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출처=은행연합회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출처=은행연합회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11일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배상안은 당국과 은행, 투자자 간 소통의 출발점”이라면서 “이번 일이 은행권, 더 나아가 자본시장이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조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홍콩 H지수 대규모 손실 사태와 관련해 “저도 과거 신한금융그룹 재직 당시 사모펀드에 얽혀서 고생한 경험이 있고, 해당 과정을 거쳐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도 도입됐는데 이런 문제가 다시 발생해 죄송하다”며 유감을 표했다.

그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책무구조도 도입을 통해 내부통제 책임이 명확해질 것”이라며 “은행연합회는 내부통제가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소비자 보호에 앞장서겠다”고 전했다.

이날 금융당국이 발표한 홍콩 H지수 ELS 관련 배상안에 관해서는 “해당 사안에 대한 언급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각 은행이 처한 상황을 바탕으로 당국·은행과 소통하겠다”고 답변을 피했다.

조 회장은 홍콩 ELS 사태의 발생 원인보다 불완전판매 방지 대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ELS 등 고위험 금융상품을 은행에서 판매하는 일이 적합한지 묻자 “어느 상품을 팔고 안 팔고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앞으로 은행 산업은 시스템을 갖춰 자산 관리 측면에서 고객의 선택권을 넓히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 고도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답했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강예슬 기자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강예슬 기자

이날 간담회에서 조 회장은 ‘소통’을 강조했다. 그는 “은행연합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은행이 스스로 밸류(value)를 높이도록 기반을 다지는 것”이라면서 “은행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다양한 의제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당국‧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홍콩 ELS 사태 등 은행의 수익성 추구에 대한 사회의 비판적인 시각과 관련해서도 “소비자 보호 측면의 문제점을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며 “상생금융 등 은행의 여러 사회공헌 활동을 알리고, 이를 기반으로 고객, 사회와 효율적으로 소통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1일 15대 은행연합회 회장으로 취임 후 100일을 맞은 조 회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취임사에서 제안했던 ▲기본 ▲변화 ▲상생 세 가지 키워드를 언급하며, 소상공인·자영업자 이자 환급(캐시백) 사업과 자율 프로그램 등 ‘민생금융 지원방안’을 마련한 은행권과 당국에 감사를 전했다.

그는 “취임해서 가장 먼저 한 일이 민생금융 지원방안 마련이라 감회가 남다르다”며 “투자자 입장에서 (민생금융 지원방안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고민도 많이 했고, 건전성과 수익성을 관리해야 할 민간 은행으로서는 쉽지 않은 결단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회장은 “일부 투자자는 은행의 희생이 강요됐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은행이 우리 경제의 디딤돌로서 공공성을 지키는 측면에서 사회적으로 필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실물경제 자금 공급, 공공성과 건전성, 수익성 등 은행의 근간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조율할 것”이라고 했다.

은행권 자율 프로그램은 “은행별로 아이디어를 모아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며, 이달 말에 발표해 4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라면서 “각 은행의 특성에 따라 은행별로 여러 가지 자율 프로그램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며, 특히 취약 계층 지원을 위해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하는 등의 방안도 생각 중”이라고 언급했다.

조 회장은 앞으로 은행의 사업 영역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조 회장은 “1분기 이후에는 그간 진행됐던 은행권 제도 개선 기획단(TF) 등 혁신 논의, 은행권의 비금융 진출과 금융그룹 자회사와의 시너지를 위한 제도 논의를 활성화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은행 산업 전망과 관련해서는 “금리의 향방은 불확실하고 부동산 시장과 실물 경제의 어려움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환대출 플랫폼 등에 따른 영업 경쟁은 격화하고 있다”며 “은행은 민생경제의 보루로서 철저한 건전성과 유동성 관리로 ‘은행은 안전하다’는 국민 신뢰에 부응하고 경제 생태계의 선순환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