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6일부터 3월 8일까지 사흘간 12만명의 관람객이 몰리며 성황리에 막을 내린 2024 인터배터리. 국가적 미래 먹거리로 급부상한 배터리 산업을 향한 관심을 대변하듯, 국내 배터리 3사의 부스는 연일 인파로 발 디딜 틈도 부족했다.

2024 인터배터리 현장에는 배터리 3사 못지않게 주목받은 업체가 즐비했다. 대표적으로 배터리 산업의 ‘뿌리’인 소재기업들이다. 대한민국의 주력 제품이었던 고부가가치 하이니켈 배터리 소재부터, 근래 저가형 배터리로 각광받는 LFP(리튬인산철)배터리 소재까지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본인들만의 ‘밸류체인’을 구축한 점이 눈에 띈다.

이차전지 소재 총출동

현장에 가장 크게 자리한 소재기업 부스는 포스코그룹이었다. 지난해까지는 포스코퓨처엠이 주축이 된 소재사업부문만 출전했으나, 올해엔 포스코홀딩스-포스코인터내셔널-포스코-포스코퓨처엠이 ‘포스코그룹’ 이름 아래 하나로 뭉쳤다. 그룹 이차전지소재 밸류체인의 구성과 흐름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순환하는 원형 구조의 모형과 영상용 미디어월을 전시관 중앙에 핵심 전시물로 배치했다.

포스코그룹 부스에 전시된 원형 모형. 사진=박상준
포스코그룹 부스에 전시된 원형 모형. 사진=박상준

특히 소재 원자재 확보를 위한 회사의 노력을 알아보기 쉽게 전시했다. 아르헨티나 현지에 확보한 리튬염호 등 다양한 원자재 솔루션을 미디어월을 통해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한편엔 철강 복합소재 배터리팩과 원통형 배터리캔용 스틸을 전시, ‘철강회사’라는 포스코만의 아이덴티티가 어우러진 전시관을 꾸렸다.

포스코의 철강복합소재 배터리팩. 사진=박상준
포스코의 철강복합소재 배터리팩. 사진=박상준

소재 리사이클링 방식도 자세히 소개했다. 지난해 전라남도 율촌산업단지에 준공한 이차전지 리사이클링 공장은 연간 블랙파우더 1만2000톤을 처리해 니켈 2500톤, 코발트 800톤, 탄산리튬 2500톤 등 이차전지소재의 원료가 되는 금속 자원을 회수할 수 있다. 리사이클을 담당하는 포스코HY클린메탈의 건식 리사이클 신기술도 대중에게 공개됐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포스코그룹은 원자재 채굴부터 조달, 소재 생산, 리사이클까지 전 과정에 걸친 밸류체인을 구축한 유일한 기업”이라며 “2030년까지 목표로 한 이차전지소재사업 전략 기조를 체계적으로 이행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국내 ‘배터리주 열풍’의 주역이었던 에코프로 역시 글로벌 최상위권의 하이니켈 양극소재 기술을 중심으로 대형 전시관을 꾸렸다. 에코프로의 마스코트 ‘에꼬’가 귀여운 모습을 뽐내며 전시관에 입장한 관람객들을 맞이했다.

에코프로는 총 4개의 전시존 준비하고 각각 다른 핵심 주제를 다뤘다. 존 1은 ‘세계 최고 양극재 기술 선도’라는 주제로 하이니켈 시장점유율(M/S) 1위 제품 및 기술력을 선보였다. 존 2는 ‘통합 이차전지 소재 회사’라는 소주제 아래 나트륨 양극재, 실리콘 음극재, 전고체 등 에코프로의 미래 사업 아이템을 전시했다. 존 3은 제조 비용을 30% 절감하고 친환경성을 강화한 ‘클로즈드 루프 시스템 V2’를, 존 4에선 에코프로의 25년 역사와 미래 25년 비전을 다뤘다.

에코프로 마스코트 '에꼬'. 사진=박상준
에코프로 마스코트 '에꼬'. 사진=박상준

하이니켈 양극재 전문업체 엘앤에프는 LS그룹과 손잡고 ‘LS-엘앤에프 배터리솔루션(LLBS)’을 홍보했다. 양사는 오는 2026년부터 새만금에서 전구체를 양산할 예정이다. 전구체는 배터리의 용량, 출력, 충전속도를 결정한다. 이차전지 성능을 결정짓는 양극재의 핵심 소재다.

엘앤에프 관계자는 “LS와의 합작으로 LS MnM의 정재련 기술을 통한 안정적 원자재 확보가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엘앤에프는 천연흑연 음극재 밸류체인 구축, 수산화리튬 자체 생산 계획 등 향후 추진할 신사업 계획도 여럿 소개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이번 2024 인터배터리에 참가한 소재기업들의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LFP 대응’이었다. LFP는 제조 난이도가 낮은 대신 가격도 저렴해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생산한 국내 배터리 업계와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중국의 대대적 LFP 생산과 글로벌 경기저하로 인한 전기차 원가절감 움직임으로 인해 LFP가 기존 삼원계 배터리의 점유율을 넘보게 되자, 국내 배터리 제조업체들과 소재기업들도 LFP에 하나 둘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LFP 열풍에 대응 분주한 소재기업

김준형(왼쪽 두번째) 포스코홀딩스 친환경미래소재총괄이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인터배터리 2024’에서 포스코그룹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준형(왼쪽 두번째) 포스코홀딩스 친환경미래소재총괄이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인터배터리 2024’에서 포스코그룹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준형 포스코홀딩스 친환경미래소재총괄은 기자들과 만나 “LFP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는 중국 업체들이 많으며, 그 중에는 그간 포스코그룹과 좋은 관계를 맺어온 기업이 여럿 있기 때문에 중국 업체들과의 협력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니켈 양극재에 집중하던 엘앤에프 역시 2026년 연간 10톤 규모의 LFP 양극재 양산을 목표로 생산 시설 구축에 나서고 있다. 대구에 17만평 부지를 확보하며 소재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현장에서는 LFP 열풍이 소재기업들에게 마냥 달가운 현실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한 소재업체 관계자는 “문제는 원가가 너무 저렴한 점”이라며 “국내 제조 3사 등 고객사들이 LFP 양극재 생산을 더 많이 요구하는 추세지만, 정작 저렴한 원자재가 때문에 영업이익이 별로 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제조가 쉽지만 저렴한 LFP와, 제조가 어렵지만 비싼 하이니켈 등 고부가 제품을 동시에 잡아야 하는 게 현실”이라며 “부스를 꾸린 유수의 대형 업체들이 하나같이 자사의 고부가 제품과 LFP용 소재를 함께 소개한 점도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