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혁신 기술 세미나 현장. 사진=이코노믹리뷰
전기차 배터리 혁신 기술 세미나 현장. 사진=이코노믹리뷰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되며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높은 효율의 안전한 배터리를 만들되,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는 것은 글로벌 배터리 업체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된 숙제이기도 하다.

8일 한국미래기술교육원은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인터배터리 2024’ 행사장에서 ‘전기차 배터리 혁신 기술 세미나’를 개최하고, 배터리 산업 및 기술 이슈, 배터리 제어 및 화재 안전,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을 주제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한국미래기술교육원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의 확대로 인한 배터리 산업의 변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금속 가격 하락 지속과 함께 원기자재 제조사(OEM)의 보수적인 재고 통제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수요 증가율이 일시적으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장의 확대는 지속해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꾸준한 성장이 예고된 블루오션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아이디테크엑스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연평균 12.1% 성장해, 2034년 3800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도 전기차용 이차전지 수요가 2023년 687GWh에서 2035년 5.3TWh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를 시장 규모로 환산하면 6160억달러다.

꾸준한 성장세가 예측된 시장인 만큼 국내 K-배터리 업체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일차적으로 배터리 성능을 높여야 한다. 2023년 기준 현재 전기차 이차전지 배터리 에너지 밀도는 250~300WH/kg, 주행거리는 500km, 가격은 128달러//kWh 수준이다.

향후 2030년에는 에너지 밀도는 350WH/kg, 주행거리는 600km, 가격은 60달러/kWh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안전성도 관건이다. 지금까지는 배터리 발화를 지연시키는 수준의 안전 장치를 마련했다면, 2030년에는 스스로 위험성을 자가 진단하고 치유하는 수준까지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홀딩스 미래기술연구원 송정훈 박사는 현재 사용중인 리튬이온 이차전지의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성능 고도화 소재를 사용하고, 생산성 확보 장비 개발을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행거리를 600km 이상으로 늘리기 위해선 니켈 함량이 90%가 넘는 하이니켈 NCM 배터리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하이니켈 소재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전해액과의 반응성을 낮출 수 있는 저가의 전면 코팅 기술 개발이 요구된다. 단입재 소재 개발도 안전성을 강화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송정훈 박사는 LFP 배터리 화재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산소(양극), 열(열폭주), 연료(전해질) 3요소가 모여 화재가 발생한다”며 “LFP 배터리는 NCM 배터리 대비 안전하다는 것일 뿐 LFP 배터리도 고온에서는 산소가 방출돼 화재의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용인소방서 김홍환 소방위 또한 배터리 화재에 대해 우려했다. 김홍위 소방위는 “리튬 배터리 화재라는 단어를 붙이고 있는데 가장 위험한건 화재가 아닌 폭발”이라며 “LFP 배터리는 열폭주 가능성 자체가 작은 것이지 한번 열폭주가 발생하면 위험성은 더 크다”고 말했다.

전기차 충전 시설에 대해서도 “우리나라의 전기차 충전 설비가 점점 촘촘해지고 있다”며 “현재의 30~50cm 간격은 무조건 화재가 확산될 것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화재 대응이 아닌 예방에 있다”고 당부했다.

높은 효율의 배터리에 안전성까지 마련했다면, 남은 과제는 배터리 재활용이다. 한국은 K-배터리 3사로 규정되는 글로벌 배터리 제조사를 보유하고 있지만, 배터리 제조 원자재를 100% 수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배터리 재활용은 새로운 해결책으로 다가온다.

현재는 미국과 유럽을 축으로 배터리 재활용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유럽은 CRMA(핵심 원자재법)을 통해 2030년까지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의 단일국 의존도를 65%까지 줄이고, 재활용을 15% 이상 늘릴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IRA(인플레이션감축법)을 통해 탑재된 배터리가 IRA 기준을 충족하고, 최종 조립이 북미에서 이뤄진 차량에게 대당 7500달러 이상의 친환경차 세액공제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 배터리 IRA 기준은 배터리에 사용된 주요 광물 40% 이상이 미국과 FTA 체결국에서 생산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은 양극제와 음극제 등 주요 소재를 재활용해 가공하는 것도 광물 생산으로 인정하고 있다. 배터리 재활용이 활발해진다면, 미국과 FTA를 체결한 K-배터리 업계의 부품 요건 충족이 용이해진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정경우 자원활용연구본부장은 “(재활용의 관점에서) 전기차는 꿈의 자원”이라며 “휴대폰의 경우 폐배터리 수집도 어렵고 수집을 한다해도 얻을 수 있는 리튬의 양이 60g에 불과하지만, 자동차의 경우 폐차장이라는 공간에서 수집도 용이할뿐더러 얻을 수 있는 리튬의 양도 60kg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테슬라의 경우 배출가스 규제를 맞추지 못한 경쟁 자동차 업체들로부터 탄소 크레딧을 팔아 돈을 벌고 있다”며 “시장 분화 속에서 우리가 재활용에 앞서 나간다면, 테슬라처럼 새로운 기회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