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샵 바이 배스킨라빈스’. 사진=이솜이 기자

배스킨라빈스·던킨·크리스피 크림 도넛으로 대표되는 원조 디저트 브랜드들이 변신을 꾀하고 있다. 특화 매장을 내는 것은 물론 ‘무인 판매’ 카드를 꺼내들고 활로 모색에 나섰다. 20년~30년 이상 된 장수 브랜드로서 성장 정체기를 극복하고 전환점을 마련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최근 들어 노티드와 런던 베이글 뮤지엄이 독특한 인테리어와 메뉴 등을 앞세워 열풍을 일으키면서 원조 브랜드들의 ‘경쟁력 확보’도 과제로 떠올랐다. 품질을 꼼꼼히 따지면서도 브랜드 자체에 큰 관심을 쏟는 요즘 소비자들을 공략하려면 변화가 필수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배스킨라빈스 운영사인 비알코리아는 최근 배스킨라빈스 본사 1층에 100평 규모의 ‘워크샵 바이 배스킨라빈스’를 열었다. 고객 데이터와 생성형 AI(인공지능)을 활용해 개발한 신메뉴 ‘딥 플레이버’를 비롯해 쉐프들이 직접 제조한 아이스크림 케이크 등을 선보이는 게 특징이다. 

워크샵 매장에서만 즐길 수 있는 이색 메뉴들도 선보인다. ‘와사비’, ‘크렘브륄레’ 아이스크림 등이 대표적이다. 동물·과일 등을 달걀 모양으로 형상화한 아이스크림 케이크, 배스킨라빈스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젤라또 제품 12종도 만나볼 수 있다.

비알코리아는 배스킨라빈스 ‘플래그십 스토어’와 ‘플로우’ 매장도 운영 중이다. 플래그십 스토어인 파르나스몰·SPC스퀘어·강남대로·부산서면중앙점에서는 100가지맛 아이스크림 메뉴를 판매한다. 플로우 매장의 경우 2021년 1호 매장 ‘위례신도시점’ 개점 이후 광주상완·부산장산역·가평휴게소상행 등 총 8곳으로 늘었다. 플로우는 24시간 무인 점포로 운영된다.

던킨은 ‘던킨 라이브’ 플래그십 매장을 띄우며 분위기 전환을 택했다. 던킨 라이브 강남·선릉·건대입구·망원동점포는 현장에서 직접 만든 수제 도넛을 판매한다. 수제 도넛 제조 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오픈 키친’도 두고 있다.

롯데GRS가 운영하는 크리스피 크림 도넛은 무인 자판기와 DFD(진열판매)를 밀고 있다. 현재 KTX 서울역·청량리역 등 주요 역사와 지하철역 내 DFD 매대 112대를 운영 중이다. 매장 운영 효율을 높이면서도 역사를 오가는 유동인구를 잠재 소비층으로 발굴, 유인하겠다는 전략이다. 롯데GRS는 DFD 매대를 계속해서 늘려갈 예정이다.

크리스피 크림 도넛은 기존 점포와 역사 등을 중심으로 무인 자판기도 운영한다. 크리스피 크림 도넛 무인 자판기수는 총 34대에 달한다. 향후 대형마트 등 무인자판기 입점 경로를 넓혀갈 계획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최근에는 롯데리아와 크리스피 크림 도넛 브랜드 복합 매장을 열어 눈길을 끌었다. 롯데GRS는 지난 2월 지하철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 인근 100평대 롯데리아 구로디지털역 매장을 복합 매장으로 리뉴얼했다. 크리스피 크림 도넛 매장에는 오리지널글레이즈드를 따뜻하게 제공할 수 있는 도넛 온장고와 무인 자판기가 배치됐다.

배스킨라빈스·던킨·크리스피 크림 도넛은 변화의 노력을 이어갈 방침이다. 비알코리아 관계자는 “배스킨라빈스는 AI를 포함해 차세대 기술을 접목하고 소비자 반응을 직접 확인하는 워크샵 매장을 필두로 제품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던킨은 신규 브랜드 콘셉트 ‘뉴웨이브 프로젝트’ 일환으로 브랜드를 개편하고 새로운 맛과 공간 디자인, 서비스 등을 도입했다”며 “던킨 라이브 강남을 비롯해 제품과 인테리어 등에 차별 요소를 가미한 매장을 중심으로 매출 증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롯데GRS 관계자는 “크리스피 크림 도넛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푸드테크를 접목한 디지털 매장이 증가하고 비대면 서비스를 선호하는 고객 수요에 맞춰 무인 자판기를 운영 중”이라면서 “무인 자판기 구매 비율은 월 평균 13%를 기록하는 등 긍정적인 고객 반응이 꾸준히 나타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아울러 “이를 바탕으로 지하철 역사와 백화점, 대형마트(간이 카트매대) 등을 통해 대형 매장의 희소성을 유지하되 고객 접점 판매 채널을 꾸준히 늘려 고객 경험을 제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품질·브랜드 경험’에 반응하는 소비자 눈높이 맞춰야”

배스킨라빈스 1호 매장 전경. 출처=SPC
배스킨라빈스 1호 매장 전경. 출처=SPC

원조 디저트 브랜드들이 생존전략을 정비하고 있는 이유는 ‘쇄신’을 위해서다. 배스킨라빈스는 1985년 미국 던킨도너츠와 태인샤니그룹(현 SPC그룹)의 합작회사로 비알코리아가 설립되면서 한국 시장에 발을 디뎠다. 던킨은 1993년 비알코리아가 미국 던킨도너츠 인터내셔널과 기술제휴 계약을 맺은 것을 계기로 국내 사업을 본격화했다.

크리스피 크림 도넛이 국내 디저트 시장에 입성한 시기는 2004년이다. 당시 롯데쇼핑 KKD사업부가 미국 유명 도넛 브랜드였던 크리스피 크림 도넛을 한국으로 들여왔다. 크리스피 크림 도넛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미국 유학 시절 즐겨 먹었던 도넛으로 유명하다. 롯데GRS는 2010년부터 크리스피 크림 도넛 사업을 맡고 있다.

일찌감치 시장에 뛰어 들어 성장 가도기를 달렸던 만큼 원조 디저트 브랜드들의 성장세는 한풀 꺾인 양상이다. 던킨 매장수는 900개를 돌파하며 정점을 찍은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기준 전국 매장수는 700여개 수준을 기록했다.

크리스피 크림 도넛이 처한 상황도 마찬가지다. 크리스피 크림 도넛의 매장수는 수년째 130개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2018년까지만 해도 크리스피 크림 도넛은 전국에서 14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했다.

노티드와 런던 베이글 뮤지엄처럼 신생 디저트 브랜드들이 존재감을 한껏 키운 점도 부담요인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GFFG가 운영하는 프리미엄 도넛 브랜드 노티드는 2017년 출범 이후 크림 가득한 도넛이 SNS상에서 입소문을 타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스마일·슈가베어 자체 캐릭터를 활용한 마케팅과 파스텔톤 매장 인테리어 등도 노티드의 흥행 비결로 꼽힌다.

노티드는 여세를 몰아 전국 단위로 매장을 넓히고 있다. 현재 서울 외 지역에서 해운대·제주· 송도 현대아울렛·대전 갤러리아 등 매장 13곳을 운영하고 있다. 노티드의 전국 매장수는 26곳이다.

런던 베이글 뮤지엄 안국점 입구에서 입장 대기 중인 고객들의 모습. 사진=이솜이 기자
런던 베이글 뮤지엄 안국점 입구에서 입장 대기 중인 고객들의 모습. 사진=이솜이 기자

런던 베이글 뮤지엄은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줄 서는 맛집’으로 통한다. 2021년 문을 연 1호 매장 안국점은 현재까지도 이용객들이 몰려 대기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매장과 다양한 베이글 메뉴가 인기를 뒷받침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런던 베이글 뮤지엄 운영사 엘비엠은 안국점 인기에 2022년 2월 사업법인을 세우기도 했다. 법인 설립 당해에만 8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런던 베이글 뮤지엄은 안국점을 비롯해 도산점, 잠실점, 제주점 등 총 5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디저트 브랜드들이 품질은 물론 브랜드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 경향을 발빠르게 좇아야 ‘롱 런’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과거와 달리 소비자들의 경제적 수준이 향상된 여건상 대다수가 디저트 상품 구매시 고품질은 물론이고 브랜드에 얽힌 스토리 등을 다방면으로 추구하게 됐다”고 짚었다.

또 이 교수는 “특히 젊은 소비자들은 전적으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선호하는데, 런던 베이글 뮤지엄과 같은 브랜드들은 이런 기준들을 충족시킨 대가로 성공한 셈”이라며 “크리스피 크림 도넛이 운영하는 무인 자판기만 하더라도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확실히 각인시키고 알릴 수 있는 포인트 요소를 가미해야 더 흥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