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올투자증권 정기 주주총회 현장. 사진=윤주혜 기자
다올투자증권 정기 주주총회 현장. 사진=윤주혜 기자

다올투자증권이 '2대 주주' 김기수 프레스토투자자문 대표와의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승리했다. 

15일 다올투자증권은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제 44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주총에는 약 77.4%의 주주가 의결권을 행사했으며, 의결권 표 집계에 상당 시간이 소요되면서 당초 예정된 시각보다 30분 늦게 시작됐다.  

주총의 핵심 포인트는 다올투자증권 '슈퍼 개미'로 불리는 2대주주 김기수 대표의 주주제안이 얼마나 통과될 지였다.  

김 대표는지난달 말 △권고적 주주제안 신설의 건 △주주총회 보수심의 신설의 건 △이사의 수 및 임기 변경의 건 △사외이사 강형구 한양대학교 교수 선임의 건 △차등적 현금 배당의 건 △임원퇴직금 지급규정 일부 변경의 건 △유상증자에 따른 자본금 확충의 건 등 총 12건에 달하는 주주제안을 냈다. 

현장에 참석한 김기수 대표 대리인은 "회사는 한 개인의 사익만을 위해 운영돼서는 안 된다"며 "다올투자증권의 실적이 안좋은 상황에서 주주분들의 건전한 견제와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기에 권고적 주주제안과 차등적 배당 등을 제안드렸다. 해당 안건들이 통과된다면 정부의 주도 하에 진행되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좋은 모범사례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다올투자증권 정기 주주총회 현장에서 진행자들이 개표를 진행 중이다. 사진=윤주혜 기자.
다올투자증권 정기 주주총회 현장에서 진행자들이 개표를 진행 중이다. 사진=윤주혜 기자.

그러나 주총 표 대결 결과는 2대 주주의 '완패'였다. 김기수 대표가 제시한 주주제안이 모두 부결된 것이다. 

주총 도중 김기수 측 대리인이 "실적도, 주가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사진도 재선임됐고 보수 한도도 그대로 유지됐다. 회사에서 단 하나라도 책임을 지고 통과시켜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음에도 영향력은 미비했다. 

특히 김 대표의 핵심 카드였던 '권고적 주주제안'은 26.6%의 찬성표를 얻는 데 그쳤다. 권고적 주주제안은 주주총회에서 상법과 정관에 정한 사항 외의 안건을 발의하거나 의결할 수 있는 권리다. 해당 의안이 부결되면서 제3호, 11호, 12호 의안이었던 △차등적 현금 배당의 건 △유상증자에 따른 자본금 확충의 건 △자회사 매각에 대한 보고 및 결의의 건 등도 자동 폐기됐다. 

이사의 임기를 3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는 안도 찬성률이 29%에 그치며 부결됐다. 

감사위원이 아닌 이사의 보수한도 승인의 건도, 80억원을 제시한 이사회안이 60.5%의 찬성표를 얻으며 가결됐다. 이에 38억원을 제시했던 김기수 대표 측 안건은 자동 폐기됐다. 

강형구 한양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도 반대표 73.1%로 부결됐다. 사외이사에는 다올투자증권 이사회에서 추천한 이혁 후보가 선임됐다. 

최대 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룰'이 적용됐던 감사위원 선임의 안도 이사회 안대로 처리됐다. 당초 해당 안건은 최대 주주 의결권이 제한된 만큼 김기수 대표 측의 의견이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결국 무산됐다. 

시장에서는 앞서 다올투자증권 지분을 보유한 'SK증권·케이프투자증권·중원미디어' 연합이 회사 측에 의결권을 위임하면서 표가 몰린 것으로 보고 있다. SK증권과 케이프투자증권은 각각 다올투자증권 주식 285만주(4.7%)를 보유하고 있으며, 중원미디어도 294만6309주(4.8%)를 보유 중이다. 

지분율 60%를 차지하는 소액주주들도 다올투자증권 측의 손을 들어줬다. 실제 김 대표가 내놓은 주주제안 12건 중 찬성률이 30%가 넘는 안건은 단 하나도 없었다. 

이날 주총 이후 강형구 한양대학교 교수 사외이사는 기자에게 "사외이사 선임 건이 부결되기는 했지만 주주분들께서 선택하신 다른 이사진 분들이 앞으로 다올투자증권의 사안을 잘 책임지고 이끌어나가실 거라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앞으로는 권고적 주주제안과 같은 방안이 활성화돼 주주 분들이 더 다양한 주주제안을 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은 주주제안의 규제가 너무 무거워, 주주분들께서 한정적인 주제의 의견밖에 내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다올투자증권 소액 지분을 보유한 한 개인 투자자 A씨 역시 "2대주주가 판도를 뒤집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은 했다"며 "KT&G처럼 집중투표제를 도입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