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8일 충북 청주시 LG에너지솔루션 오창 에너지플랜트를 방문해 자동차 파우치형 배터리 생산라인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8일 충북 청주시 LG에너지솔루션 오창 에너지플랜트를 방문해 자동차 파우치형 배터리 생산라인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무기로 둔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후발주자로 나선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LFP 배터리는 물론 꿈의 배터리라고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도 집중하는 모습이다. 그 과정에서 배터리 소재를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밸류체인을 형성, 중국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청사진도 그리고 있다.

LFP 배터리로 몸집 키운 中 기업들

최근 배터리 시장에서 떠오르는 대세가 있다. 바로 LFP 배터리다. 전기차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높은 안전성과 저렴한 가격을 자랑하는 LFP 배터리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배터리 3사가 LFP 배터리 양산에 주춤하고 있는 사이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빠른 속도로 배터리 시장에 진입했다. 대표적으로 중국의 CATL과 BYD가 LFP 배터리로 글로벌 배터리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CATL은 지난해 매출액 4009억위안(약 74조원), 순이익 441억위안(약 8조1500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CATL의 매출액은 국내 배터리 3사의 전체 매출액과 견주어도 약 3조6000억원이 많다.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은 33조7455억원, 삼성SDI는 22조7083억원, SK온은 12조897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CATL의 기록적인 실적 바탕에는 탄탄한 내수 실적과 LFP 배터리를 꼽을 수 있다. CATL은 자국의 배터리 주원료인 리튬 광산을 이용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 LFP 배터리 양산에 성공했다. 

지금까지 삼원계 배터리 양산에 집중했던 국내 배터리 업체들도 시장 흐름에 따라 LFP 배터리 개발에 뛰어든 모습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르면 내년 하반기 전기차 LFP 배터리 제품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SK온은 내부적으로 LFP 배터리 개발을 완료했고 2026년 양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중국 전기차 시장이 포화에 접어들면서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해외 시장으로 빠져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19일 SNE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전기차 점유율은 30%를 돌파했다. 내수 전기차 시장이 포화 상태에 도달하면서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LFP 배터리 개발이 너무 늦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K-배터리도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는 대표적으로 KG모빌리티가 토레스 EVX에 테슬라가 모델 Y에 LFP 배터리를 장착했다. 포드, 볼보, 폭스바겐을 비롯한 BMW, 메르세데스 벤츠와 같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내년 안으로 자사의 전기차에 LFP 배터리를 탑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전기차 시장에서 LFP 배터리 선호도가 높아지며, LFP 배터리 점유율은 2020년 17%에서 지난해 37%까지 성장했다.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는 올해 LFP 배터리 점유율이 40%를 넘어서는 것은 물론 2026년에는 절반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꿈의 배터리 ‘전고체’ … 성공할 수 있을까

LFP 배터리 양산에 늦은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새로운 활로로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도전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란 전지 양극과 음극 사이에 있는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한 배터리다. 전해질이 고체로 안정적인 덕에 화재와 폭발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어 꿈의 배터리라고 불린다.

삼성SDI는 최근 열린 ‘인터배터리’ 현장에서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고, 2027년 상용화를 선언했다. 삼성SDI는 2026년까지 고객과 협의를 거쳐 시제품을 제작하고, 최고의 에너지 밀도를 갖춘 900Wh/ℓ 전고체 배터리를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SK온은 2025년까지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 구축을 완료한 이후 2029년 상용화를 시작하겠다는 구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완벽한 제품 생산을 위해 연구 개발에 힘을 쏟은 뒤 2030년 양산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터리 3사의 연구 개발과 더불어 정부 차원의 지원도 더해질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배터리 3사의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돕기 위해 오는 2028년까지 1172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이번에 지원하기로 밝힌 차세대 배터리 종류는 전고체, 리튬메탈, 리튬황 배터리다.

밸류체인 형성에도 힘쓰는 배터리 업계 

앞서 중국 CATL이 높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원인은 자체적인 원료 광산을 이용해 배터리 가격을 낮췄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배터리에 쓰이는 핵심 소재 및 광물 대다수를 중국에서 들여오는 상황이다.

SNE 리서치는 배터리 소재 시장 성장 규모 예측 보고서를 통해 “국내 업체들은 중국에 대한 원재료 의존도를 탈피하기 위해 공급처 다변화 및 자체 내재화 비율 확대, M&A와 기술 MOU를 통한 기술 격차 확보 및 신규 차세대 기술 선점 개발 등으로 제품 경쟁력으로 위기를 돌파해야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배터리 업체가 풀어야 할 과제로 밸류체인 형성이 떠오른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원재료 생산부터 폐기까지 밸류체인 전반을 포괄하는 자원 선순환 체계 구축을 위해 충북 오창 에너지플랜트에 폐배터리를 재사용해 만든 ‘전기차용 충전 ESG 시스템’을 설치했다.

정부 또한 리튬을 포함한 핵심 광물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핵심광물 확보 전략’을 제시했다. 2030년까지 핵심 광물의 중국 의존도를 50% 이하로 낮추는 것이 목표다. 특히 가루 형태의 수산화 리튬은 양극재의 핵심 원료로 꼽히는데, 수산화리튬에 대한 중국 의존도는 2019년 74.1%에서 2022년 87.9%까지 줄곧 높아졌다가 2023년 처음으로 떨어졌다.

포스코그룹은 인터배터리에서 배터리 원료 사업을 비중있게 소개하고 풀 밸류체인을 공개했다.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11월 전남 율촌산업단지에 연간 2만1500톤(t) 규모의 수산화리튬 공장을 준공해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수산화리튬을 국산화하는데 성공했다. 포스코그룹은 올해 상반기 아르헨티나 현지 염수리튬 기반 수산화리튬 공장 준공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