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과 구글 AI 딥마인드가 2016년 벌인 세기의 대국도 벌써 8년 전의 일이다. 이후 세상은 오픈AI의 챗GPT 및 구글 제미나이 등으로 대표되는 AGI의 시대로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세기의 대국 후 은퇴를 선언한 이세돌 9단은 19일 구글과 만나 당시를 떠올리며 "정확히는 잘 몰랐고 그때 당연히 이길 거라고 봤다"면서 "대국을 좀 쉽게 생각한 부분도 있었지만 막상 보니 승부 호흡도 없고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수를 두는 모습을 보니 정말 벽에다가 테니스 공을 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너무 잘 두니까 너무 안일하게 준비를 했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세돌 9단은 당시 딥마인드와의 대국에서 패배했음에도 1승을 챙기는 것에는 성공했다. 인간이 AI에게 거둔 마지막 승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기념비적인 성과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세돌 9단. 사진=구글
이세돌 9단. 사진=구글

한편 이세돌 9단은 AI가 바둑에 준 영향으로 "아쉬운 점이 있다"면서 "바둑을 처음 배웠을 때는 바둑이 두 명이 함께 수를 고민하고 두면서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내는 예술로 배웠지만 AI가 나온 이후로는 마치 답안지를 보고 정답을 맞추는 것 같아서 오히려 예술성이 퇴색된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보도 알파고 출시 전후로 완전 달라졌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는 프로의 경우에만 해당되며, 아마추어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AI가 바둑을 더 재미있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AI 발전에 대해서는 기술 발전에 강점을 찍으면서도 지나친 두려움을 경계했다. 이 9단은 "제대로 준비가 안되어 있을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더더욱 속도 조절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AI를 벌써부터 두려워하는 시각으로 바라봐서는 안되며 인간이 두려움을 느끼던 느끼지 않던 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해 나갈 것"이라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몰랐던 단점이 생기면 개선해 나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 후 "미국과 중국 같은 나라들이 경쟁적으로 AI 기술을 발전시키는 상황에서 우리 나라만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망설인다면 못 따라가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당장 AI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는 공포는 조금 과한 부분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구글에 대해 "구글은 자부심을 가져도 될 것"이라며 "AI 기술은 그 정도로 절대적이기에 여러분들의 노력에 대해 정말 자부심을 가지면 좋겠다. 언제나 감사한 마음으로 구글을 응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