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행키 나이언틱 대표가 13일 그룹 인터뷰에 참여했다. 사진=신경민 기자.
존 행키 나이언틱 대표가 13일 그룹 인터뷰에 참여했다. 사진=신경민 기자.

2024년은 증강현실(AR) 글라스의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포켓몬 고” 개발사인 나이언틱의 존 행키 대표는 13일 서울 정동1928 아트센터 이벤트홀에서 열린 그룹 인터뷰에 참석해 AR 글래스 게임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간 이용자들이 AR게임을 할 때 스마트폰을 계속 바라봐야 하는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착용하는 AR 글래스 등의 기기로 현실 세계와의 상호작용을 늘리겠다는 의미다.

나이언틱은 주로 AR 기술과 위치정보시스템(GPS)를 활용한 게임을 개발해왔다. ‘포켓몬 고’, ‘인그레스’, ‘피크민 블룸’, ‘몬스터 헌터 나우’ 등이다. 이를 통해 나이언틱이 강조해온 방향은 명확하다. 바로 “바깥 세계를 탐험”하게 만든다는 철학 아래 현실 세계와 게임 경험을 연결하는 게임을 개발해온 것이다.

존 행키 대표는 “인터넷이나 온라인 활동 소셜 미디어 활동 등의 영향으로 학생들이 밖에서 활동하는 수치가 요즘은 절반 미만으로 줄었다”면서 “나이언틱은 현대적인 기술들을 활용해 이런 트렌드를 바꾸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고 말했다. 여러 세대가 같이 혼합해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통해 야외 공간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다.

존 행키 대표, “AR 글래스의 해가 될 것”

존 행키 대표는 수차례 AR 글래스에 대해 언급했다. AR 기기들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콘텐츠와 디바이스의 진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의미다.

먼저 ‘하드웨어 플랫폼과의 연계’에 주목했다. 이날 행키 대표는 선글라스 브랜드 라이방과 메타가 협업해 만든 AR글래스를 착용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나이언틱은 지난 2022년 말 퀄컴과 협력해 스냅드래곤 스페이스 혼합현실(XR) 개발자 플랫폼과 호환성을 통해 콘텐츠를 활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존 행키 대표는 “AR 게임 플레이를 위해 핸드폰을 계속 바라봐야 한다는 단점을 해소하기 위해 AR 글래스 개발에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AR글래스를 착용할 경우 상호작용 게임들의 경험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2024년은 AR글래스의 해가 될 것”이라면서 “올해 AR 글래스 생산량도 많이 늘어날 예정이며, AR글래스가 모바일, 하드웨어 시장에서 또 한번의 진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MR 기기에도 주목했다. “애플 비전프로나 메타퀘스트 같은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MR가 관련된 새로운 경험이 많이 생성되고 있는 가운데, 이런 것들이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새로운 기기에 접목한 게임들이 나올 것이라는 예고다. 

비전프로. 사진=신경민 기자.
비전프로. 사진=신경민 기자.

나이언틱은 강점인 GPS, AR 분야 개발에 힘쓰면서 개발 생태계에도 기여한다는 의지를 밝혔다. 특히 서드파티 개발자들도 참여할 수 있는 플래그십 AR 툴을 개발해 다양한 개발자들이 AR 툴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핵심적인 기술은 AR 맵이다. 행키 대표는 “전년도 기준 약 10만개 지역을 대상으로 AR 매핑을 완성했고 올해 목표치는 100만개로 확장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존 행키 나이언틱 대표가 발언하는 모습. 사진=신경민 기자.
존 행키 나이언틱 대표가 발언하는 모습. 사진=신경민 기자.

AI와 AR를 융합하는 시도도 펼치고 있다. 적용된 게임은 나이언틱이 서비스 중인 ‘페리도트’로, 가상 펫과 함께 산책하는 등의 활동을 하는 AR 게임이다. 여기에 대규모언어모델(LLM)을 접목시킴으로써 펫들이 저마다 다른 특징과 개성을 지니면서 이용자들과 교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기술의 접목을 통해 더욱 현실적이고 복합적인 생명체를 재현하려는 시도다.

현대 기술들의 융합을 시도하는 가운데, 그는 AR, XR 게임을 개발하기에 현재가 ‘적절한 시기’라고 조언했다. 실제 한국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막론하고 많은 중소 업체들이 VR, AR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행키 대표는 "XR 분야는 IT업계 전체에 있어 중요한 비전을 가진 곳이나, 시장 저변이 아직 넓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작은 규모의 업체가 선도적 기술을 갖춘 만큼 투자 단계부터 적절한 기반과 구체적인 시장 설정 등을 계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 시장에 대한 중요도도 언급했다. 다양한 게임이 소비될 뿐만 아니라 문화적 트렌드를 주도한다는 이유에서다. 행키 대표는 “한국은 전 세계에서 세번째로 큰 게임 시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게임 혁신이 벌어지고 있는 최전선”이라면서 “‘BTS’가 포켓몬고를 플레이하거나 포켓몬 브랜드가 인기를 끄는 등 다양한 트렌드 현상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 시장 뿐만 아니라 트렌드 파악에도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존 행키의 방한은 2015년 나이언틱을 창업하고, 2016년 포켓몬 고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지난달 말 마크 저커버그 메타 대표가 한국을 찾아 삼성전자, LG전자 등을 만나 AI·XR 분야 관련 협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행키 대표에게도 이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그는 “이번 한국 방문에서 만날 회사명 등 구체적 일정에 대해 말씀 드리기 어렵다”면서 말을 아꼈다.

 존 행키 나이언틱 대표 

이런 기술들을 활용하려는 시도는 나이언틱의 방향성과 맞닿아 있다.

현대 기술들이 만나 AR 글래스에서 실현된다면 야외 공간에서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고 친구들과 협력 또는 경쟁하는 방식으로 게임을 진행하면서 새로운 장소를 탐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방향이다. 결국은 '바깥 세상 탐험'이 주 목적인 셈이다. 

이런 방향은 존 행키 대표가 나이언틱을 창립했을 당시부터 이루고자 한 목표였다. 그는 “나이언틱을 창립할 때 이미 세 아이를 가진 부모였다”면서 “요즘은 아이들이 태블릿이나 PC와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바깥 세상을 끌어들이는데 어려움이 있었고, 현대적인 기술들을 활용해 이런 트렌드를 바꾸고자 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말했다.

사실 그는 창립 당시 구글이라는 안정적인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50대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현대적인 기술을 활용해 야외 경험을 늘리겠다는 목표 의식 아래 스타트업 창업에 나선 것이다. 이런 선택을 내릴 수 있던 건, 그의 삶을 돌아보면 이해할 수 있다.

존 행키 대표는 텍사스 시골 출신으로, 텍사스 주립대를 졸업하고 90년대 중반 UC 버클리 하스스쿨에서 MBA 과정을 밟았다. 이곳에서 처음 스타트업에 합류하게 된다. 3D 롤플레잉 게임을 만드는 스타트업을 함께 하면서 창업 여정을 시작한 것이다. 그는 2000년 공동 창업했던 키홀을 2004년 구글에 매각한 후, 구글에서 일하게 된다.

구글 로고. 사진=연합뉴스.
구글 로고. 사진=연합뉴스.

이후 존 행키 대표는 10년 넘게 구글에서 일했다. 이때 그는 구글어스, 구글맵 개발 등 위치기반 서비스들의 개발을 지휘했다. 그러던 중 그는 2010년 구글에 게임조직을 만들어 나이언틱랩스라는 이름을 붙여 활동했다. 나이언틱랩스는 2012년 말에는 위치기반 모바일 게임 ‘인그레스’를 발표하기도 했으며, 출시한 지 2년만에 200개국에서 1400만명이 넘는 사용자를 확보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우연이 겹쳤다. 이 시기 구글 사내 이벤트인 만우절 장난 프로젝트용으로 구글맵에서 포켓몬을 사냥하는 동영상을 만들 계획을 꾸미는 자가 있었다. 바로 일본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노무라 테츠오. 그는 포켓몬컴퍼니 사무실로 찾아가 거래를 했고, 동영상은 1천9백만뷰를 기록할 정도로 대성공을 거뒀다. 이후 행키는 노무라 테츠오의 도움으로 포켓몬컴퍼니와 미팅을 진행했다. 이렇게 강력한 IP와 신기술이 만난 '포켓몬 고' 공동 개발이 시작됐다.

출처=나이언틱. 
출처=나이언틱. 

'포켓몬 고' 제작에 들어간 시기, 구글이 알파벳 체제로 재편 중에 입지가 애매해진 나이언틱랩스는 결국 분사했다. 이후 존 행키는 외부 VC들에게 투자를 받으러 다녔다. 결과적으로 당초 계획보다 높은 가치의 투자를 받는데 성공하면서 지금의 포켓몬 고 등 나이언틱의 위치기반 서비스, AR 기술 등을 활용한 게임들이 나오게 됐다.

존 행키 대표는 게임을 통해 스트레스 수치가 낮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사진=신경민 기자.
사진=신경민 기자.

그는 "테크 산업에 종사한 지 30년이 되어가며 이제는 흰머리도 많이 났다"면서 "나이언틱의 목표 중 하나는 세계적인 스트레스 레벨을 낮추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람들과 함께 게임을 즐기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줄이고 행복감을 높여, 수 천만, 수 억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행복해지길 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