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차량에 기본 탑재된 티맵 내비게이션. 사진=이코노믹리뷰
볼보 차량에 기본 탑재된 티맵 내비게이션. 사진=이코노믹리뷰

“수입차는 내비게이션 보기가 불편하지 않나요?”

이런 불편함을 인지한 듯 최근 수입차의 고질적인 단점으로 꼽히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국내 소비자 입맛에 맞게 개편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국내 1위 내비게이션 업체인 ‘티맵’이 압도적인 모바일 점유율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입차 인포테인먼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모습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수입차 등록대수는 27만1034대로, 전년 대비 4.4% 감소했다. 올해 1월 기준 수입차 등록대수는 1만3083대로 2023년 1월 대비 19.4%, 2023년 12월 대비 51.9% 급감했다. 국산차 대비 높은 가격과 조작에 대한 불편함으로 수입차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 5일 자동차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의 ‘연례 자동차 기획조사’에 따르면 국내 수입차 운전자 62%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에 내비게이션을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산차 운전자는 수입차 운전자의 3분의 1 수준인 25%가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이용했다.

내비게이션 앱 중에는 티맵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이용자 74%가 주로 티맵을 쓰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카카오내비 12%, 네이버지도 7% 순으로 나타났다. 수입차 시장에서 내비게이션 앱 사용량이 유독 높은 이유는 자체 내비게이션이 변하는 국내 도로 사정과 맞지 않아 불편함이 크기 때문이다. 순정 내비게이션을 업데이트 하려면 서비스 센터를 찾아 따로 돈을 지불해야 한다.

반면 티맵 내비게이션의 경우 지도 정보가 온라인 스트리밍 방식으로 제공돼 별도의 지도 업데이트가 필요없고, 최신 교통상황을 포함한 모든 안내 정보가 실시간으로 반영되는 것이 장점이다. 운전자들도 티맵 내비게이션을 선호하는 이유로 ‘길 안내가 빠르고 정확해서’를 꼽았다.

수입차 업체들도 소비자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선호도가 높은 티맵과 손잡고 자체적인 인포테인먼트 및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선보이고 있다. 수입차 업체 중에서 가장 먼저 티맵 인포테인먼트를 적용한 곳은 ‘볼보’다. 볼보코리아는 2021년 티맵 모빌리티와 협업을 통해 XC60 모델에 티맵 내비게이션을 포함한 통합형 티맵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를 장착했다. 

볼보는 티맵 인포테인먼트를 통해 내비게이션뿐만 아니라 고객 AI 서비스도 강화한다. 평균 96% 이상의 한국어 인식률을 자랑하는 AI(인공지능) 서비스를 통해 개인별 사용 이력을 토대로 요일이나 시간대에 따라 선호하는 목적지나 즐겨찾는 경로를 제안한다. 구글 캘린더와 연동해 일정이나 날씨 등을 안내해주는 ‘데일리 브리핑’ 기능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전반적으로 수입차 시장이 불황을 겪었지만 티맵 인포테인먼트를 탑재해 고객 경험을 강화한 볼보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

후발 주자인 메르세데스 벤츠도 티맵과 협업을 강화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벤츠는 지난 1월에 출시한 신형 E클래스에 티맵 내비게이션을 적용, 향후 티맵 서비스를 지원하는 모델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에는 올레 칼레니우스 회장이 방한해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과 함께 티맵 내비게이션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BMW 그룹도 올해부터 티맵을 기반으로 하는 한국형 내비게이션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BMW와 MINI에 장착되는 티맵 기반 내비게이션은 기존 순정 내비게이션과 달리 교통 상황을 실시간으로 반영해 제공한다. 경로 안내는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연동된다.

지난해 처음으로 국내에 출시된 BYD(비야디) 1톤 전기트럭 T4K에도 티맵 내비게이션과 SK텔레콤의 AI플랫폼 누구(NUGU) 오토가 적용됐다. JRL(재규어랜드로버), 지프 역시 티맵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며 고객 편의를 고려하는 상황이다.

티맵의 경우 자체적으로 수입차 업계의 전동화 전환을 고려한 서비스도 강화할 계획이다. 티맵은 카 인포테인먼트 기술 고도화를 통해 전기차 충전소 위치, 예약뿐만 아니라 전기 소모량 확인, 배터리 자동 예열 등 전기차 특화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컨슈머인사이트 관계자는 “볼보자동차와 폴스타에 이어 메르세데스 벤츠, BMW 등 주요 수입차 브랜드가 티맵 통합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적용에 나서고 있다”며 “티맵이 수입차 내비게이션의 표준이 돼 현대오토에버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운전자들 사이에서 외제차 내비게이션이 불편하다는 인식이 만연했다”며 “티맵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적용을 통해 앞으로는 외제차에서도 국산차 못지 않은 개인화 경험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