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믹스 커피 앞에 사람들이 줄을 지어 서있다. 사진=신경민 기자.
뉴믹스 커피 앞에 사람들이 줄을 지어 서있다. 사진=신경민 기자.

“믹스커피 좋아하세요?”

처음에는 그저 커피를 좋아하냐 묻는 줄 알았다. 아니다. '믹스커피'다. 15일 5시 서울 성동구 성수동 거리에서 직원이 나눠준 팜플렛의 첫 장에 적힌 문구다.

팜플렛에서 시선을 돌려 윗쪽을 바라보니 은색으로 꾸며진 가게가 보인다. 바로 “뉴믹스(Newmix)”.

안을 자세히 살펴보니 검정색 화면에 하얀 점들이 우주 속 은하수처럼 반짝이며 물결치고 있다. 벽면에는 종이컵들과 검은 커피 봉지가 꽂혀 있다. 인스타에 자주 올라올 것 같은 현대 미디어아트가 어우러진 카페다.

이 범상치않은 곳은 김봉진 배달의 민족 창업주이자 전 의장이 지난해 창업한 ‘그란데클립’에서 지난 14일 오픈한 카페다. 아메리카노가 아니라 이곳에서 파는 것은 '믹스커피'다.

지금까지 각종 브랜딩을 통해 이름을 알린 김봉진 대표의 ‘믹스커피’에 대한 새로운 해석은 무엇일까? 빠른 비트에 몸을 맡기며 EDM이 흘러나오는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섰다.

뉴믹스 커피 팜플렛과 메뉴판 사진. 사진=신경민 기자.
뉴믹스 커피 팜플렛과 메뉴판 사진. 사진=신경민 기자.

전통, 그리고 믹스커피

검정색 점프슈트를 입은 직원을 만났다. “20분 전까지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운이 좋다”며 메뉴를 추천해줬다. 대충 '행운'이라는 뜻이다. 잠시 대기하는 동안 직원에게 추천 메뉴를 물었다.

“처음 온 사람들에게는 오리지널 믹스 커피를 추천드리고, 디저트의 경우는 다양한 종류의 오란다, 손이 가는 건빵, 출출할 때 먹을 만한 떡와플 등이 있다” 직감했다. 이 사람. 프로다.

줄을 서있는 동안, “역동적”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카페에 눈을 떼지 못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여럿 보였다. 왠지 사람을 잡아끄는 묘한 매력이다. 심지어 지나가던 한 외국인은 “여기 색다른 종류의 도넛을 파는 것 같다”며 관심있게 보다가 줄에 합류하기도 했다.

오리지널 믹스커피와 커피크림 오란다를 주문했다. 오픈 이벤트로 영수증 리뷰를 작성할 경우, 앞에 있는 믹스커피를 뽑아서 가져갈 수 있는 이벤트가 있다. 만약 뒷면에 황색 스티커가 부착되어 있다면, 커피 믹스 박스를 주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었다. 

뉴믹스 커피 내부 모습. 사진=신경민 기자.
뉴믹스 커피 내부 모습. 사진=신경민 기자.
오란다 디저트 6종. 사진=신경민 기자.
오란다 디저트 6종. 사진=신경민 기자.

그러는 사이 뉴믹스 커피 디렉터와 만났다. 궁금한 것이 많았다. 특히 김봉진 전 우아한형제들 의장이 새로운 창업 아이템을 왜 커피로 잡았는지 묻고 싶었다.

김봉진 전 의장은 한국 스타트업의 선구자다. 우아한형제들을 설립해 배달의민족 플랫폼을 출시, 배달시장의 디지털 전환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이후 우아한형제들이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인수되자 싱가포르로 넘어가 글로벌 전략을 가동하기도 했다.

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은 간혹 있는 일이다. 그러나 한국 스타트업 '사람'이 국내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글로벌 진출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 연장선에서 김 전 의장은 의미있는 성과들을 여럿 거뒀으며 그 자체로 한국 스타트업의 상징이 됐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와, 그 한국 스타트업의 상징이 왜 커피에 매료됐을까. 나아가 '브랜딩의 귀재'라 불리던 그는 어떻게 이 공간을 정의했을까. 현장에서 만난 디렉터는 '한식'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했다.

그는 “한식을 세계화시키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었다”면서 “식혜, 전통차 등 의견이 나왔으나, 우리가 늘 마시는 음료는 커피가 아닐까라는 아이디어에서 연간 60억 잔 이상 팔리는 믹스커피를 주목했다”고 말했다.

디렉터는 이어 “한국인들이 익숙해서 오히려 신기하다고 생각하지 못할 수 있으나, 외국인들이 사가는 선물 중에 늘 이 믹스커피가 포함돼 있다”면서 “이것을 세계로 내보냈을 때도 한국의 것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템이라서 선택하게 됐다”면서 아이템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에서 믹스커피는 오랜 시간 사랑받았다. 1970년 한국 최초 인스턴트 커피가 탄생했고, 1974년 세계 최초 파우더 형태 크리머가 탄생했다. 이 둘은 1976년 만나 세계 최초 커피, 프림, 설탕이 섞인 믹스커피가 만들어졌다. 이후 IMF를 거치면서 믹스커피 시장은 크게 성장하며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생각해보면 묘하지만 이해되는 말이다. 우리는 흔히 한식이라면 설렁탕이나 불고기를 떠올리고, 그 범위를 전통차로 좁히면 디렉터의 말대로 식혜 등을 생각한다. 그런데 전통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역사적으로 전승된 다양한 유무형의 문화를 뜻하면서도 특정 집단의 정체성을 규정할 수 있는 선명한 그 무언가다. 전통. '전할 전(傳), 큰 줄기통(統)'인 이유가 있다. 전해지면서 커다란 줄기를 이루는 정체성이다.

"익숙하지만, 깨트리다"

뉴믹스는 익숙한 전통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 오래된 역사의 믹스커피를 떠올리면 ‘레트로’를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뉴믹스 커피는 그 틀을 과감히 깨뜨렸다.

디렉터는 “믹스커피라면 레트로한 이미지를 기대하는데, 이를 딱 깨버리면 재밌겠다는 아이디어가 나왔다”면서 “미래적이고 현대적인 ‘뉴코리아’라고 부르며 레트로함을 뺀 2세대 믹스커피로 브랜딩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외국인들이 생각하는 한국은 한옥보다 젠틀몬스터, BTS 등의 트렌디한 모습이다. 이에 미디어아트 등 디자인을 역동적으로 꾸며 미래적인 디자인을 한 것이다.

성수라는 위치를 선정한 배경도 그 연장선이다. 디렉터는 “외국인들이 한국에 방문했을 때 많이 가는 곳으로 인사동 등을 생각할 수 있으나, 구글에 핀을 찍어본 결과 성수동이 훨씬 많았다”고 말했다. 최근 K-드라마에서 나오는 배경으로 성수동 느낌이 많은 것 등도 그 이유 중 하나다. 그는 “한국답게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지역이 ‘성수동’이라는 판단 아래 1호점을 이곳에 내게됐다”고 설명했다. 

테이크아웃 방식인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성수동 특성상 빠르고 유동 인구가 많아 ‘들고 다니며 마시기 쉬운 커피’로 선보였다. 

테이크아웃 형식의 커피믹스와 오란다 디저트. 사진=신경민 기자.
테이크아웃 형식의 커피믹스와 오란다 디저트. 사진=신경민 기자.

한편 커피맛은 기존 믹스커피보다 부드러웠다. 디렉터는 “믹스커피에 부드러운 우유 향을 추가했다”며 “기존 믹스커피와 달리 바밤바 같은 군밤 맛이나 아침햇살 같은 볶은쌀 맛 같은 한국적인 요소들을 추가했다”고 전했다. 

실제 뉴믹스커피 메뉴판에는 기본 메뉴인 믹스커피 외에도 볶은 쌀·녹차·군밤 커피와 흑임자·황치즈·쿠앤크를 포함한 5가지 종류의 오란다, 녹차·커피 슬러쉬 등이 적혀 있었다.

오란다 도넛은 푹신하고 부드러웠다. 오란다 맛은 6가지로 취향에 맞게 골라 먹을 수 있었다. 이외에도 ‘튀긴 건빵은 단맛을 입히고 메밀 크런치를 올려 바삭해 손이 자주 간다’, ‘떡와플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하며, 조청이 뿌려져 떡에 꿀을 찍어 먹는 느낌이 든다‘ 등의 후기를 들을 수 있었다.

50년 가까이 사랑 받아온 믹스커피. 팜플렛 안에는 “한국의 믹스커피가 오래 사랑받기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한국식 커피 브랜드, 뉴믹스”라는 문구가 한면에 적혀 있었다. 

이날 사람들은 받은 커피와 디저트 사진을 찍으면서 브랜딩 공간을 즐겼다. 뉴믹스 커피는 국내 성수 1호점을 시작으로 세계로도 뻗어나갈 예정이다. 그렇게 김봉진 대표의 새로운 브랜딩 실험도 무대 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