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 사진=연합뉴스
유럽중앙은행. 사진=연합뉴스

올해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가 임박했다는 기대감이 커지자 채권 상장지수펀드(ETF)가 인기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유럽중앙은행(ECB)이 6월부터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 유럽 채권 ETF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ECB는 전날 통화정책이사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4.50%, 수신금리는 연 4.00%, 한계대출금리는 연 4.75%로 동결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부터 이어진 4회 연속 동결이다.

이와 함께 ECB는 올해 유로존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당초 2.7%에서 2.3%로 하향 조정했다.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0%는 내년 중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고, 2026년에는 1.9%까지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0.6%로 하향 조정했으며 2025년부터 1.5%, 2026년 1.6%로 점진적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번 회의에서 우리는 본격적인 금리 인하를 논의하지는 않았지만, 제한적인 입장을 철회하는 것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라가르드 총재의 해당 발언을 두고, 시장에서는 ECB가 올해 6월 첫 번째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실제 유럽연합 통계기구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지난달 유로존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로, 전월 대비 0.2%포인트 하락했다. 시장 전망치인 2.5%를 소폭 상회하기는 했으나,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박민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숫자로 확인되는 성장률,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작년 12월 대비 하향 조정됐다”며 “예상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는 지표 흐름을 고려할 때 (ECB의) 인하 시점 추가 후퇴는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1분기 임금 지표 확인 이후 인하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독일 국채를 중심으로 금리 하방 압력이 강화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금리 인하의 시그널이 확실해지자, 유럽 국채 ETF도 유망한 투자처로 떠올랐다. 일반적으로 국채 ETF는 금리 인하 국면에서 가격이 오르는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삼고 있어, 이자 수익과 시세 차익을 모두 기대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 상장된 유럽 국채 ETF는 NH-아문디 자산운용의 'HANARO 유로존국채25년플러스(합성 H) ETF'가 유일하다.

해당 ETF는 유로존 국가에서 발행한 신용도 높은 잔존 만기(듀레이션) 25년 이상의 장기물 유로화 국채로 구성된 ‘Bloomberg Euro Treasury 50bn 25+ Year Bond Index’를 기초지수로 하는 패시브 ETF다. 장기물 국채에 투자하는 만큼 듀레이션이 길어, 금리 하락 시 타 투자상품 대비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종목은 총 10개국 44개 종목으로 구성돼 있으며, 유로존 내 장기국채 발행량이 높은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벨기에의 비중이 80% 이상을 차지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HANARO 유로존국채25년플러스 ETF의 최근 6개월(6일 기준)간 수익률은 10.36%로 집계됐다. 이 기간 개인 투자자들은 해당 ETF를 3억2341만원 가량 사들였다.

올해 들어 유로존 국채 ETF는 미국 국채 투자상품에 비해 수익률이 부진해, 투자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지는 못했다. 연초 유로존국채25년플러스 ETF의 수익률은 –5.5%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번 ECB 총재의 발언 이후 시장 내 해당 ETF의 가격과 중앙은행의 눈높이가 맞춰진 상황이라며, 상승 여력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NH-아문디 자산운용 김정훈 글로벌채권본부 팀장은 “24년 들어 예상보다 느리게 하락하는 인플레이션, 강한 경기 등 우려 요인들이 부각되며 지난해 말 발생한 채권 랠리가 과도해 되돌리는 과정이 있었다”며 “현재 시장은 ECB와 연준 모두 3.5회 정도의 인하 전망을 반영하고 있다. 이는 납득 가능한 수준이며, 향후 실제 인하 개시될 경우 단기물 금리가 리드하며 장기물과 함께 하락할 수 있어 보인다. 이제 유로존국채25년플러스 ETF에서 수익이 발생할 여력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정훈 팀장은 각 국의 경제성장률 전망 흐름을 고려했을 때에도, 미국에 비해 유럽 채권 ETF가 수익률 측면에서 더욱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경제 활황이 예상되는 미국에 비해, 유로존 국가들은 점진적으로 반등하는 경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 더욱 금리 인하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김정훈 팀장은 “미국과 유럽에 대한 이코노미스트들의 GDP 증가율 예상치 평균은 올해 기준 미국 2.1%, 유로존 0.5% 수준이다. 분기별로 보면 미국은 현재 매우 좋으나 하반기로 갔을 때 성장률이 하락할 것이라는 가정을 하고 있다. 반면 유럽은 작년 3분기 -0.1% 역성장, 4분기 제로 성장을 보이고 1분기부터 점점 반등할 것을 가정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해결된 상황이라고 가정했을 때, 유럽이 더욱 금리인하가 필요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경기가 현상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경우에도 미국은 활황, 유럽은 둔화할 수 있기 때문에 유럽의 금리 인하가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