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간호협회가 국회 소통관에서 '새로운 간호법 제정'을 건의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대한간호협회
대한간호협회가 국회 소통관에서 '새로운 간호법 제정'을 건의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대한간호협회

의료계와 간호계가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 지침’을 놓고 충돌했다. 의료계는 무면허 진료를 조장한다며 철회를 촉구했고 간호계는 정부의 의료개혁을 지지한다며 ‘새로운 간호법 제정’을 건의하고 나섰다.

지난 7일 보건복지부는 ‘간호사의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 지침’을 일선 의료기관에 배포하고 진료보조인력 중 간호사를 전문간호사, 전담간호사, 일반간호사로 임의적으로 나눠 각각에게 위임 가능한 업무를 마련해 8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지침에는 골수 천자, 뇌척수액 및 조직 검체 채취 등 인체 침습적인 내용이 포함됐다. 

먼저 대한의사협회는 8일 성명을 내고 “보건복지부는 (간호사 업무범위 시범사업)에 대해 의료계와 어떠한 협의 도출도 없었음에도 마치 협의 후 시행하는 것처럼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시범사업 항목들은 국민 건강과 안전에 위협적인 문제를 발생시키게 될 것이 분명하다는 입장도 전했다.

이어 의사협회는 “이번 시범사업은 의료인 간 업무범위를 구분하고 있는 의료법 규정에도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를 종용하는 것”이라며 “해당 정책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의료인에게 전가시키는 파렴치한 조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사협회는 시범사업 전격 철회를 요구했다. 의사협회는 ▲보완지침은 ‘간호 인력으로 하여금 불법 무면허 진료 조장’ ▲시범사업 참여 여부는 전적으로 의료기관의 자율적 영역 ▲전문간호사 자격 구분을 무시한 의료법령 위배 등을 철회 촉구 이유로 들었다.

의사협회는 “정부가 준비되지 않은 지침으로 의료계 혼란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면서 “대한의사협회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의료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이번 시업사업 보완 지침을 전격 철회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했다.

“진료보조라는 애매한 업무 규정, 간호사 희생 강요”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가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가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같은 의사협회 주장에 간호협회도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간호협회는 “의사협회는 의료현장에서 불법진료에 내몰리고 있는 간호사들을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시범사업을 두고 불법과 저질 의료를 운운하며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것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간호협회는 “의료현장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진료업무를) 간호사들에게 떠 넘겨왔고 이제 관행이 됐다”면서 “간호사들이 오랜 시간 동안 의사들의 희생양 됐던 것은 ‘진료보조’라는 애매한 업무 규정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복지부가 불법진료로 내몰리고 있는 간호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을 두고 불법과 저질 의료가 판칠 것이라는 주장은 국민을 우롱하고 또 다시 속이는 것이라고 간호협회는 강조했다.

특히 간호협회는 “전공의가 떠난 의료현장에서 간호사는 교수나 전임의들의, 다시 말해 의사들의 지도 하에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은 의료공백 사태로 인해 더 많은 의사들의 업무가 간호사들에게 전가되면서 간호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간호협회는 “간호사들은 복지부 조치로 의료법 제2조 간호사 업무 항목 중 ‘진료의 보조’에 대한 모호함이 해결됐을 뿐만 아니라 간호사 업무에 대한 법 보호체계의 기초를 마련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간호협회의 새로운 간호법안 추진에 힘을 실어 주는 분위기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오늘 간호협회에서 새로운 간호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며 “정부는 국민 보건 체계를 강화하는 의료 개혁에 간호사분들 의견을 경청하고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