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익성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OTT 업체들이 기존 구독경제 비즈니스 일변도에서 벗어나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계정 공유 단속에 나서는 한편 광고형 상품을 적극 도입하면서 콘텐츠를 미끼 상품으로 판매하는 로드맵도 등장했기 때문이다. 

업계의 반응은 갈리고 있다.

사진=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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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아야 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OTT 업체들은 나빠진 수익성을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적 선택에 나서고 있다. 팬데믹 당시 온택트 트렌드를 타고 엄청난 성과를 냈으나, 리오프닝 후 OTT에 대한 관심이 시들어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OTT 업계 1위 넷플릭스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지난해 초 계정 공유 유료화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악화되는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함이다. 팬데믹 기간 폭발적인 성장을 보였으나 엔데믹으로 접어들며 가입자 순증이 선명하게 떨어지는 가운데 결국 계정 공유에 칼을 빼들었다는 분석이다. 

디즈니플러스도 계정 공유 금지에 나섰다. 무단 계정 공유를 금지하는 대신 전용 상품을 출시한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HBO Max(에이치비오맥스)와 Discovery+(디스커버리플러스)도 조만간 계정 공유 단속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 역시 나빠진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함이다. 

OTT들의 다양한 사업적 선택은 계정 공유 단속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공격적인 광고형 상품 도입도 이뤄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광고 콘텐츠를 넣어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한때 '광고없이 즐기세요'라는 슬로건으로 유명했던 넷플릭스의 행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9.99달러 베이식 요금제를 전격 철폐하며 광고형 상품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광고를 보지 않는 요금제 중 가장 저렴한 베이식 요금제를 페지한 것은 일종의 자신감으로도 해석된다.

계정 공유 유료화를 통해 가입자 순증에 드라이브를 건 상태에서 수익성이 낮은 요금제를 폐지해도 OTT 시장에서 충분히 판을 흔들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넷플릭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88억3000만 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2.5%나 증가했다.

핵심 콘텐츠를 노골적으로 미끼 상품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물론 넷플릭스 등 많은 OTT들은 오리지널 콘텐츠 등을 통해 자사의 구독경제 비즈니스를 구축했으며, 이를 미끼 상품으로 만들어 이용자를 끌어들인 바 있다. 구독경제의 핵심은 결국 오리지널 콘텐츠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 배경이다.

다만 최근에는 이러한 분위기가 더욱 극단적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넷플릭스가 만들어 넷플릭스에서만 볼수있는 것'이라는 개념에서 '예전에는 모두가 즐겼지만 이제는 특정 OTT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의 개념이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쿠팡플레이가 축구 등 스포츠 콘텐츠를 통해 비슷한 전략을 가동한 것에 이어, 웨이브와의 합병을 앞둔 티빙이 이러한 전략의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CJ ENM이 2024~2026 KBO 리그 유무선 중계방송권 계약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며 티빙에서만 프로야구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보편적 시청권이 당연하다고 여겨졌던 콘텐츠가 이제는 OTT의 입체적 전략의 일부로 편입되는 순간이다.

티빙은 수익성 등의 악화로 웨이브와 합병을 추진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이번 독점적 프로야구 중계 등을 바탕으로 꾸준히 활로를 찾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바탕으로 기존 진행되고 있던 네이버와의 협력 등을 바탕으로 판을 키우면서 자체 AVOD 사업을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진=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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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경제의 시대 저문다?
OTT들의 최근 행보가 말 그대로 '생존경쟁'으로 좁혀지며 OTT들이 발굴해 키워낸 구독경제 비즈니스도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멤버십을 통해 서비스를 구독하며 질 높은 생태계를 유지하는 구독경제의 전통적인 문법이 해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구독경제 자체는 새로울 것이 없는 비즈니스다. 무언가를 구독하는 행위는 신문을 구독하거나, 매일 아침 우유를 받는 등 다양한 패턴으로 우리 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달 요금을 지불하면 이동통신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통신요금도 큰 틀에서는 구독경제의 범주로 넣을 수 있다.

여기서 구독경제를 구성하는 또 다른 가지 중 하나인 렌탈 비즈니스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렌트카나 정수기 등 월정액 기준으로 무언가를 빌려서 사용하는 서비스인 렌탈 비즈니스는 전통적인 구독경제의 범주에 속하면서도 소유의 개념이 아닌 렌트, 즉 빌리는 형태를 가진다는 점에서 공유경제와 약간의 접점이 있다.

즉 구독경제는 특정 금액을 내고 마음껏 서비스를 즐기는 것이며, 렌탈 비즈니스는 특정 금액을 내고 마음껏 서비스를 즐기지만 해당 서비스와 상품은 온전히 나의 것이 아니다. 전자는 아주 오랫동안 우리의 삶에 녹아든 비즈니스의 형태며, 후자는 정해진 재화의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 작동하는 공유경제의 '방식'을 활용한다.

다만 구독경제 전체가 성고한 것은 아니며, OTT의 기존 구독경제 문법은 최근 급진적으로 해체되고 있다고 보는 편이 중론이다. 구독경제는 불황기에 더 유리한 사업 모델이지만, 리오프닝을 거치며 온택트 트렌드까지 희미해진 현 상황에서 구독경제 전반의 큰 흐름을 재정의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OTT에서 시작되어 규정된 진정한 의미의 구독경제 관념이 흔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