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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아침마다 배나 머리가 아프다고 울어서 학교에 못 갈 때도 있고 학교 보내는 것이 너무 힘들어요.” 

[오은영 박사] “이런 현상은 유치원에 처음 다니게 된 아이나 초등학교에 입학한 1학년 아이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아침마다 아이와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지요. 이런 경우는 분리불안일 가능성이 큽니다.”

심리상담전문가 오은영 박사의 ‘엄마표 마음처방전’에 담긴 우리 아이 심리 가운데 하나입니다. 

3월은 기나긴 겨울 방학이 끝나고 아이들이 학교로 돌아가는 시기입니다. 겨우내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야했던 부모 입장에서는 방학이 시작되는 시점일 수 있겠네요. 하지만 유독 예민한 기질을 타고났거나 수줍음이 많고 긴장을 많이 하는 아이를 가진 부모의 사정은 다를 수 있습니다. 하루 하루가 긴장의 연속일 수밖에 없는데요. 

부모와 떨어지는 것을 불안해 하면서 학교에 가지 않으려고 하거나, 수업 중간에 집으로 돌아온다면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바로 앞에서도 언급한 ‘분리불안장애’ 때문입니다.

김효원 서울아산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교수님의 도움을 받아 분리불안장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부모의 과잉보호, 분리불안장애 위험 요소

김효원 교수는 “집이나 양육자로부터 떨어지기를 심하게 불안해하면서 다시 보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 때문에 학교생활이나 일상생활 적응에 어려움이 큰 경우 분리불안장애 진단이 가능하다”고 설명합니다.

분리불안장애는 12세 미만 아동에서 나타나는 가장 흔한 불안장애 가운데 하나입니다. 특히 학교를 가기 시작하는 7~8세에 흔하게 발생한다고 해요. 전체 아동의 4.1%가 분리불안장애를 겪는다고 합니다.

분리불안장애는 아동의 타고난 기질과 의존적인 성격이 원일 수 있습니다. 두 명 이상의 아이를 같은 방식으로 양육했음에도 한명은 괜찮은데, 다른 한명에서 분리불안장애가 발생하는 경우입니다.

부모가 불안해하는 성격인 경우도 문제가 될 수 있어요. 실제 공황장애나 우울증이 있는 부모 자녀에게서 분리불안장애가 더 많이 나타난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부모의 양육태도도 분리불안장애에 영향을 끼치는데요. 우리나라는 출산율이 굉장히 낮은 나라입니다. 합계출산율이 가임여성 1명당 0.7명 가량인데요. 합계출산율은 여성이 가임기간(15세~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의미합니다. 

낮은 출산율과 함께 부모는 물론, 조부모가 가지는 아이에 대한 사랑은 클 수 밖에 없겠네요. 최근 우리 아이에게는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는 ‘골드키즈’ 트렌드가 유행하는 원인도 낮은 출산율에 있습니다. 당연히 부모라면 사랑하는 자녀인 만큼, 계속 보호해주고 싶고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크겠죠. 

문제는 과잉보호 입니다. 이를테면 아이가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행동도 부모가 과잉보호하거나 간섭하는 양육태도, 혹은 부모와 아이 사이의 애착이 불안정한 경우 분리불안장애 위험이 증가한다고 해요. 아이를 보호하는 것도 좋지만 적당하게 독립심을 키워주는 노력이 필요하겠죠.

‘교실부터 교문까지’ 순차적으로 등교 연습하기

그렇다면 어떤 치료법이 있을까요. 먼저 등교를 거부하는 아이에게는 ‘순차적인 등교 연습하기’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양육자와 떨어지는 것을 순차적으로 연습하면서 서서히 혼자 학교에 갈 수 있게 적응시키는 방법인데요.

첫째 주에는 보호자가 교실 자리까지 함께 동행을 합니다. 둘째 주에는 교실 문 앞까지, 셋째 주에는 복도 입구까지, 넷째 주에는 건물 입구까지만 함께 등교하는 방식입니다. 

부모, 보호자를 떠올릴 수 있는 물건을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김효원 교수는 엄마, 아빠의 사진이나 인형 등을 활용해 볼 것을 권유합니다. 목소리를 들어야만 안심하는 경우에는 휴대전화를 주고 정말 불안하면 전화를 하는 것도 좋습니다.

다만 전화의 횟수를 조정하고 적절한 상황에서만 전화하도록 지도해야 합니다다. 통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인데요. 이런 경우엔 어떻게 하면 불안을 달랠 수 있을지 미리 약속을 정하는 것이 필수겠죠.

앞서 부모가 불안해하는 성격인 경우에도 아이의 분리불안장애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했는데요. 부모 자신이 아이와 떨어질 때 불안을 심하게 느끼는 경우가 종종있다고 합니다. 엄마도 아이가 학교에서 어떻게 하고 있을지 불안해하면서 안절부절 못하기보다는 담담한 태도로 아이가 학교생활을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줘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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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불안을 지혜롭게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아이는 엄마를 모델삼아 자신의 불안을 조금 더 효과적으로 다스릴 수 있게 된다고 김효원 교수는 조언합니다. 엄마가 자신의 마음을 충분히 알고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우리 아이는 안심하게 된다고 하네요.

마지막으로 놀이치료, 면담치료, 약물치료가 있습니다. 증상이 심하거나 오래 지속되는 경우에는 놀이치료가 도움이 되며 아이를 안심시켜주고 불안한 마음을 읽어주는 면담치료도 증상호전에 도움이 된다고 해요.

부모와 아이의 분리가 어려운 경우에는 가족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어요. 증상이 매우 심한 경우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와 같은 약물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으니 불안의 정도가 심하고 오래 지속될 경우 전문가를 찾는 것이 좋겠습니다.

김효원 교수는 “분리불안장애는 주변의 관심과 치료로 자신의 불안을 다루는 능력이 성장하면 잘 나아지는 질환”이라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