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가 선보인 전기차 SU7. 사진=연합뉴스
샤오미가 선보인 전기차 SU7. 사진=연합뉴스

가성비를 무기로 두른 중국 전기차 기업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지난해 전기차 생산 업체인 중국 BYD(비야디)는 전년 대비 판매 대수를 62% 끌어올리며, 글로벌 판매 순위 9위에 안착했다. 국내 완성차 기업들도 경쟁력 제고를 위해 가격을 낮춘 전기차를 하나 둘 선보이고 있지만, 주춤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의 가성비 전기차 공격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BYD의 파격적인 가격 정책…샤오미까지 뛰어들었다

지난해 BYD는 글로벌 시장에서 302만대의 전기차를 인도하며, 255만대를 판매한 BMW그룹과 249만대를 판매한 메르세데스-벤츠그룹의 판매량을 제쳤다. BYD의 올해 생산 목표는 420만대로 설정 목표량을 달성하게 되면, 지난해 기준 8위인 혼다와 7위인 포드의 자리도 위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BYD가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연 저렴한 가격의 전기차에 있다. 업계에 따르면 BYD의 소형 전기 해치백 ‘시걸’은 중국 내에서 6만9800위안(약 1280만원)부터 판매되고 있다. 전기차 업계 중에선 최초로 출고가가 1000만원대인 전기차를 선보인 것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BYD는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아토3, 친플러스EV를 포함해 추가로 전 차종의 가격을 인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선두주자’로 불리는 테슬라도 BYD의 영향권을 벗어나진 못했다. BYD의 중형 전기 세단인 ‘실’의 중국 판매가는 21만2800위안(약 3889만원)으로 라이벌인 테슬라의 ‘모델3’ 중국 판매가 24만5900위안(약 4494만원)보다 14% 싸다. 테슬라를 압도하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BYD는 지난해 테슬라를 제치고 글로벌 전기차 인도량 1위에 올랐다.

테슬라도 왕좌를 되찾기 위해 할인 혜택을 추가로 제공하는 등 차량 가격을 인하하고 있지만 한동안 BYD의 독주체계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중국의 가전 업체인 샤오미까지 전기차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며 가성비 전기차 시장에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샤오미는 중국 SNS 웨이보를 통해 전기차 SU7(Speed Ultra 7) 시리즈를 중국 39개 도시, 59개 매장에서 판매한다고 밝혔다. 2021년 3월 전기차 시장 진출을 선언한 샤오미는 시장 경쟁에 뛰어들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쏟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아직 구체적인 차량 가격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샤오미는 저렴한 가격의 가성비 제품을 선보이기로 유명한 기업이다.

◇ 전기차 가격 내리는 국내 완성차 업체…관건은 중국 전기차 ‘진입’ 이후

가성비 전기차 전략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며,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전기차 가격을 낮춰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21일부터 중형 전기 SUV 모델인 아이오닉5, 중형 전기 세단 아이오닉 6에 최대 700만원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국고 보조금 650만원, 가격 할인 비례 추가 보조금 40만원까지 더하면 아이오닉5 기본 모델의 실제 구매가는 3000만원 중반대로 낮아진다.

기아도 중국에서 가격을 2900만원대까지 낮춘 가성비 전기 SUV EV5를 선보였다. 기아는 지난해 경기도 여주에서 열린 기아 EV 데이에서 소형 SUV인 EV3 콘셉트카 모델을 최초로 공개하고, 3만5000달러~5만달러 가격대로 출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후 보조금을 추가로 지급받으면 차량 구매가는 3000만원대 중후반까지 떨어진다.

현대차와 기아를 중심으로 국내 가성비 전기차가 등장하고 있지만, 관건은 중국산 전기차가 국내 시장에 진입한 이후에도 지금의 판매량을 유지할 수 있냐는 것이다. BYD는 현재 국내 시장에 전기차를 판매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등과 인증 협의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는 소형 상용차 T4K 모델만 판매됐지만, 이르면 올해 상반기 BYD의 전기 승용차가 국내에 들어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전기차 업체의 국내 진출이 점쳐지자, 정부는 배터리 에너지 밀도와 자원 순환성 평가를 보조금 지급 항목에 새롭게 추가했다. 상대적으로 에너지 밀도가 낮고, 재활용성이 떨어지는 LFP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는 중국 전기차 기업에게 불리한 요건을 더한 것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평가받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출혈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가격을 지속적으로 낮춰 이윤은 계속 줄고 있지만, BYD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BYD는 배터리부터 차량용 반도체, 소프트웨어 부품까지 75% 이상을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있어 1만달러 이하의 전기차 출시가 가능하지만, 내연기관에 중점을 둔 타 완성차 업체들은 이야기가 다르다. 

업계 전문가들은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부문 실적을 따로 공개하지 않지만, BYD와 테슬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적자를 기록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포드는 지난해 전기차 부문에서만 47억달러(약 6조20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애플도 전기차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느끼고 최근 장기간 진행했던 애플카 프로젝트를 취소했다. 가격을 낮추는 출혈 경쟁에서 벗어나 전기차 사업을 ‘흑자’로 유도하기 위해선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새로운 무기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