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IoT 기술이 적용된 삼성 '비스포크 냉장고 패밀리허브 플러스'. 출처=삼성전자
AI와 IoT 기술이 적용된 삼성 '비스포크 냉장고 패밀리허브 플러스'.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넥스트 스마트폰이라 지목되는 XR(확장현실) 헤드셋에 구글과 메타의 OS(운영체제)를 탑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각에서 “또 다시 하드웨어 제조사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삼성과 LG는 가전시장을 중심으로 OS를 공략할 방침이나, 이 역시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폰에 이어 XR도?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구글과 메타의 OS를 내장한 XR 헤드셋을 각각 올해와 내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초 애플의 비전 프로가 기대 이상의 흥행을 보이면서 본격적으로 XR 시장이 커질 것으로 기대됨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XR 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문제는 XR 기기에 들어가는 OS가 구글과 메타 등 미국의 빅테크일 것으로 점쳐지면서, 일각에서 스마트폰에 이어 XR 기기까지 하드웨어 제조사에 머무르게 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작년 2월 히로시 록하이머 구글 수석부사장과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는 삼성전자의 언팩 행사에 깜짝 등장했다.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는 구글, 퀄컴과 협력해 차세대 XR 폼팩터를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협업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삼성이 XR 헤드셋 하드웨어를 만들고, 구글이 OS를 맡을 것으로 시장은 내다본다. 삼성전자는 앞서 스마트폰 OS 시장에서 한 차례 고배를 마신 만큼 이번엔 시작부터 잘 하는 분야인 하드웨어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올해 2월에는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가 서울 여의도에 있는 LG트윈타워를 찾아 LG와 XR사업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 회의에서 양사의 차세대 XR 기기 개발과 관련된 사업 전략부터 구체적 사안에 이르기까지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졌으며, 향후 출시될 LG의 XR 헤드셋에 메타의 OS가 탑재되는 방향으로 얘기가 모아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향후 XR 시장에서도 구글과 같은 빅테크들이 시장을 지배할 것으로 예측된다. 

스마트폰에 이어 XR에서도 미국 빅테크에게 OS 시장을 내줄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 반대로, 가전제품 OS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영향력을 계속 확대할 방침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자사 생태계에 집중하고, LG전자는 외부로의 확장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AIot 중심에 ‘타이젠’이 

최근 삼성전자에서는 MD(멀티 디바이스) 전략에 대하여 내부적으로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날 이무형 삼성전자 DA사업부 CX팀장 부사장은 일체형 세탁건조기인 ‘비스포크 AI 콤보’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멀티 디바이스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각 제품이 합쳤을 때 어떻게 되는지에 대하여 많이 고민하고 있고, 연구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올해초 CES 2024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부회장이 “스마트폰, TV·가전, 자동차까지 연결된 사용자 경험은 정교하게 개인화된 서비스로 발전하고 있다. 여기에 AI를 접목해 기기 간 연결을 넘어, ‘차원이 다른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것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IoT(사물인터넷)에서 AIot(AI+사물인터넷) 시대로 변화하면서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으로 보고 있으며, 그 중심에 타이젠이 있다. 

타이젠으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을 하나로 이은 다음, 집안 모든 곳에서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무형 부사장은 “가전 기기에 AI 오더를 내리면, 그 오더가 갤럭시 S24에 가서 처리된 다음, 다시 해당 가전 기기로 와 소비자에게 제공된다”며 “해당 전략에 대해 아직 준비할 것들이 남아 있다. 차후 따로 소개하는 자리가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AI를 활용해 자사 생태계를 중심으로 타이젠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면, LG전자는 콘텐츠를 활용해 LG전자 외부로 OS를 확장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LG전자, 콘텐츠 역량 키우며 외부 브랜드 포섭

LG전자는 지난해 ‘웹OS 파트너 서밋 2023’을 통해 웹OS 사업 모수를 2억대에서 2026년까지 3억대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향후 5년간 맞춤형 콘텐츠 및 서비스 분야에 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LG전자는 웹OS 생태계에 넷플릭스, 프라임비디오, 애플TV, 디즈니플러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자사 FAST(광고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인 ‘LG채널’의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다. 2023년초 기준 웹OS 제휴 콘텐츠는 2500개이며, LG채널은 현재 3000개 이상 채널을 공급하고 각 나라별 맞춤형 콘텐츠를 공급한다. 

LG전자는 이러한 콘텐츠를 무기로 웹OS를 선택한 타사 브랜드의 수를 2021년 20여개에서 2023년 300개로 늘렸다. 

다만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가전 OS 시장에서 최종 승자가 될지는 조금 더 두고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타이젠과 웹OS가 그 태생이 삼성전자와 LG전자라는 이유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타이젠과 웹OS는 모두 가전 시장에서 중요 플레이어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만든 것이기 때문에 다른 가전 제조사가 삼성과 LG의 OS를 선택하는 것을 꺼려한다”면서 “타이젠과 웹OS를 선택하면 삼성과 LG의 영향력이 강해지는데, 이건 다른 가전 제조사 입장에서 바라는 그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타 브랜드사가) 설사 LG의 OS를 선택해도, 다시 다른 OS를 선택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OS 시장에서 삼성과 LG의 어려움에 대해 설명했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TV OS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21%, LG전자는 13% 내외를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줄곧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