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3공장 전경.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 3공장 전경.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양호한 실적 흐름을 보였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톱 티어 수준의 위탁생산(CMO) 능력을 인정받으면서 고성장을 지속했고 대웅제약, 한미약품, 종근당 등 토종 기업들도 연구개발 성과와 함께 신바람을 탔다.

다만 영업이익 측면에서는 다소 주춤했는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수혜를 입었던 진단키트 업체 실적이 급격히 위축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1일 전자공시에 따르면 8일 오후까지 잠정 실적을 공시한 제약·바이오 상장사 중 작년 매출이 1600억원을 넘은 곳은 50개사다. 각사의 매출을 더한 금액(32조5061억원)은 전년(34조729억원)과 비교해 4.6% 줄어들었다.

10곳 중 7곳꼴(72%)로 매출이 늘어나 몸집을 불렸지만 영업이익이 감소해 수익성은 악화됐다. 수익성 감소 원인으로는 대형 제약기업들의 연구개발(R&D) 비용 증가와 진단키트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꼽힌다.

영업익 증가율은 화장품 연구·개발·생산(ODM) 기업인 코스맥스그룹의 계열사 코스맥스엔비티가 1위를 차지했다. 어린이 영양제가 주력인 이곳은 119억원의 영업익을 올려 전년 동기(22억원)보다 5.3배 급증했다. 이는 영업익 증가율 2위를 기록한 경보제약(4.0배, 14억원→55억원)을 웃도는 수치이기도 하다.

코스맥스엔비티 측은 “해외 법인의 적자 폭이 개선돼 영업이익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간판이 고지혈증 치료제인 곳들, 실적 날았다…경동제약은 적자

 

경보제약을 포함해 고지혈증 치료제가 주력 제품인 제약사들의 실적도 전년 대비 성장했다. 경보제약에 따르면 회사를 대표하는 제품은 고지혈증 치료 성분인 아토르바스타틴인데, 이를 포함한 일반 원료의약품 품목의 매출 비중(29.9%)이 3분기 누적(1~9월) 기준으로 전체 품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완제의약품(15.4%)은 전체 원료의약품보다 매출 비중이 낮지만 이 품목에서 ‘맥시제식’ 등 신제품의 매출이 뛴 것도 실적 상승의 이유다.

한미약품(로수젯)과 JW중외제약(리바로), 제일약품(리피토)도 고지혈증 치료제로 재미를 봤다. 같은 기간 3사는 이들 제품만으로 각각 1014억원과 1088억원, 1316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특히 로수젯은 작년 1~12월에 전년보다 20%가량 확대된 1788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동건 SK증권 연구원은 “로수젯의 매출이 전년 동기(4분기) 대비 20%가량 늘어 같은 기간 한미약품의 영업이익(701억원)이 급증(1.8배)했다”고 추정했다.

다만 경동제약은 고지혈증 치료제(아트로반)가 대표 제품임에도 매출이 전년 대비 11.0% 줄고 적자로 전환됐다. 류기성 경동제약 부회장 체제 이후 리베이트 논란과 시험기록서 거짓 작성, 의약품 회수 등 잇따른 악재로 몸살을 앓다 최근 각자 대표 체제로 바꿔 경영 쇄신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코로나 특수’ 끝난 바이오 기업들, 적자 전환하거나 지속

출처=금융감독원
출처=금융감독원

고지혈증 치료제가 주력인 제약사들과 달리 진단 키트를 주로 만들던 바이오사들은 실적이 추락했다. SD바이오센서와 씨젠이 적자로 전환됐고 엑세스바이오(-95.4%)는 영업익이 급감했다. 매출 1000억원 이하 규모의 진단 키트 전문 기업 중에선 미코바이오메드와 진시스템도 실적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다만 전체 진단 키트 상장사 가운데 바디텍메드와 마이크로디지탈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성장했다. 특히 마이크로디지탈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적자(80억원)에서 흑자로 전환(2억원)됐다. 양사 모두 진단 키트에서 다른 사업 부문으로 수익을 다변화한 것이 실적 상승의 원인이다. 

한편 SK바이오팜은 전년(2462억원)보다 44.2% 급증한 354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다만 37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전년(-1311억원)에 이어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회사 측은 “XCOPRI의 미국 매출과 용역 매출이 성장해 적자가 지속됐지만 손익 구조는 개선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