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중 하나인 D램에서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주요 업체들의 비트그로스가 급등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주춤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새로운 승부수가 등장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18일 글로벌 D램 매출이 2022년 800억달러에서 2024년 말 842억달러로 증가할 것이라 전망했으며,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2.6%에서 무려 20.1%로 수직상승할 것이라 봤다.

높은 평균판매단가(ASP)와 수익성으로 HBM이 D램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기계식 공정에 익숙한 D램도 HBM 시대를 맞아 기술 고도화 단계로 접어들 것이며, 그 결과 경쟁이 치열해져 연간 비트그로스(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는 26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며 삼성전자는 2024년 말 약 13만 장의 HBM 생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전년 대비 2.8배 가량 증가한 수치다. SK하이닉스도 최대 12만5000장의 생산능력을 자랑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HBM 트렌드가 강해지며 삼성전자의 전략적 선택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4세대 HBM인 HBM3의 경우 SK하이닉스가 9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한 가운데 삼성전자가 판을 흔들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결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관련 전망은 이미 나오고 있다. 로이터는 최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몰디드 언더필'(MUF) 기술을 도입할 것이라 보도했다. 삼성전자가 수율이 낮은, 즉 생산상의 이슈가 있는 비전도성 필름(NCF) 방식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SK하이닉스가 판을 주도하게 만든 MUF 기술로 갈아탈 수 있다는 메시지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가 일본의 한 업체와 접촉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상황도 전해졌다.

삼성전자 가전은 TV 분야에서 오랫동안 퀀텀닷을 고수하며 OLED TV에는 선을 그었으나, 최근 프리미엄 TV 라인업에 주목하며 OLED TV로 돌아선 바 있다. 그리고 로이터의 보도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영역에서도 비슷한 기술 갈아타기를 시도할 것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삼성전자는 공식적으로 이러한 사실을 부인했다. "반도체 칩 생산에 매스 리플로우(MR)-MUF 기술을 도입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기존 NCF와 새로운 MUF 기술의 혼용에 무게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