 작업이 로봇으로 대체되면서 인간의 존엄성이 높아지고 인류는 보다 창의적인 활동에 매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