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알리익스프레스
사진=알리익스프레스

부쩍 커지는 C커머스(중국+이커머스)에 정부가 칼날을 들이댔다. 알리익스프레스(알리)와 테무 등 중국 기반 이커머스의 초저가 전략에 흔들리는 국내 유통 상권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다. 전문가들은 글로벌적인 흐름에 역행하기보다 국내 제조업계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더 생산적이라고 조언한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알리‧테무 등 C커머스 급성장에 정부가 나섰다. 국내 판매자 줄도산과 유통업계 경쟁력 저하를 막겠다는 목표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알리 앱 사용자 수는 818만명, 테무는 736만명으로 조사됐다. 1위는 여전히 쿠팡(3010만명)이지만 1년 만에 130% 성장한 2위 알리, 지난 7월 출시 이후 불과 반년만에 4위로 이름을 올린 테무 등 중국 기반 이커머스 약진이 눈에 띈다.

C커머스 대두에 놀란 정부, 상권 보호 고민

C커머스 급성장에 정부도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는 지난달 14일 쿠팡, 11번가, G마켓, SSG닷컴 등 국내 이커머스 사업자들과 ‘해외플랫폼 진출에 따른 국내 온라인시장 영향 간담회’를 개최했다. 국내 사업자 역차별을 막자는 취지다. 당시 중국 상품은 각종 관세와 부가세, 안전 인증 비용 등이 없어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대책을 내놨다. 지난 13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주재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는 해외 직구 증가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상반기 중 해외플랫폼 국내대리인을 지정하고 범정부 대응체계의 법적 근거도 마련할 방침이다. 해외직구와 관련 고객 불만이 높아진 데 따른 조치다.

정부는 대형마트 규제 해소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이 지난 6일 경기 김포 소재 SSG닷컴 풀필먼트 센터를 방문하고 국내 유통업계를 살리기 위해서는 대형마트의 휴일 및 새벽배송을 규제한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이나 폐지가 필요하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나 유통법 개정안 통과는 결국 물 건너갔다. 지난해 8월과 12월 논의가 진행됐으나 결국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에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한숨이 튀어나왔다. 중국은 인건비도 상대적으로 낮고, 일대일로로 세계 각국의 원자재 조달도 원활하다. 한국이 아무리 애써도 가격경쟁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들은 정부가 상권 보호 의지를 강력히 밀어붙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문가 “자생력 키워야”

전문가들 의견은 다르다. C커머스 침투는 국내에 국한된 사항이 아니라 글로벌 유통시장 전체를 꿰뚫는 흐름으로 거스를 수 없다는 분석이다. 예를 들어 정부가 중소상공인 지원 정책을 세운다고 해도 기간과 범위를 한정할 수 없다. 무한정 자금을 투입한다고 해도 투자 대비 효율성을 확신하기 어려워 지원 자체가 어렵다는 평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국내 유통산업에 대해 날선 비판을 늘어놨다. 그는 “그동안 안이하게 사업했던 국내 커머스업계가 긴장해야 할 것”이라며 “아마존과 알리‧테무는 다르다. 손 놓고 있을 상황이 아니”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짧은 배송 거리와 가격경쟁력, 아시아권 문화를 바탕으로 한 상품도 강력한 무기”라며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국내에 많은 이커머스들이 없어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판매자의 ‘경쟁력 강화’가 핵심이라고 말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알리‧테무로 대표되는 해외 유통 기업 변화는 4차산업혁명의 결과물로 정부 대책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며 “글로벌 유통업계 흐름을 받아들이고 오히려 알리를 이용해 국내 기업들이 판로를 개척하고 제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최지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도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단순히 저렴하게 들여와 판매하는 비즈니스는 끝났다”며 “가격경쟁력에서 중국에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국내 커머스들은 29CM나 W컨셉처럼 콘텐츠와 커머스를 엮는 역량을 키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소비자들에게 보다 세밀하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자사몰을 운영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이커머스 플랫폼이 주지 않는 고객 성향을 파악해 타깃 고객에 맞춤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정부의 관심이 C커머스의 과감한 국내 투자를 이끌어 냈다는 의견도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알리는 앞으로 3년간 한국에 11억달러(약 1조4471억원)를 투자한다는 사업계획서를 한국 정부에 제출했다. 알리는 올해 안에 2억달러를 들여 통합물류센터를 구축하고 한국 판매자들의 글로벌 판매 지원에도 1억달러 투자를 약속했다. 또 가품 등 소비자 보호에도 1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