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배임·재산국외도피) 등 혐의를 받는 이화그룹 김영준 회장(왼쪽)과 김성규 총괄사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배임·재산국외도피) 등 혐의를 받는 이화그룹 김영준 회장(왼쪽)과 김성규 총괄사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영진의 불법행위로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이화그룹 계열사 3사(이화전기·이아이디·이트론)가 최근 한국거래소에 주주총회 이후로 심의를 연기해달라 부탁한 것으로 확인됐다. 요청을 받아들인 거래소 시장위원회 측은 3사에 대한 상장폐지 최종 심의(개선기간 부여 여부 포함)를 주총 이후로 미룰 전망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이화전기와 이트론에 대해 코스닥시장위원회를 열고 상장폐지 여부 등을 심사하고 있다. 코스피 시장 상장사인 이아이디 역시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서 같은 절차를 밟고 있다. 

이들 3사의 '상장폐지 사태'는 검찰이 지난해 5월 10일 김영준 전 이화그룹 회장과 김성규 총괄사장에 대해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보도가 나가면서 불거졌다. 당시 거래소는 보도가 나온 직후 이들 3사의 주식 거래를 중단시켰다. 

다음날인 11일 이화그룹이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 발생 금액을 8억3000만원으로 공시하면서 이트론과 이아이디는 11일, 이화전기는 12일 거래가 재개됐다. 그러나 12일 오후 검찰 공소장에서 밝혀진 횡령 혐의 금액이 770억원(이화전기 42억4900만원, 이트론 311억3700만원, 이아이디 416억4800만원)대에 달하는 등 공시 내용과 다른 사실이 드러나면서 5시간 22분 만에 다시 거래가 정지됐다.

이에 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가 지난해 9월 이화그룹 3사에 상장폐지 결정을 내렸지만, 각 사가 이의신청을 제기하면서 올해 1월부터 재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재심은 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 및 코스피시장위원회에서 진행하며, 여기서 3사의 상장폐지 여부를 포함한 개선기간 부여 여부 등이 결정될 예정이다. 만약 시장위원회 재심에서도 앞서 기업심사위원회와 동일한 결정이 나올 경우, 이화그룹 3사의 상장폐지도 최종 확정된다. 

다만 최종 심의 결과는 이달 말 진행될 각 사의 정기주주총회 이후에나 발표될 예정이다. 주총 이후로 심의를 미뤄달라는 회사 측 요구를 거래소 시장위원회가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아이디, 이트론, 이화그룹 측에서 주주총회에서 정관을 변경하는 등의 중요한 일정이 잡혀 있다며, 상장폐지 여부 심의를 주총 이후로 미뤄달라고 저희 측에 요청했다"며 "위원회 측에서도 각 사가 주총에서 발표할 '상장 유지를 위한 기업가치 개선 계획안' 등의 내용을 살펴 본 후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거래소 시장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이화그룹 3사 소액주주들의 기다림도 덩달아 길어졌다. 소액주주들은 거래소가 3사의 상장을 유지하고, 개선기간을 부여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상장폐지가 현실화될 경우 소액주주들이 수천억 원의 피해를 입게 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주주들은 이화그룹 3사의 이사회가 지분 매수를 위해 의도적으로 상장폐지를 유도 중이라며, 최근 주주행동주의 플랫폼 '액트'를 통해 김영준 전 이화그룹 회장의 처벌을 요구하는 탄원서 서명 운동도 진행 중이다. 

해당 주장에 대해 거래소 관계자는 "회사가 실제 상장폐지를 원하는 지 아닌 지는 사실 저희로서는 알 수가 없다"며 "다만 각 사에서 저희에게 상장 유지를 위한 개선 계획서를 제시한 상황이라, 이에 대한 의지와 진정성 여부를 주주총회 내용 등을 지켜보고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