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스타 모시기’ 경쟁이 치열하다. 주요 금융지주와 시중은행은 앞다퉈 대세 연예인을 자사 광고모델로 영입하며 고객 잡기에 한창이다. 대중에게 친숙하고 신선한 스타를 앞세워 금융권의 보수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밝고 친숙한 이미지로 기성세대뿐 아니라 젊은 연령대의 고객까지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하나은행 공식 유튜브 채널 ‘하나TV’의 ‘자산관리의 영웅은 하나!’ 영상이 지난 17일 공개된 지 24일 만에 조회수 1000만회를 넘어섰다. 출처=하나은행 유튜브 캡처
하나은행 공식 유튜브 채널 ‘하나TV’의 ‘자산관리의 영웅은 하나!’ 영상이 지난 17일 공개된 지 24일 만에 조회수 1000만회를 넘어섰다. 출처=하나은행 유튜브 캡처

하나금융그룹은 지난달 23일 가수 임영웅을 새 광고모델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공개된 하나은행 공식 유튜브 채널 ‘하나TV’의 ‘자산관리의 영웅은 하나!’ 영상은 지난 17일 조회수 1000만회를 넘어섰다. 영상이 공개된 지 24일 만이다. 19일 기준 조회수는 1036만회에 달한다.

하나금융은 명동 사옥과 한남동 사옥 등 건물 외부에 대형 현수막을 설치하고, 하나은행 영업점에서 임영웅 굿즈(기획 상품)를 나눠주는 이벤트를 실시했다. 하나은행 지점에는 임영웅 옥외 광고와 인증샷(사진)을 찍고, 포스터와 포토 카드 등을 받으려는 고객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굿즈를 받기 위해 상품에 가입하거나 주거래 은행을 바꾸는 사례도 다수다. 하나은행 영업점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지금까지 하나은행에서 포토 카드 등을 제작해 배포한 광고모델은 임영웅이 처음이다”라며 “‘임영웅 때문에 주거래 은행을 옮겼다’는 고객도 많다”고 설명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하나은행 건물에 가수 임영웅의 대형 현수막이 붙어 있다. 출처=하나은행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하나은행 건물에 가수 임영웅의 대형 현수막이 붙어 있다. 출처=하나은행

우리은행은 지난 15일 SM엔터테인먼트 신인 아이돌 ‘라이즈(RIIZE)’를 신규 모델로 추가 발탁하며 ‘잘파 세대(Z세대+알파 세대)’ 공략에 나섰다. 기존 광고모델인 가수 겸 배우 아이유는 전 고객 대상 대표 모델로, 김희애는 자산관리 부문 모델로 활용하면서 라이즈로는 10‧20세대를 집중적으로 겨냥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022년부터 아이유를 모델로 내세운 우리금융그룹은 인지도를 높이며 ‘아이유 효과’를 톡톡히 봤다. 우리은행의 모바일 앱인 ‘우리원(WON)뱅킹’ 애플리케이션(앱)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2021년 말 564만명에서 2022년 말 732만명으로 200만명 가까이 뛰었다.

아이유 사진이 담긴 달력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웃돈을 주고 거래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우리금융은 이달 말 아이유와 계약 만료를 앞둔 상황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현재 계약 연장을 논의 중”이라며 “처음부터 계약을 이어갈 생각이 컸다”고 말했다.

신한금융그룹도 지난해 말 슈퍼앱 ‘슈퍼쏠(SOL)’ 출시를 앞두고 걸그룹 ‘뉴진스’와 다시 만났다. 지난 2022년 모바일 통합 플랫폼 ‘뉴쏠(New SOL)’의 모델로 연을 맺은 지 1년여 만이다. 슈퍼쏠은 출시 한 달 만에 가입자 수 300만명을 돌파했다. 신한금융은 지난 15일 뉴진스가 출연한 ‘SOL트래블 체크카드’ 영상 광고를 공개했다.

‘피겨 퀸’ 김연아를 활용해 마케팅 효과를 봤던 KB국민은행은 최근 배우 공유와 박은빈을 모델로 내세워 6시까지 문 여는 ‘9To6 은행’ 이미지를 홍보했다. 지난해에는 걸그룹 에스파를 모델로 기용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대규모 콘서트를 개최하는 등 활발한 스타 마케팅을 펼쳤다.

19일 NH농협은행에 따르면, 배우 강하늘과 한소희가 출연한 NH올원뱅크 광고 영상 3편은 공개한 지 약 두 달 만에 유튜브에서 합산 조회수 5000만회를 달성했다. 19일 기준 광고 1편당 조회수는 2000만회 이상으로, 3편을 합해 6000만을 훌쩍 넘었다.

농협은행은 다음 달부터 새 모델이 등장하는 홍보 캠페인을 집행할 예정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이달 초 한소희와의 계약이 종료됐고, 현재 새로운 광고모델과 계약 논의 중이다”라며 “앞으로도 젊은 고객층을 공략한 광고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신한은행은 걸그룹 ‘뉴진스’가 출연한 ‘SOL트래블 체크카드’ 영상 광고를 지난 15일 공개했다. 출처=신한은행
신한은행은 걸그룹 ‘뉴진스’가 출연한 ‘SOL트래블 체크카드’ 영상 광고를 지난 15일 공개했다. 출처=신한은행

주요 금융사가 스타 마케팅에 힘을 쏟는 이유는 전 연령층이 이용하는 금융업의 특성상 신뢰와 브랜드 충성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신뢰와 스타성을 두루 갖춘 인물을 광고모델로 기용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브랜드 경쟁력을 높여 신규 고객을 유치하려는 목적도 있다.

과거 은행권은 진중한 이미지의 스포츠 스타 및 인기 배우를 광고모델로 선호했다. 최근에는 주요 금융 소비자인 20‧30세대와 미래 고객인 10대를 공략하기 위해 인기 아이돌 등을 내세우며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