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 GS리테일 상품전략팀 팀장. 사진=GS리테일
김영진 GS리테일 상품전략팀 팀장. 사진=GS리테일

고물가 시대다. 월급은 안 오르는데 장바구니를 채울 물건 가격은 껑충껑충 뛴다. 사정이 이렇자 이제 ‘가성비’는 익숙함을 넘어 필수가 됐다. 그러나 이 가성비를 맞추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고객도 가격과 내용물을 꼼꼼히 따져야 하겠지만, 유통사나 제조사 모두 운송비와 재료 수급 등에서 가격절감 효과를 내야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격을 낮추더라도 상품의 질은 떨어뜨리면 안 된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각종 악조건을 뚫고 가성비로 유명해진 기업도 있다. 바로 ‘혜자로운 집밥’ 시리즈로 유명한 편의점 GS25다. 2010년 ‘김혜자 도시락’으로 시작된 가성비 시리즈는 ‘혜자롭다’는 신조어를 만들어 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약 7년간 시리즈 누적 매출이 1조원에 이를 정도다. 2023년 재출시 된 가성비 시리즈의 인기도 대단했다. 혜자로운 집밥 시리즈는 재출시 1년만에 2800만개 넘게 판매됐다. 분당 53개가 판매된 셈이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25는 이제 또 다른 가성비에 도전한다. 도시락 등 간편식에서 벗어나 우유, 두부, 비누, 세제 등 신선식품과 생활용품도 판매하기로 했다. 이코노믹리뷰는 7일 김영진 GS리테일 상품전략팀 팀장과 ‘고물가 시대 가성비 상품’과 관련,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Q. 가성비 상품을 집중적으로 고민한 것은 언제부터인가

사실 가성비 상품 개발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시작됐다. 대부분 생활필수품(쌀‧계란‧두부 등) 위주였다. 2022~2023년에는 소용량 다입, 번들, 대용량 위주의 상품을 가성비 콘셉트로 구성했다. 이들 상품은 먼저 주거 상권 위주 점포에 배치됐다. 편의점 이용 고객뿐 아니라, 대형마트 고객 방문 유도를 통한 객수 증대 및 객단가 상승을 도모하려는 목적 때문이다. 고물가 시대 가성비 상품 트렌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2024년에는 본격적으로 가격 소구형 PB(자체 브랜드) ‘리얼프라이스’ 상품을 편의점에 도입하게 됐다. 리얼프라이스는 2017년 슈퍼마켓 GS더프레시에서 시작한 가성비 PB 상품이다. 과거에는 ‘편의점 상품은 마트나 슈퍼 보다 비싸다’라는 인식이 있었다. 최근에는 편의점 상품의 가격경쟁력에 대한 고객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본다.

Q. GS25의 대표 가성비 시리즈는 무엇이며,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

대표 가성비 시리즈로는 ‘혜자로운 집밥’ 시리즈를 들 수 있다. 대충 때우는 간편식이 아닌 ‘엄마의 집밥’을 표방한 것이 특징이다. 넉넉한 양과 맛, 퀄리티가 있는 한끼 식사로 경쟁사와 차별화 된 GS25의 간편식 브랜드라고 자부한다. 혜자로운 집밥 시리즈는 지난해 기준 FF(Fresh Food) 전체 매출 중 약 20%를 차지했을 정도로 인기다.

Q. 경쟁사와 비교해 GS25 가성비 상품만의 경쟁력은 무엇이라 보나

‘경쟁력 있는 소비자 가격’과 ‘높은 품질’이다. GS25는 유사상품의 편의점 최저가를 지향한다. 편의점(GS25)과 슈퍼(GS더프레시)의 통합 구매로 구매협상력을 증가 시켰다. 값싸고 좋은 품질의 상품을 소싱 할 수 있는 힘을 갖추고, 이를 상품 개발에 적용하는 것이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Q. 물가안정 프로젝트로 기획한 PB상품은 식품 중심이다. 향후 주목하는 품목이 있다면

편의점 도입 초기 리얼프라이스 상품은 생활필수품 위주로 구성됐다. 물가안정의 기준이 되는 생활필수품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자 하는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향후에는 편의점 업태에 특화된 가성비 카테고리를 개발할 계획이다. 간식류, 컵밥 등 간편 먹거리와 1인가구 타깃 용품 등이다. 식품, 비식품을 불문하고 시장과 트렌드를 리딩하는 차별화 상품을 출시해 ‘물가안정 차별화 상품 = GS25’ 공식이 성립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Q. 우유, 두부 등 슈퍼에서 판매하는 가성비 상품 구색을 늘리고 있는데 이유는

1인 가구의 증가와 편의점 가성비 PB에 대한 고객 관심도가 증가했다. 이로 인해 편의점에서도 우유, 두부 등 생활필수품의 간단한 장보기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편의점의 신선식품 구색 증가도 이러한 구매 패턴에 맞춘 측면이 크다. 기본 식자재인 두부, 우유, 계란 등을 편의점 주요 소비자인 1‧2인 가구에 맞게 슈퍼보다 용량을 줄이고, 가격은 낮춰 선보이고 있다. 앞으로 고객이 가장 많이 찾는 장보기 상품을 초특가 신상품으로 집중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Q. 가성비 상품의 경우 저렴한 원재료 수급이 관건이라 본다. 노하우가 있다면

담당MD가 상품별 원가 분석을 통해 최적의 유통 경로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 가령 계란 담당MD라면 생산공장 바로 옆에 양계장을 함께 운영해 원료 및 물류비 절감을 할 수 있는 업체를 찾아 계약한다. 이를 통해 편의점뿐만 아니라 온‧오프라인에서 전국 최저가 상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Q. 최근 수급에 신경 쓰는 원재료가 있다면

지금은 겨울철 물김 수매가 완료되는 시점이다. 이에 맞추어 2024년도 김밥‧주먹밥용 김 단가 협의에 집중하고 있다. 채소류, 곡류 등의 원물 수급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해당 원물은 가격의 등락폭이 크고 신선도가 중요해 특별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혜자로운 집밥 시리즈의 성공으로 밥, 반찬류 등의 원재료 요구가 늘어난 만큼 가성비 제품을 고객에 지속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Q. 높아지는 인건비와 유류비 등으로 인해 물류비 증가도 원가 상승에 큰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고안한 방법이 있다면

유통 단계를 줄이거나 구성품을 교체하는 방법이 있다. 최근 딸기 샌드위치에 사용하는 딸기 공급 방식을 물류센터 집하 후 공급하는 방식에서 산지직송으로 전환했다. 원재료 출하시기와 특성 등을 살펴 맞춤 구매 전략도 사용한다. 예를 들어 혜자로운 도시락 중 반찬으로 나오는 시금치는 출하 시즌에 비축해 공급하는 전략을 취한다. 이 외에 구성 원료의 물량을 통합 소싱하는 등 원재료와 협력사별 특성을 고려해 다양한 방법을 고안하고 있다.

Q. 최근 수출 품목으로 주목받는 PB 용기면도 가성비 상품인가

수출 진행 중인 PB 용기면은 가성비가 아닌 ‘가심비’ 상품이 대부분이다. GS리테일의 지난해 전체 수출액은 약 107억원이며, 이 중 PB 용기면은 약 30억원 수준이다. 대표적으로 오모리김치찌개라면, 공화춘짜장라면 등이 수출된다. 향후 점보 대용량 PB라면 시리즈를 수출전용(meat-free)으로 개발 확대할 방침이다. 고물가 대응을 위한 수출전용 가성비 PB 라면도 개발해 수출 확대를 계획 중이다.

Q. 마트의 1+1이나 2+1 상품이 낱개 가격보다 오히려 비싸다는 조사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편의점은 어떤가

소비자들이 더 잘 아시겠지만 GS25의 낱개 상품의 가격이 행사 상품(1+1, 2+1 등) 가격보다 비싼 경우는 없다. 번들상품은 낱개 상품 구매시와 동일하거나 할인된 가격으로 책정해 판매 중이다. 봉지라면의 경우 낱개 가격과 번들 가격이 동일하다. 1974 우유는 2입 구매시 낱개 구매시 보다 개당 200원 더 저렴하다. 통상 편의점 운영 상품은 번들 상품 보다 낱개 상품, 그 중에서도 행사 상품(1+1, 2+1 등)의 고객 선호도가 높은 상황이다. 편의점 행사 상품 가격에 대해 고객 신뢰가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Q. 고물가에 가성비 전략은 올 한해 유통업계 화두다. 이와 관련해 올해 GS25만의 전략이 있다면

올해 GS25는 근거리 장보기 채널 구축이 목표다. 가격 대비 높은 품질을 갖춘 리얼프라이스 상품이 중심이 될 전망이다. 리얼프라이스 상품은 가격으로 경쟁점과 승부한다. 현재는 물가에 민감한 40~50대 주부가 타깃이나, 향후 20~30대로 영역을 확장해 운영할 예정이다. 가격 책정은 NB(제조사)상품은 15~30%까지 저렴한 수준으로, 편의점에서는 유사 상품군에서 최저가가 목표다. 1차적으로는 신규고객 유입 목적의 미끼상품 개발로 가성비를 중시하는 고객 유입에 대응한다. 올해 1분기에는 물가 안정 기준이 되는 생필품 구색 출시 및 안착을 계획했다. 2분기부터는 전 점포에서 운영 가능한 가성비 콘셉트 상품 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주거지 상권 거점 점포에 모음진열 등으로 리얼프라이스 상품군에 대한 고객 인지도를 높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