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포스터.
전시포스터.

 

한국 현대조각을 대표하는 이영학의 회고전 <고요의 정원>이 3월 6일~24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서울옥션 강남센터 지하 4층에서 열린다. 

10년 만의 대규모 개인전으로 1980년대 초기작부터 근작에 이르는 다양한 조각 작품(두상, 여인상, 새조각, 물확)과 아카이브까지 총 200여 점이 출품됐다.

이영학은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1980년대 이탈리아 로마 예술원과 시립 장식미술학교에서 공부했다. 그는 돌과 쇠를 재료로 삼아 최소한의 조형언어를 가지고 가장 한국적인 조각을 만들어 왔다. 예를 들면, 호미나 가위, 숟가락, 연탄 집게 등 생활용품으로 쓰이던 쇠붙이로 새와 호랑이 같은 동물 형상 조각을 제작했다.

이영학 '새 2402', 2022년. 사진제공= 서울옥션.
이영학 '새 2402', 2022년. 사진제공= 서울옥션.

 

특히 그의 새 조각 시리즈는 기물이 생명력을 얻고 해방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작가는 노동자가 작업에 사용했을 거친 무쇠 도구나 연장으로 가냘프지만 아름답게 비상하는 새를 탄생시킨다.

2000년대 초까지는 다양한 오브제를 이용하여 다채로운 방식으로 표현된 새를 선보였지만 그 이후로는 재료 자체의 본질과 형태에만 집중해 절제된 미가 돋보이는 변화를 추구했다.

물확 시리즈는 작가가 전국 각지에서 구한 돌덩이의 속을 파내고 겉면을 다듬은 뒤 물을 담고 이끼와 수초가 함께 어울어지도록 함으로써 새 생명을 부여한 작품들이다.

이번 전시에는 김수환 추기경, 소설가 박완서, 화가 장욱진, 중광스님 등 유명인사들의 인물상이 출품됐다. 인물상들은 질감이 투박하고 거칠지만 인물의 감정선이 잘 드러난다. 작가는 두상 작업을 할 때 대상의 삶, 경험, 철학 등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그들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서울옥션은 “이영학은 한국 현대조각을 대표하는 작가이지만 지난 10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우리가 잊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최소한의 조형언어로 자연과 인간의 본질을 담아내는 작가의 작업을 통해 과거와 현재, 자연과 인간이 교감하고 소통하는 ‘고요의 정원’을 직접 체험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관람은 무료.