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12월 레이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가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한국 기업 지적재산권 및 소비자 권익 보호 강화’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알리익스프레스
2023년12월 레이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가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한국 기업 지적재산권 및 소비자 권익 보호 강화’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알리익스프레스

알리익스프레스를 운영하는 알리바바가 조단위 국내투자를 밝힌 가운데 실제 투자비 집행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유통업계에서는 투자 대비 효용이 나오지 않을 경우 당초 계획했던 조단위 투자금을 제대로 집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알리바바그룹은 최근 우리 정부에 향후 3년간 한국에 11억달러(약 1조4667억원) 투자 계획을 담은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이번 투자는 한국 사업 확대가 이유다.

1조5000억, 어디에 투자할까

먼저 알리는 통합물류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2억달러(약 2665억원)를 들여 축구장 25개와 맞먹는 18만㎡(약 5만4450평) 규모로 건설한다. 알리는 중국에서 상품을 들여 와 한국에 배송한다. 이 때문에 국내배송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단점이 있었다. 통합물류센터가 구축되면 국내 인기 상품의 통관을 먼저 진행할 수 있어 배송이 빨라질 수 있다. 

통합물류센터가 완공되면 배송이 현재 최대 5일에서 1~2일로 당겨질 전망이다. 알리는 물류센터 완공 시기를 밝히지 않았으나 통상 물류센터 건설 기간이 2년여인 점을 감안하면 2025~2026년 사이로 추정된다. 가성비에 더해 국내 이커머스와 같이 익일 배송이 가능해지면 알리의 플랫폼 경쟁력이 더욱 상승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외 구체적인 사업계획서 내 투자계획은 ▲한국 셀러의 글로벌 판매 활성화 1억달러(약 1334억원) ▲3년간 5만개에 달하는 한국 중소기업의 글로벌 수출 지원 ▲소비자 보호 1000억원 투자 ▲한국 브랜드 지적재산권 보호에 100억원 투자 등이다. 여기에 물류센터 건설 자금을 더하면 구체적으로 밝혀진 투자금액은 약 5100억원이다. 적지 않은 금액이나 당초 밝힌 바에 의하면 3분의 1에 불과하다.

다만 1조5000억원이란 투자금 자체는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과감한 투자로 유명한 쿠팡 사례와 비교하면 이는 뚜렷이 드러난다. 쿠팡은 2010년 대구 풀필먼트센터 구축을 기념하며 전국 물류망 구축을 위해 12년간 누적 6조2000억원을 투자했다고 밝힌 바 있다. 1년에 물류 투자에만 약 5200억원 상당을 쏟아부은 셈이다. 알리가 사업계획서 약속을 지킨다면 연간 투자금액은 쿠팡의 초기 투자금과 맞먹는다.

초저가 알리, 투자금 마련도 고민

알리의 한국 내 투자금 회수 과정은 미지수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업체인 와이즈앱‧리테일‧굿즈(와이즈앱)에 따르면 최근 4년간(2021~2024년 2월 기준) 전년동기대비 알리 앱 사용자수는 168만→209만→355만→818만명으로 나타났다. 동기간 만 20세 이상 한국인(신용카드‧체크카드 등 결제내역으로 법인 미포함)의 알리 결제추정금액은 644억→1152억→921억→2078억원 등으로 조사됐다. 사용자수는 지속 증가한 반면 결제추정금액은 들쑥날쑥이다.

사용자수 증가가 매출 상승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도 수치로 확인됐다. 2023년 2월의 경우 전년동기대비 사용자수는 146만명 늘었으나, 결제추정금액은 오히려 231억원 상당 줄었다. 사용자수 증가가 매출 상승과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4년 매출액을 1인당 결제추정금액으로 환산해도 3만8300→5만5000→2만6000→2만5000원 등으로 오히려 줄었다. 이는 매출액에 비해 과도한 비용 지출로 이익이 축소될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결제추정금액은 거래액 개념으로 배송비, 판관비 등 비용을 제외해야 이익이 산출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투자금 마련이다. 알리는 지난 2윌 국내 판매자에 당분간 수수료 ‘제로’를 선언했다. 여기에 국내 시장 확대를 위해 지난해부터 각종 포털사이트와 지하철 등에 적극적인 홍보를 진행해 광고비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알리는 현재 국내 사업으로 벌어들이는 돈 보다 쓰는 돈이 많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 정부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주체도 사업자인 알리가 아닌 모회사인 알리바바라는 점에서도 상황을 짐작 할 수 있다.

실제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유통기업 중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낸 회사는 많지 않다. 한국은 높은 온라인 유통 성장세와 동남아시아 시장의 테스트베드로 통한다.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에 다수 진출 하는 이유다. 이커머스 초기 진출한 이베이코리아(G마켓+옥션)는 성공적인 사업과 엑시트를 했지만 대다수의 글로벌 기업은 토종업체에 밀려 도태되거나 진출을 철회했다. 

사례는 다양하다. 글로벌 유통 공룡 아마존이 국내 직접 진출을 노리다 사업성을 이유로 간접진출로 선회한 것은 유명하다. 독일 배달앱 딜리버리히어로도 한국에서 키우던 요기요를 매각하고 배달의민족을 인수해 업계 1위를 차지했을 뿐이다. 세계 3대 OTA(온라인 여행사) 트립닷컴도 한국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으나 투자 대비 효율을 높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알리가 투자 약속을 지키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국 시장은 경쟁이 워낙 치열해 글로벌 기업이 ROI(투자자본수익률) 즉 투자대비 수익을 내기 힘든 시장”이라며 “(알리가) 현재는 높은 성장세로 과감한 국내 투자를 발표했지만 다른 글로벌 기업들처럼 투자를 조용히 줄이거나 철회할 가능성도 적지않다”고 말했다.

국내 투자와 관련 알리바바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밝힐 수는 없지만, 한국에서의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한국 로컬 셀러와의 협력, 소비자 보호, 중소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장기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