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스킨라빈스가 ‘AI NPD 시스템’으로 개발한 신메뉴 ‘오렌지 얼그레이’. 사진=이솜이 기자
배스킨라빈스가 ‘AI NPD 시스템’으로 개발한 신메뉴 ‘오렌지 얼그레이’. 사진=이솜이 기자

‘워크샵 바이 배스킨라빈스’ 매장에 들어서면 이달의 메뉴인 ‘오렌지 얼그레이’를 색채감 있게 표현해낸 대형 화면에 자연스레 눈길이 간다. 오렌지 얼그레이는 배스킨라빈스가 인공지능(AI) NPD 프로그램으로 개발한 메뉴다. 생성형 AI ‘챗GPT’가 오렌지맛 아이스크림과 어울리는 티 블렌딩(차에 꽃·과일·허브향 등을 섞는 것)’으로 얼그레이를 추천해준 덕분이다.

지난 8일 방문한 서울시 강남구 배스킨라빈스 1층 소재 워크샵은 100평대 대형 매장답게 웅장함을 풍겼다. 워크샵은 지난 2월 19일 배스킨라빈스가 AI를 활용해 차세대 제품 연구개발 역량을 집대성한다는 취지로 문을 연 매장이다.

워크샵에서 판매하는 이달의 메뉴 ‘딥 플레이버’는 배스킨라빈스의 AI NPD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진다. 챗GPT에 원하는 조건, 상황 등을 질문해 얻은 답변을 토대로 제품 얼개를 짜는 방식이다. 배스킨라빈스는 생성형 AI로 시제품 비주얼도 구현해 제품 개발에 활용한다.

워크샵 매장 내 대형 화면을 꽉 채운 오렌지 얼그레이 제품 이미지도 생성형 AI의 작품이다. 오렌지 얼그레이는 이달 중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다. 제품 출시 후에는 워크샵 매장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워크샵은 매달 딥 플레이버를 계속해서 발굴, 출시할 예정이다.

고객 데이터는 AI NPD 프로그램을 뒷받침하는 핵심 요소다. 2300만명이 가입한 SPC 멤버십 서비스 ‘해피포인트’ 고객 빅데이터가 대표적이다. 배스킨라빈스는 빅데이터로 파악한 소비자 선호도나 트렌드 관련 내용을 생성형 AI에 주문한다. 배스킨라빈스가 약 40년간 축적해온 1500여개의 메뉴 레시피도 필수다.

워크숍 매장에서 판매되는 아이스크림 메뉴. 사진=이솜이 기자
워크숍 매장에서 판매되는 아이스크림 메뉴. 사진=이솜이 기자

챗GPT로 구상한 메뉴 아이디어를 재료로 다듬어 제품화하는 일은 배스킨라빈스 연구개발(R&D)실의 몫이다. 이를테면 R&D실은 챗GPT가 제안한 오렌지와 얼그레이를 재료 삼아 최적의 배합 비율을 찾아내는 역할을 한다.

R&D실을 거쳐 완성된 메뉴는 워크샵 매장에서 가장 먼저 공개된다. 비알코리아는 워크샵을 배스킨라빈스의 실험적인 메뉴들을 내놓는 공간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워크샵에서만 판매되는 메뉴 가운데 소비자 호응을 얻은 제품은 향후 판매처를 가맹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배스킨라빈스가 ‘브랜드 혁신’을 목표로 1년 여에 걸친 준비 끝에 이뤄낸 결실이다. 비알코리아 전략총괄임원직을 맡고 있는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의 진두 지휘 하에 워크샵 사업 전담 TFT(태스크포스) 조직도 운영됐다.

비알코리아 관계자는 “워크샵 매장은 기본적으로 ‘실험과 창조의 공간’을 지향한다”며 “워크샵을 통해 다양한 맛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 반응이 좋은 메뉴들은 전국 점포에서 선보이도록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장 내 브랜드 스토리텔러 ‘닥터’와 소비자 간 소통  

브랜드 스토리텔러 ‘닥터’가 맛보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습. 사진=이솜이 기자
브랜드 스토리텔러 ‘닥터’가 맛보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습. 사진=이솜이 기자

워크샵에는 브랜드 스토리텔러 ‘닥터’가 있다. 닥터는 방문객들에게 아이스크림 맛보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매장 곳곳을 설명해준다. 매일 오전 11시·오후 3시·오후 5시 배스킨 라빈스 브랜드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는 도슨트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닥터의 경우 배스킨라빈스 브랜드 매니저 혹은 점장 근무 경력을 갖춘 베테랑 직원들로 선발된다.

매장을 스토리존·케이크존·버라이어티존 총 3개 공간으로 구성한 점도 흥미롭다. 스토리존에는 워크샵에서만 판매하는 아이스크림과 기존 베스트셀러 메뉴들을 한데 모았다. 케이크존의 경우 전문 셰프들이 직접 제조한 아이스크림 케이크들이 진열돼 있다. 버라이어티존은 젤라또 12종과 함께 젤라또와 토핑을 조합해 제공하는 ‘젤라또 라이브 스테이션’을 두고 있다.

스토리존 설명을 이어가던 닥터는 이날 기자에게 와사비맛 아이스크림 맛보기를 제안했다. 와사비는 생 와사비(고추냉이)를 갈아 넣어 만든 이색 메뉴다. 혀가 얼얼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막상 먹어보니 와사비 특유의 톡쏘는 향과 우유의 풍미가 제법 어우러졌다.

닥터가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메뉴는 ‘그린티 오렌지 자스민’이었다. 아이스크림을 한 스푼 떠주며 소르베 타입으로 후식으로 즐기기에 좋다는 ‘깨알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워크숍 매장을 둘러보는 동안 맛보기 체험 만큼이나 닥터와 소통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사랑에 빠진 체리’처럼 제품명에서부터 호기심을 자아내는 메뉴들도 만나볼 수 있다. 사랑에 빠진 체리는 배스킨라빈스 대표 메뉴 ‘사랑에 빠진 딸기’와 ‘체리쥬빌레’를 믹싱한 제품이다. 기존 아몬드 봉봉과 피스타치오를 재구성한 신메뉴 ‘피스타치오 봉봉’도 빼놓을 수 없다.

워크숍 매장 전경. 사진=이솜이 기자
워크숍 매장 전경. 사진=이솜이 기자

케이크존은 귀엽고 앙증맞은 외관을 뽐낸다. 이곳에서는 ‘에그’, ‘단지’, ‘눌’, ‘베일’ 케이크 총 4종 라인업을 판매한다. 단지 케이크에는 ‘스노우볼’이 올라가 있는 게 특징이다. 눌은 구움과자류 디저트 ‘까눌레’를 본따 만들었으며 베일은 흘러내리는 듯한 쉬폰 스타일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다.

아이스크림 케이크는 워크숍 매장 지하 키친에 상주하는 셰프들의 손길을 거쳐 진열대에 오른다. 워크샵 매장에서 판매하는 아이스크림 케이크와 젤라또 등은 약 10명의 셰프들이 직접 생산한다. 이를 위해 배스킨라빈스는 베이커리 분야에서 굵직한 경력을 보유한 셰프들을 영입하기도 했다. 셰프들이 아이스크림 케이크 메뉴 개발차 동물 다큐멘터리나 동화책을 꾸준히 들여다보는 노력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는 후문이다.

비알코리아 관계자는 “워크샵 매장 문을 열기에 앞서 아이스크림 케이크 메뉴 개발에만 10개월의 시간이 소요됐다”면서 “아이스크림 케이크 제품들은 셰프들이 지하 키친에서 매일 소량 생산하고 있는데 워크샵 개점 직후 빠른 매진 속도를 보이기도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