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GDC2024) 개막일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게임계에 발생할 지각변동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업계를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AI, 블록체인 등 신기술에 대한 세션들을 준비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가 크다.

오는 18일(현지시간)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5일간 GDC2024가 열린다. 매년 3월경에 개최되며, 세계 각지 게임 개발사들이 업계 주요 기술을 소개 및 교류하는 장으로 꼽히는 행사다. 

생성형 AI 흐름에 탄 글로벌 게임업계

지난해 행사는 챗GPT가 공개된 후 4개월만에 개최됐다. 당시 생성형 AI에 대한 참여도가 높은 것은 자연스러웠다. 500여명의 개발자와 약2만3천명의 관람객이 발길을 옮기며 게임에 대한 정보를 주고 받았다. 

올해도 비슷하다. '차세대 기술포럼', 'AI 서밋' 등 다양한 AI 관련 세션들이 등록됐다. 구글, MS, 엔비디아 등의 빅테크와 텐센트, 유니티, 엑스박스 등 글로벌 게임사들도 이러한 AI 열풍에 가세할 방침이다. 

구글 로고. 사진=연합뉴스.
구글 로고. 사진=연합뉴스.

먼저 구글은 이번 GDC 참가 전, 자회사 딥마인드를 통해 인간과 소통하며 3D 그래픽 게임을 즐길 수 있는 AI 'SIMA'(확장, 건설 가능 다중세계 조수)를 공개했다. 행사에서는 구글 클라우드, 플레이스토어, AI랩 등에서 연사들이 출동해 AI와 게임 분야의 결합에 대한 강연을 준비하는 중이다. 또한 'AI 서밋'에 참여해 사회적 추론 게임 '늑대인간'의 NPC들을 거대언어모델(LLM)로 개발한 사례를 소개한다.

MS는 오픈AI와 애저 기반 AI 서비스를 소개한다. 비주얼 스튜디오 등 게임 그래픽 제작 실무, 온라인 커뮤니티 운영 시 필요한 콘텐츠 점검 등 AI 사용 사례를 설명할 계획이다. 또한 MS의 핵심 게임 사업부 엑스박스(Xbox)는 AI 전문 기업 인월드 AI, 게임 엔진 기업 유니티와 함께 '언어모델과 AI가 게임 개발을 돕는 방법'이란 제목의 강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 사진=연합뉴스
사티아 나델라 MS CEO. 사진=연합뉴스

엔비디아는 RTX리믹스와 생성형 AI를 통한 게임 현대화 세션을 준비했다. 더 높은 해상도의 게임과 양질의 렌더링을 제공하는 최신 그래픽 모딩 플랫폼과 생성형 AI 기술의 접목을 통해 다양한 고전 게임을 리마스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엔비디아 최신 그래픽 기술인 DLSS, 3D 물리 기반 렌더링(PBR) 기술 등이 활용된다.

메타버스 기술을 앞서 선보였던 로블록스도 생성형 AI가 게임 개발과 발굴 등에 혁신을 가져오는 방법에 대해 발표한다. 또한 엑스박스 게임 AI 총괄 매니저는 언어모델과 AI를 활용한 게임 개발 세션을 통해 AI NPC 구현을 실시간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쉽게 구현하는 방안을 소개한다. 

로블록스가 이전에 선보인 메타버스 환경. 사진=로블록스.
로블록스가 이전에 선보인 메타버스 환경. 사진=로블록스.

중국 최대 게임사인 텐센트는 자사 AI 게임엔진 지넥스의 사례를 소개한고, 절강대학교와 산학협력을 통해 개발한 머신 러닝 기반 애니메이션 제작 툴 '모터너브' 등을 공개한다. 또한 자동으로 가상 3D 화면을 생성하거나 시나리오를 편집하는 툴을 통해 콘텐츠 제작을 간소화하고 창작자에게 실질적 이점을 제공하는 솔루션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할 예정이다. 

출처=갈무리
출처=갈무리

이외에도 다양한 파트너들이 포진돼 있다. 중국의 넷이즈는 물론, 일본의 반다이 남코와 스퀘어 에닉스, 유럽의 유비소프트 등까지 다양한 파트너들과 함께 하는 패널 토론 '머신 러닝 서밋', 유명 닌자 만화 IP 기반 대전 격투 게임 '나루토 모바일' 개발 과정에서 AI 강화 학습 기술을 활용했던 사례 등에 대한 발표 등도 준비되고 있다.

국내 게임사들의 참가도 두드러진다.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자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넥슨과 글로벌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크래프톤, 블록체인 분야에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위메이드 등 다양한 연사들이 현장에 방문할 예정이다. 또한 삼성전자도 갤럭시를 이용한 게임 경험 등을 어필하기 위해 GDC에 찾는다.

한국 게임업계... '태동기 웹3게임, 앞으로의 행보는?'

AI와 더불어 웹3도 화제다.

웹3는 현재 인터넷이 속하는 '웹2'와 달리 정보 소유 주체가 플랫폼이 아닌 개인이며, 블록체인, AI, 탈중앙화 프로토콜 등의 기반 기술로 적용된다. 웹3 기반 게임들은 A 게임의 아이템을 B에서도 쓸 수 있으며, 대체불가능토큰(NFT) 도입을 통해 새로운 게임 내 경제 생태계를 만들 수도 있다.

아직 웹3는 태동기다. 그러나 이번 GDC2024에서 그 윤곽은 선명하게 드러날 전망이다. 먼저 넥슨과 위메이드 모두 부스를 꾸리진 않지만 세션을 통해 행사에 참여한 게임 개발자들에게 작년에 이어 웹3 전략을 소개할 예정이다. 위메이드는 에픽게임즈, 구글, 메타, MS, 텐센트게임즈, 유니티 등과 함께 '다이아몬드 파트너'로 3년 연속 참가하고 있다. 

넥슨은 글로벌 NFT 게임 생태계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를 프로젝트명 '넥스페이스'(NEXPACE)로 선보인다. 김정헌 넥슨 전략 헤드는 'MMORPG와 현실 경제의 접목'을 주제로 '메이플스토리N'의 진화된 생태계를 설명하고 개발 과정을 통해 얻은 인사이트를 소개할 예정이다. 실제 넥슨은 자회사 넥슨유니버스를 통해 '메이플스토리'와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한 게임을 제작 중에 있다.

넥슨이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로 올해 GDC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넥슨.
넥슨이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로 올해 GDC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넥슨.

위메이드는 '나이트 크로우'와 '위믹스' 사례를 소개한다. AI와 블록체인이 가져올 게임 개발자 환경 변화와 새로운 기회에 대한 위메이드의 시각을 소개할 뿐만 아니라 '나이트 크로우 글로벌'을 사례로 블록체인과 게임을 결합한 인게임 경제 시스템을 공개한다. 이를 통해 기존 폐쇄적 경제 구조가 어떻게 오픈 구조로 전환했는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전달할 예정이다. 또한 '위믹스3.0'의 개발자 경험 사례들을 소개할 계획이다.

나이트 크로우. 출처=위메이드
나이트 크로우. 출처=위메이드

크래프톤은 하이브리드 및 원격 근무가 게임 개발에 미치는 영향을 소개한다. 또한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는 셰이더 작업의 명령 수준 검증을 갖춘 적시 계측 프레임워크인 GPU 리셰이프를 선보인다. 

한편 주요 부대행사로는 블록체인 경진대회도 열린다. 갈라게임즈는 총 100만 달러 상금을 걸고 '갈라체인 해커톤'을 개최한다. 이는 갈라게임즈가 자체 개발한 블록체인 네트워크 '갈라체인'을 주제로 개발자들이 주어진 시간 내에 개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사진=갈라게임즈.
사진=갈라게임즈.

이외에도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게임 개발자를 위한 그래픽용 API인 '불칸'의 팁과 기술을 소개한다. 또한 모바일 게임에서 레이 트레이싱과 FSR 등을 활용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 성능 모니터링 도구인 'GPU왓치' 등의 업데이트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갤럭시와 함께하는 게임 경험, 모바일 클라우드 게이밍 등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신기술 외에도 게임 개발, 디자인, 음악, 서사, 운영, 프로그래밍, 마케팅 등 광범위한 범위의 주제로 행사가 이어질 방침이다. 이번 GDC에서 메타는 총 11개의 강연을 준비했으며, AI가 아닌 '퀘스트'를 중심으로 가상현실(VR), 혼합현실(MR) 등 생태계에 초점을 맞춘 모습이다. 

한편 GDC는 지난 1999년부터 매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다. 비디오 게임 제작자들이 모여 의견을 교환하던 것에서 시작됐으며, 현재는 게임 업계 최신 트렌드와 향후 방향성을 짚어보는 행사로 진화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