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택 금호타이어 대표이사 사장. 사진=금호타이어
정일택 금호타이어 대표이사 사장. 사진=금호타이어

“금호타이어는 빠르게 진화하는 EV 환경에 호흡을 맞추고,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2024년 이노뷔를 출시했습니다. 올해 금호타이어는 프리미엄 OE 공급을 늘리고,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하이엔드 세그먼트를 적극 공략해 성장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고자 합니다”

지난 15일 경기도 화성시 자동차안전연구원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정일택 금호타이어 사장은 새로운 브랜드 출시를 알렸다. 전기를 뜻하는 Electric과 혁신을 의미하는 Innovation가 더해진 전기차 전용 타이어 브랜드 이노뷔(EnnoV)가 그 주인공이다.

이노뷔의 특별한 점 세가지

지난해 국내 완성차 시장의 호조와 더불어 증권가 예상치를 훨씬 웃도는 영업이익(1721억원)을 기록한 금호타이어는 기존 전기차 타이어 교체 시기가 본격화되는 2024년, 전기차 전용 타이어 브랜드 출시를 통해 점유율을 본격적으로 늘리겠다는 청사진을 그리는 중이다. 그 연장선에서 이노뷔 카드를 뽑았다는 설명이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현재 국내 전기차 타이어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곳은 한국타이어다. 한국타이어는 2022년 전기차 전용 타이어 브랜드 아이온(iON)을 출시하고, 사계절용 아이온 에보 AS(SUV), 겨울용 아이온 윈터(SUV), 여름용 아이온 에보(SUV) 라인업을 구축한 상태다. 이노뷔 입장에서는 도전자인 셈이다.

한국타이어에 비해 시작이 늦었지만, 금호타이어는 이노뷔의 기술적 성능을 강조하며 자신감을 보였다. 

3가지 라인업으로 전기차 타이어 시장에 본격적인 출사표를 던졌다. 금호타이어가 공개한 이노뷔 라인업은 사계절용 이노뷔 프리미엄, 겨울용 이노뷔 윈터, 롱마일리지용 이노뷔 슈퍼마일 등이다. 이노뷔 프리미엄은 한국에서 판매되는 전기 승용차 전 차종에 탑재 가능하며, 이노뷔 슈퍼마일은 현대차 아이오닉5, 아이오닉6, 기아 EV6 등 택시 모델을 타깃으로 출시된다.

전기차 시장 확장에 보폭 맞춰 “HLC 주목하라”

금호타이어의 이번 전기차 타이어 브랜드 발표는 커지고 있는 전기차 시장과 궤를 같이한다.

실제로 현재 전기차 시장은 케즘존에 진입했다는 다수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 판매 대수는 1407만대로 전년 대비 33.5% 성장했다. 국내의 경우 전기차 누적 판매량은 54만대를 돌파했다. 완성차 업계가 예측하는 올해 전기차 성장률은 27.1% 수준이다.

타이어 업체들에게도 기회가 열리고 있다. 특히 수익성 측면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전기차 타이어의 경우 무거운 전기차 차체를 버티기 위해 일반 타이어 대비 10~20% 이상의 보강재가 추가로 필요하며, 고인치 타이어를 장착하는 경우가 많다. 교체 주기도 상대적으로 짧다. 일반 타이어 교체 주기가 평균 4~5년이라면, 전기차 타이어는 2~3년 사이에 교체가 필요하다. 타이어 업체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높은 전기차 타이어 시장은 예고된 블루오션인 것이다.

제품 소개를 맡은 글로벌 마케팅 담당 윤장혁 상무는 “2020년을 기점으로 한국의 전기차 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며 “금호타이어가 전기차 브랜드를 개발하고 등록한 시기는 2023년이지만,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2024년 브랜드 출시를 계획했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는 HLC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익성이 높은 전기차 타이어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넓혀가겠다는 계획이다. HLC 기술이란 일반 타이어와 동일한 공기압 조건에서 더 높은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돕는 구조 설계 방식으로, HLC 타이어는 일반 타이어 대비 10~20% 무거운 하중을 견딜 수 있다.

윤장혁 상무는 “이노뷔 브랜드가 세계 최초로 단일 제품에 HLC 기술을 전 규격 적용했다”면서 “일부 메이저 업체들이 한두 규격에 시험적으로 HLC 기술을 적용해 소개한 적 있으나, 양산하는 모든 제품에 HCL 기술을 적용해 출시하는 곳은 금호타이어가 유일하다”고 자신했다.

소비자 유인책도 강화한다. 윤장혁 상무는 “경쟁사 아이온과 동일한 가격으로 출시할 계획”이라며 “초기 6개월 정도는 소비자들의 진입을 돕기 위해 규격에 따라 1만원에서 1만5000원 정도의 초기 지원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노뷔 브랜드는 금호타이어의 고유 유통망인 타이어프로를 통해 공급될 예정이다. 

금호타이어는 여세를 몰아 OE 타이어 비중을 늘려 RE 타이어 시장까지 영향력을 키워나가겠다는 전략도 가동한다.

OE 타이어는 신차용 타이어, RE 타이어는 교체용 타이어를 의미한다. 국내 타이어 시장에서는 OE 타이어 30%, RE 타이어 70% 비중으로 교체되는 타이어 비중이 더 높게 나타난다.

금호타이어 영업총괄 임승빈 부사장은 “2023년 완성차 업체에 납부하는 OE 타이어 비중의 7%가 전기차 타이어에 불과했지만 2024년에는 12%, 2027년에는 30~35%까지 늘어날 것”이라며 “이는 구체적으로 회사와 차종을 밝힐 수 없지만 목표 물량이 아닌 확정 물량을 이야기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RE 타이어 시장 진입 계획도 정교하다. 임승빈 부사장은 “전기차 타이어 교체 시기가 다가오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대부분은 타이어를 교체할 때 OE 타이어 브랜드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OE 타이어 비중이 높아지면, RE 타이어 선택 비중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호타이어는 2023년 현대자동차 코나EV, 기아 EV9, 폭스바겐 ID.4 차량에 새롭게 전기차 타이어를 공급했다. 현재 금호타이어의 파트너사는 현대차와 기아를 비롯해, 르노코리아, GM, KGM, 폭스바겐, 아우디, 메르세데스-벤츠, BYD, 길라자동차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