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 해저케이블. LS전선=연합뉴스
LS전선 해저케이블. LS전선=연합뉴스

연초부터 전선 업계의 잇단 해외 수주 소식이 들리고 있다. 전선 노후화, 전력 수요 증가, 풍력 발전시설 확대 등 3박자가 맞아 떨어지면서 당분간 전선 업계의 호실적이 지속될 전망이다. 

잇단 해외 ‘낭보’

7일 전선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전선 기업인 LS전선과 대한전선은 글로벌 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전날 LS전선은 덴마크 CIP와 대만 펑미아오 해상풍력사업의 해저케이블 우선협상대상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공급 규모는 약 1300억원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업은 대만이 오는 2026∼2035년 조성하는 15기가와트(GW) 규모의 2차 해상풍력사업 가운데 첫 프로젝트로, 2027년까지 타이중 항구 근해에 500메가와트(㎿) 규모로 건설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프로젝트로 인해 대만에서 추가로 발주될 해저케이블이 3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내다본다. 

앞서 LS전선은 대만 1차 해상풍력단지 건설사업의 8개 프로젝에 대한 초고압 해저케이블 공급권(총 계약금액 9000억원)을 모두 따냈는데, 이번 2차 사업에서도 LS전선은 공급권 전량을 노린다. 

분위기가 좋은 것은 대한전선도 마찬가지다. 대한전선은 지난 1월 미국에서의 2024년 누적 수주액이 이미 3200만달러를 돌파했으며, 3월에는 영국 북부 초고압 전력망 구축사업에 3800만달러 규모의 초고압 전력망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전선 업계 호조 이유에 대해 전선 노후화, 전력 수요 증가, 풍력 발전시설 확대 등 3가지를 지목한다. 

삼박자 맞으며 수요 폭발

먼저 현재 미국의 송·배전 인프라는 노후화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송·배전망 대부분은 1950년~1960년대에 건설됐으며,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 송전선로와 변압기의 70% 이상이 25년 이상 노후화됐다. 이에 바이든 정부는 초당적 인프라 법안(Bipartisan Infrastructure Law)을 기반으로 전국의 고용량 송전선로 개발 및 장거리 고압시설 건설을 지원하여 국가 전력망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다. 

다음으로 전력 수요 증가가 있다. 현재 전세계는 AI(인공지능) 열풍이다. 챗GPT가 불러온 생성형 AI 경쟁은 데이터센터와 이 데이터센터를 만드는 데 필요한 반도체 수요를 폭발시켰다. KB증권은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이 2024년 70억달러 수준에서 2030년 1400억달러 규모로 6년 만에 20배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사용량이 증가함에 따라 이를 운영하고 만드는 데 필요한 전력 수요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세계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소비량이 2022년 460테라와트시(TWh)에서 2026년 일본 전체 에너지 소비량인 1000테라와트시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본다. 

여기에 더해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AI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에도 엄청난 양의 전력이 필요하다. 세계 파운드리 1위 기업인 TSMC는 2020년에 대만 전체 전력 소비량 중 6%를 차지했다. TSMC는 이 비중이 2025년에 12.5%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마지막으로 해상풍력발전 확대가 있다. 기후위기가 심각해짐에 따라 현재 세계 각국은 화석연료 이외에 또 다른 에너지원으로 풍력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저케이블 시장은 2022년 6조원 수준에서 2029년 28조원까지 5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더구나 해저케이블은 케이블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기술력이 요구된다. 이름 그대로 바다에 포설되기 때문이다.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만큼 진입장벽이 높다. 현재 전세계 송전용 해저케이블 시장을 LS전선과 프리즈미안, 넥상스, NKT 등 4개사가 85%를 점유하고 있다. LS전선은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향후 해저케이블 시장을 집중 공략할 방침이다. 

대한전선, 유상증자로 공장 건설해 해저케이블 시장 적극 공략

급속도로 성장이 예상되는 해저케이블 시장에 대한전선 또한 본격 공략에 나선다. 이를 위해 지난달 대한전선은 총 9900억원 규모의 해저케이블 공장 건설, 해외 현지공장 투자 계획을 예고했다. 

다만 1조원에 달하는 투자 규모가 지난해 9월 기준 대한전선이 들고 있는 현금성자산(2263억원, 단기금융자산 포함)에 4.4배에 달하기 때문에 대한전선은 유상증자를 추진 중이다. 

대한전선은 작년 12월 5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증을 결정했으며 오늘 발행가액을 7460원으로 확정, 유상증자를 통해 총 4625억원을 조달한다. 

이번 유상증자에 최대주주인 호반산업은 배정받은 유상증자 신주 물량에 120%를 청약할 계획이며, 이에 따라 지분율이 현재보다 2.77%포인트(p) 높은 42.87%로 늘어날 전망이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미국뿐 아니라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 인구 증가 및 AI와 반도체 성장에 따라 신규 전력망이 부족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영업력을 강화해 수주를 화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